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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한 말, ‘상식적으로~’

선생 조회수 : 2,714
작성일 : 2022-05-16 18:05:22
사교육 강사입니다. 어제 있었던 일이에요.

고3 6월 모의가 다가오고 있어서 어제 모의고사 한 회를 봤어요.
(소수 정예 그룹 수업입니다)
마킹 시간 빼느라 풀이 시간을 빡빡하게 줬고 타이머 맞춰 놓고 시험 보고 있었어요. 학생들은 늘 시간에 쫓겨 하죠.

시간이 거의 다 돼 가는데 제 앞에 앉은 학생 하나가 시험지를 부스럭거리며 이리저리 뒤집고 있더군요.
ㅇㅇ아, 다 풀었어?
물었더니
검토 중이에요.
라고 하더군요.

검토 중이라… 다 풀었다는 얘기죠 보통은.
다 풀고 지금 그래서 검토 중이다. 당연히 그렇게 들립니다.

그런데 학생들과 대화할 땐, 특히 질문과 답변으로 대화할 땐 확답이 중요해요. 왜냐하면 아이들의 회피성 답변 스킬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거든요.
만약 저런 경우
‘아 다 풀고 검토한다는 얘기구나’ 하고 넘어가면, 나중에 걷으려고 할 때
어 저 다 못 했는데요!
소리가 열에 9.9는 나옵니다. 열에 아홉도 아니에요. 그걸 넘어요.
그럼 제가 물어보겠죠.
너 아까 다 풀었다며?
그러면 학생들이 뭐라고 하느냐…
입 쑥 내밀고 불퉁스럽게, 천하에 이렇게 억울할 데가 없다는 듯이

아닌데여. 저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여.
이럽니다.

아까 다 하고 검토 중이라는 거 아니었어?
저는 다 풀었다고 안 했는데여. 검토 중이라고만 했는데여.

이러면 당연한 듯이 다 했다는 것으로 알아듣고 믿고 넘어갔던 선생이 기가 탁 막혀요… 그러나 다 했다고 딱 말한 적은 없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야 너 그렇게 말하면 누구라도 다 했다는 걸로 알아듣지!
해 봤자예요. 발뺌하기로 작정한 애들은 절대 자기 말이 일부러 확답을 피하고 상대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쪽의 말이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닌데여.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 안 풀어도 검토하는데여. 진짠데여. 저는 그런 뜻으로 한 말 아닌데여.
이래요.

남학생들의 경우에는 ‘나 억울하고 화났다’를 시전하고,
여학생들은… 말이 안 먹힌다, 싶으면 눈물도 뚝뚝 흘려요.

…대체로 이렇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들이게 된 습관이 있어요.
확답을 듣는다.
애매하게 넘어가는 말에서 그 뒤를 유추하지 않는다. 대답해야 하는 사람이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에 책임지는 정확한 답을 하게 한다.

어쨌거나 그래서, 재차 물었죠.
너 지금 뭐하냐고 물은 게 아니고, 다 풀었냐고 물은 거라고.
그랬더니 또 그러더군요.
검토 중이에요.

그리고는 픽 웃으며 한다는 말이,
아니, 상식적으로…

하고 말끝을 흐리더군요.

상식적으로, 뭘까요. 상식적으로, 다 했으니까 검토하는 거 아니에요? 라는 거겠죠.

말은 맞는 말인데, 저는 기분이 상했어요.
검토 중이라는 건 부연 설명이지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에요. 이 답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거지, 대답을 한 건 아니죠. 그리고
직장 상사가
김대리, 그 보고서 다 끝냈나?
물어도, ‘검토 중이에요’ 하고,
그래서 다 하긴 한 거냐고 다시 묻는 상사에게
아니 상식적으로… (다 했으니까 검토하는 거지 다 안 했는데 검토부터 할까) 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 그건 아닐 걸요.

