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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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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도 그렇고 하니까 옛날얘기~

비도오고 조회수 : 2,024
작성일 : 2022-04-14 10:50:08

오늘도 비오고 날이 흐리네요.

이런 날은 진짜 집이 최곤데...


비와서 흐리지만

이 비 덕에 온 산야가 촉촉한

수채화 빛이 되어 너무 이뻐요.


커피 한 잔 마시고

갑자기 옛날  초딩 (저때는 국민학교)때 생각이 나서

글 써봐요


5-6월쯤 들에 풀이 제법 자란때였어요

일요일이었나 토요일이었나..

제 등치에 몇배는 되는 큰 소를 끌고

풀 먹이러 신작로 옆 살짝 비탈진 곳에

끈을 묶은 쇠고리를 흙에 박아 놓고

소는 열심히 풀 뜯어 먹으라 하고

저는 친구들이랑 신작로 옆 끝에 앉아서

깔깔거리며 수다 떨고 있었어요.


저 포함 셋.

신나게 수다 떨며 놀고 있는데

그때 군인아저씨를 태운 군차량 한대가

슝~하고 지나 가더라고요.

그 차위에 타고 있던 군인아저씨들 대략 여섯-여덟 정도 되었는데

지나가면서 저희한테

" 애들아~  이거 먹고 놀아~! "  하면서

초코파이를 슉~ 던져주는 거에요

서너개 되었던 거 같아요.


신작로 하나 있는 시골 동네라

초등학교도 걸어서  한시간 정도 걸렸고

동네에 슈퍼는 커녕

군것질 하려면 학교 옆 슈퍼에서 사먹어야 하는데

소 풀먹이며 수다나 떨고 있던 때에

초코파이 간식이라니!!


생각도 못한 횡재에 어찌나 좋던지..ㅋㅋ

옛날 초코파이는 투명 포장지에 별그림 있고

초코파이도 꽤 컸잖아요 (우리가 어리고 작아서 크게 보였던 걸까요?)

가운데 마시멜로도 어찌나 쫀득하며 맛있는지

고거 아껴 먹는다고 겉 빵만 먼저 먹고

마시멜로는 맨 마지막에 한꺼번에 입에 넣기도 했는데..

그냥 빵과 같이 먹는게 제일 맛있는데 말이에요.ㅎㅎ


그날 바람도 적당히 솔솔~ 불고

해는 살짝 따갑고

소는 신나게 싱싱한 풀 뜯고

우린 나란히 신작로 옆에 앉아

초코파이 하나씩 손에 들고 야금야금 먹으며

행복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그때 군인아저씨들 고마웠어요~

IP : 121.137.xxx.231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2.4.14 10:52 AM (58.121.xxx.7)

    풀냄새 소냄새 초코파이냄새가 같이 나는 글입니다♡
    더불어 차 먼지향도요

  • 2. ....
    '22.4.14 10:53 AM (211.221.xxx.167)

    우와
    그 풍경이며 소리가 그려지는거 같아요.
    제가 거기 있던거 같은 기분이 들 정도네요.
    글 정말 잘 쓰세요.

  • 3. dd
    '22.4.14 10:55 AM (210.179.xxx.177)

    초코파이 군인들한테도 귀했을것 같은데
    좋은 군인아저씨들이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애들도 갓 스물 언저리 어린애들인데
    먹을 것 흔하지 않던 시절 시골 아이들에게
    뭔가라도 해주고 싶었을 그 마음이 예뻐요

    원글님의 추억도 아름답고요

  • 4. ..
    '22.4.14 10:57 AM (58.79.xxx.33)

    군인아저씨가 주는 초코파이라니.. 그거 화장실에서 혼자 몰래 먹는거 아닌가요? ㅎ

  • 5.
    '22.4.14 10:57 AM (180.228.xxx.130)

    정말 좋은 추억 그림같네요
    근데 저 50인데요
    부모님이 어릴적 계모임 다녀오시면 꼭 간식 사왔거든요
    풀빵,붕어빵 기다리다가
    안 팔아서 쵸코파이 사오면
    너무 싫어서 울었어요. ㅎㅎ
    먹을것 귀한 시절에 쵸코파이,콘도 싫어했어요
    지금도 안 먹구요
    왜 그런걸까요?
    주로 쮸쮸바 먹었죠

  • 6. 신작로라하니
    '22.4.14 10:59 AM (220.75.xxx.191)

