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집 전화로 전화가 왔는데 통신사에서 이용료 연체된 부분이 있어서 당장 내일부터 전화를 끊겠다고 통보하는 거였어요.
어, 안 돼요, 저희 부모님은 휴대폰도 잘 안 쓰시고 집 전화 많이 쓰시는데 이거 끊기면 큰일나요, 했더니 대뜸 제 주민등록 번호랑 은행 구좌번호를 불러 달라는 거예요. 전화가 따님 이름으로 개설되어 있다고요.
그럴리가, 친정집에 우리 처음 이사왔을 때 난 중학생이었는데, 내 이름으로 전화를 개설했다고? 중간에 바꿨나? 좀 이상했지만 사안이 워낙 중요해서 불러달라는 정보를 다 불러줬어요. 또박또박 두 번씩.
잠시후 그 쪽에서 하는 말, 고객님, 사용하시는 다른 은행 계좌는 없으신가요? 해서, 네 저는 통장이라고는 그거 하나가 다예요. 카드도 그 통장에 연결된 직불 카드 하나고요, 했죠. 정말 잔액이 50만원도 안 되는 이 통장 하나 뿐이신가요, 그렇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인생이라고 보시면 돼요 하하, 했더니.
딸깍. 전화를 끊더군요. 나중에 그 전화가 보이스 피싱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밀려오는 자괴감이란. 나는 보이스 피싱 당할 능력도 없는 인간인가. 50만원은 뭐 돈도 아닌가 ㅠㅠ 저 같이 두 번 당하신 분 계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