다 끝냈냐는 물음에는
다 했다/ 다 못 했다
대답을 먼저 하고, 자기가 말하고 싶은 부연 설명은 그 다음에 붙여야 맞는 건데
대답을 제대로 하지도 않은 입장에서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네가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는 거 아냐?’ 하는
책임 전가까지 하는 게
저 ‘상식적으로’라는 말 같다고 봅니다.

저는 화가 났고, 학생에게 이야기했어요.
대답을 제대로 하고 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하는 거라고.
그리고 ‘상식적으로’라는 말은 나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인 것 같다고.


지금 이걸 쓰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기분이 덜 풀려서인 것도 있고,
저런 말버릇을 가진(대답 제대로 안 하는) 아이들이 정말정말 많다는 걸 말하고도 싶고
집에서 좀 가르쳐 내보내 달라는 말도 하도 싶은 것 같네요.
꼰대 소리 들을까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저 학생은 공부도 잘 하고 외모도 말끔한데 생활 태도가 정말 엉망이고(숙제를 제대로 해 오거나 시간을 지키거나 수업 자료를 잘 챙기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음) 제가 한마디 하니 아주 놀라더군요. 엄마를 비롯해 누구에게서도 제가 하는 말(너 그러면 안 돼) 같은 걸 들어 본 적이 없대요.

하… 깊은 한숨이.


속풀이 글이었습니다.

IP : 223.33.xxx.155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2.5.16 6:09 PM (118.235.xxx.142)

    님이 좀 예민한 것 같은데요 그냥 원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시작하고 정해진 시간에 시험지 걷으면 끝나는 거 아닌가요

  • 2. 받아쳐라
    '22.5.16 6:12 PM (112.154.xxx.91)

    그럼 너는 내가 다 풀었냐고 물으면
    풀었다 아니다로 대답해야지. 상식적으로.
    검토중이 뭐니?


    애가 싸가지가 없네요

  • 3.
    '22.5.16 6:12 PM (223.33.xxx.155)

    하…

    이 글은 시험에 대한 글이 아니고
    학생들의 ‘말버릇’에 대한 글입니다.
    한 예가 어제의 시험일 뿐
    많고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숙제라든가 수업 중 문제 풀이라든가 (학생들과 어쩔 수 없이 용건이 있어서 하게 되는) 카톡이라든가…

  • 4. ,,,
    '22.5.16 6:15 PM (118.235.xxx.142)

    말버릇 때문에 하나하나 다 상처 받으면 그 일을 어떻게 견디나요 본인만 힘들죠 애들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그냥 선을 지켜서 사무적으로 대하세요 정도 줄 필요 없고요 학원강사는 성적을 올리는 사람이지 인성교육을 하는 사람도 아니니 그 애가 개차반이면 내보내세요

  • 5. 님 맞아요
    '22.5.16 6:22 PM (121.186.xxx.195)

    요새 그런 화법이 정치권에서 난무하더라구요 미꾸라지같이 빠져나가는거요

  • 6. 원글님도
    '22.5.16 6:24 PM (121.181.xxx.236)

    상식적으로 너는...하고 말 마치세요.
    싸가지에는 싸가지로 건조하게

  • 7. 맞아요
    '22.5.16 6:26 PM (1.233.xxx.247)

    요즘 그런화법 너무 많아요
    싸가지없는 시키네요

  • 8. 공감합니다.
    '22.5.16 6:36 PM (122.102.xxx.9)

    질문에 맞게 대답 안하는 사람들, 학생도 어른도 참 많아요. 저런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들 가르치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 9. ......
    '22.5.16 6:46 PM (175.119.xxx.29) - 삭제된댓글

    싸가지 없네요. 에혀... 위로 드립니닼 ㅠㅠ

  • 10. ...
    '22.5.16 6:47 PM (220.116.xxx.18)