    진짜 옛날같네요 ㅎㅎ
    서울 출신인 제가 자연과 함께 아이답게
    뛰어놀아본 기억은 아빠 사업때문에 일년 반
    충남에 살았던 때 밖에 없어요
    신작로 양 옆으로 아카시아 나무가 많았는데
    초딩 저학년때라 서울말 쓰는 서울여시?라고
    왕따 비슷한걸 당하고 있었던듯한데
    어느날 하굣길에 반 여자애들이 아카시아
    나무 밑에 너댓명이 모여서 긴 막대로
    꽃을 떨어뜨리려 애쓰고 있었어요
    겨우 한 두송이 떨어지면 그걸 맛있게
    나눠 먹더라구요
    말괄량이라 집에서도 어디든 올라가는걸
    좋아하고 잘하던 제가 신발 벗고
    몽키처럼 나무를 타고 올라가 앉아서
    꽃을 뭉터기로 따서 아래로 던져줬고
    애들은 신나서 받아 먹었어요
    그 후로 친구 많아짐ㅋㅋㅋ

  • 7. ㅇㅇ
    '22.4.14 11:03 AM (210.179.xxx.177)

    아, 원글님이 판 깔아주신 덕분에 나무타는 기술덕분에 친구들한테
    아카시아 꽃으로 인심사고 친구얻은 서울여시님 이야기까지..
    마음이 너무 말랑말랑 해지네요~
    좋다~ ㅎㅎ

  • 8. ^---^
    '22.4.14 11:26 AM (106.102.xxx.238)

    수십년전의 군인에게 초코파이는 눈물 젖어 아껴먹던 엄청 귀한거 였잖아요
    기꺼이 동네 꼬맹이들에게 나눠준 맘씨 고왔던 청년들...
    지금은 노년의 신사가 되었겠지만 어디서든 행복하길요

  • 9. 신작로
    '22.4.14 12:06 PM (106.101.xxx.63)

    지금은 광역시 끄트머리로 주소지 변경이 되었지만
    제가 자라던 때는 꽤나 깊은 시골이었어요.
    신작로를 따라 마을이 죽 이어지는 .. 더 더 깊은 산아래 골짜기 마을까지 버스 한대가 하루 서너번 오가고,
    학교 끝나서 먼지 날리는 신작로길을 친구들하고 터덜터덜 걸어서 집에 가고있으면
    선생님이 퇴근길에 택시타고 지나가시다가 우리를 태워주셨어요.
    택시라는 것이 하루에 한번 지나갈까말까 하던 동네.
    때로는 우리마을이 코앞이라 다왔다며 아이들이 거절하는데도 기어이 태워주시곤 하셨죠.
    몇발자국이라도 꼭 태워서 마을앞에 내려주시던 김정ㅅ 선생님
    선생님..

  • 10. ..
    '22.4.14 12:17 PM (219.248.xxx.88)

    언젠지 몰라도 군인등에게도 귀한거 였을텐대요

  • 11. 따뜻함
    '22.4.14 12:19 PM (211.214.xxx.19)

    봄날의 새싹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따뜻한 맘을 가진 분 같으세요.
    댓글에 있는 글들도 정말 아름다운 소품같아요.

  • 12. ..
    '22.4.14 12:43 PM (116.88.xxx.178)

    기슴이 몽글몽글해져요~~

  • 13. 원글
    '22.4.14 1:27 PM (121.137.xxx.231)

    그때는 귀한 초코파이 (직접 사먹는 일이 별로 없었던)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받아서 정말 너무 좋아 신나게 먹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래요.
    한 35년전 일인데 그때 군인에게도 초코파이 간식 정말 귀했을텐데
    우리한테 기꺼이 선물해준 그 마음이 뒤늦게 생각하니 너무 고마운거 있죠
    그땐 그저 뜻밖의 횡재에 정신없이 초코파이 먹느라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말이에요.
    아! 그래도 손은 흔들어 줬네요.ㅋㅋㅋ

    신작로님 저희도 비슷했어요.
    저희도 산아래 산을 병풍처럼 등지고
    신작로 하나에 주르륵 마을이 듬성듬성 있던..
    버스도 하루에 두서너대.
    초등학교때는 마을 또래들이 아침 저녁으로 모여서
    신작로 바깥 흰 테두리 쪽으로만 일렬로 줄 서서 다 같이
    학교로 가고 방과후 집으로 오고...

    분명 있었던 일들인데 그때가 있긴 있었나 싶네요. ^^

  • 14. 아름다운
    '23.10.5 12:11 PM (118.235.xxx.227)

    어렸을때 신작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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