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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지를 삶다가...

... 조회수 : 1,500
작성일 : 2022-04-17 11:17:27
우거지까지 삶아 요리를 한다니 요리 고수인가 싶겠지만, 이건 요리 초보가 뭘모르고 저지른 참사임을 먼저 밝힙니다

열흘간 몸이 안 좋아서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만있다가 겨우 일어나 활동한지 1주일이 되었습니다
약은 이미 한달 반 이상 먹고 있는데 약보다 휴식이 회복에 도움이 되었는지 좀 살만하게 되어 보양식이 먹고 싶었습니다
평소같으면 어디가서 한그릇 사먹고 오련만 아직 나가 돌아다는 것도 귀찮고 한그릇 말고 며칠 계속 먹자 싶어서 내내 생각나던 갈비탕을 해먹기로 하고 갈비를 주문했습니다
그냥 끓이면 되는 줄 알았던 갈비탕도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갈비 주문하고도 후회를 했지요

문제는 그러고도 정신을 못 차려 반반 나눠서 우거지 갈비탕도 해먹어야지 하는 야무진(?) 생각을 하고 우거지를 사러 나갔습니다
파는 곳도 거의없고 한주먹만큼되는 한근이 2,500원이라 생각보다 비싸더라구요
인터넷에서 파는 냉동 우거지도 비싸기도 하고 최소주문단위조차 너무 많아서...

제가 다니는 집 가까이 채소가게에서 배추겉잎 우거지 한박스에 단돈 1천원인 걸 보지 않았다면 저지르지 않을 사고였죠
천원어치가 얼마나 되겠나 싶어 데쳐 넣으면 되겠다 싶어서 사왔습니다

가게 언니가 담아 건네주는 비닐 봉지를 받자마자 바로 후회를 했습니다
천원어치가 얼마나 많고 묵직한지...
이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은데 황당...
게다가 상한 잎도 다듬고 그나마 잘 정리해 놓은 배춧잎이건만 음식물쓰레기처럼 보이는 통에 걱정이 걱정이...

오후에 점심약속이 있어 간만에 외출해야하는 일요일 아침, 늦잠도 마다하고 우거지를 삶아 봅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그다지 어렵지 않아 조여 손을 댔는데 어떤 과목이나 총론은 쉽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니, 까다롭더군요
고수면 쉬운지 몰라도 초짜라 그런가...
무려 1시간이 걸려 데쳐내 정리해 냉동실에 넣으니 천원어치 배춧잎이 3만원어치 삶은 우거지가 되는 기적이!!!

삶는 과정에서 음식물 쓰레기같던 배춧잎들이 먹음직한 시래기가 되는 건 정말 기적같은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굶어죽지 않으려고 버리는 것없이 악착같이 만들어 먹어온 조상 선배님들의 악착같음과 지혜도 느껴지고, 이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될거라는 걸 알아내다니 하는 대단한 존경도 들고 버려지는 음식으로 인한 환경문제로 골머리인 현대에 되새겨 봄직한 식재료와 음식에 대한 태도에 반성도 하게되고 그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버린 무수한 식재료에 대한 죄책감도 들고...

그래서 천원어치 배춧잎 우거지를 사서 3만원 어치를 만드는 일을 다시 하겠냐 하면 no way!!!
여태 열심히 냉동실 털이해서 이제 냉동실에 공간이 조금 생겼는데 생각지않은 우거지가 산더미처럼 채워서 난감할 뿐이고... ㅠㅠ

다음주에 갈비오면 열심히 먹고 기운 차려야지
근데 갈비탕 끓이기 전에 다시 넉다운 될 듯
IP : 106.101.xxx.16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급에세이
    '22.4.17 11:23 AM (116.41.xxx.141)

    신춘문예 ...읽는 느낌이 ~
    채소는 실컷 정리하고나면 진짜 막 쓰레기느낌이
    특히 시래기계통 ㅎㅎ

  • 2. ,,
    '22.4.17 11:28 AM (72.213.xxx.211)

    인팟에 해서 야들야들 갈비탕 성공하시기 바래요.

  • 3.
    '22.4.17 1:23 PM (175.215.xxx.72)

    잘쓰시네요
    우거지하나로 이렇게 길고 중리된 주옥같은 글이 나올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 4. ㅎㅎ
    '22.4.17 1:55 PM (180.68.xxx.100)

    갈바탕 후기 기다려집니다.
    배추잎 우거지도 말려도 되기는 하는데 일이 더 커져요.
    조상의 지혜 슬로우푸드 드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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