    전형적으로 면피하려는 말투죠
    요즘 그런 식으로 말하고 본인의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적반하장으로 나갈 포석이라 기분 나쁜 겁니다
    정확하게 대답안하고 어정쩡하고 애매한 표현으로 무책임하게 대답하는 화법
    원글님 고생하십니다

    그들의 상식과 나의 상식이 다른 세계에 사는구나 여러번 생각하게 됩니다

    원글님 수업 시간 내에서는 학생의 상식을 허용하지 마시고 원글님의 상식이 기준이 되어서 수업을 진행하셔야 상처 덜 받으시겠네요

  • 11. ....
    '22.5.16 6:48 PM (223.39.xxx.86) - 삭제된댓글

    싸가지 없네요.
    첫댓도 참..
    위로 드립니다. 원글님

  • 12. ..
    '22.5.16 6:48 PM (223.39.xxx.128)

    아이가 야단을 맞으면 뇌가 쪼그라 든다는 얘기를 책에서 봤다나하면서 자기는 절대 아이에게 큰소리도 안내고, 남편과 다툴 일이 있어도 아이가 집에 있을 때는 안한다는 사람 봤어요. 애 뇌가 쪼그라든다고.
    요즘 사춘기 아이들 집에서도 저렇게 말하는 아이들 많아요.
    엄마 아빠 말꼬리 잡으면서 논리적인 줄 아는.

  • 13. ....
    '22.5.16 6:50 PM (223.39.xxx.54)

    애가 싸가지 없네요.
    첫댓은 또 왜 저런지.
    원글님 위로드려요.

  • 14. 선생님
    '22.5.16 6:51 PM (125.137.xxx.77)

    고생 많으시네요.
    요즘 아이들 참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 15.
    '22.5.16 6:51 PM (118.235.xxx.223)

    냉정히 말하면 서비스 대상 고객이죠
    사교육 강사 저럴때 힘들거 같아요
    사제지간 어른 아이 지간 예의랑 고객 서비스 제공자간 갑질이랑 괴리 생길때요
    걍 그러려니 하세요

  • 16. ㅇ.
    '22.5.16 6:56 PM (118.235.xxx.170) - 삭제된댓글

    성적과 별개로 아이가 정직한 성품은 아니네요

  • 17.
    '22.5.16 6:57 PM (118.235.xxx.223)

    싸가지 없는 이상한 애는 맞네요

  • 18. 쓸개코
    '22.5.16 6:59 PM (121.163.xxx.93)

    신경줄 팽팽해지는 화법이에요. 애가 예의가 없네요.
    지적은 잘 하신것 같은네 남의집 아이 화법을 다 고칠순 없고..
    원글님 스트레스 풀 거리 하나 찾으시는게 좋겠어요.;

  • 19. 공감 백배
    '22.5.16 7:04 PM (218.155.xxx.188)

    왜 단순하게 a를 물었을때 a로 답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꼭 a'나 b로 대답해요 어른들도 그런 사람 많구요

  • 20. 에휴
    '22.5.16 7:38 PM (125.128.xxx.85)

    몇년 차세요?
    맡투까지 신경써가며 그 일 못해요.

  • 21. 그런데
    '22.5.16 8:39 PM (124.111.xxx.108)

    그 학생이 검토라는 말의 뜻을 정확하게 모르는 건 아닐까요?

  • 22. ..
    '22.5.16 11:26 PM (39.7.xxx.71)

    사교육이라 꼭 그런거 아닐걸요? 학교였으면 시험보는데 선생이 자꾸 질문해서 못풀었다고 항의할듯. 그리고 아이들 말에 이렇게 신경쓰면 진짜 마음이 힘들어지죠. 그냥 다음부턴 예스, 노, 질문에 대한 단답으로 대답하라고 교육하는 수밖에요. 그ㄹㆍ니데 상식적으로..라는 말 교사와 학생 사이에 못쓸 말인가요? 교사가 직장상사는 아닌지라 그 비유는 좀 외닿지 않기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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