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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글 (펌)

ㅇㅇ 조회수 : 2,494
작성일 : 2022-03-17 11:38:50
교장선생님의 일침(중동고 이명학 교장선생님)


여러분께 한 말씀 올립니다.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대학 입시를 마감하는 요즈음 서울대학을 비롯하여 이른바 명문대 합격자 수를 궁금해하시는 학부모님과 동문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부임 초 입시에 연연하지 않는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올해부터 학교에서 합격자 수를 알려드리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여러분께서 자꾸 물어오시니 도리없이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본교의 서울대 합격자는 모두 33명(재학생 24명/졸업생 9명)입니다.
참고로 2019년 20명, 2020년 21명, 2021년 20명 이었습니다.
졸업생 9명은 학교에서 직접 자체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서울 대학 공식 발표가 나면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재학생 24명은 자사고로 전환한 이래 가장 많은 수입니다.
연세대(42명)와 고려대(40명)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특히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의예과에 재학생이 각 3명씩 총9명이 합격한 것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수년 전 어느 동문이 총동문회 단톡방에 그해 서울대학 합격자 수를 올리면서 "이사장님과 교장 선생님이 애쓰셨다"라고 쓴 글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글을 보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서울대학 합격이 이사장, 교장과 무슨 관계가 있나요?
고3 선생님뿐 아니라 1학년 때부터 열심히 가르쳐 주신 모든 선생님 그리고 노심초사하신 학부모님과 학생들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이지요.
이사장과 교장이 학생과 선생님을 닦달한다고 입학 성적이 좋아집니까?
게다가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그런 짓을 해서 되겠습니까?
여기는 사람을 교육시키는 '학교'지 입학 성적으로 먹고사는 '학원'이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언론까지 나서서 서울대학 합격자 수로 학교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은 이런 보도가 우리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조차 생각하지 않으니 한심한 노릇이지요.
그리고 특히 대다수 학부모님과 동문들은 그래 입학 성적으로 일희일비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전교생 중 서울대학 입학생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50%정도의 학생은 이른바 'in Seoul 대학'에 조차 입학을 못 합니다.
10%도 안 되는 학생의 성과에 열광할 것이 아니라, 90%학생이 어떤 교육을 받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해 해야 합니다.
근 70여 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올해 서울대학에 몇 명이나 갔냐?"는 질문이 우리 사회와 학교 교육을 얼마나 피폐하게 했는지 반드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둘 특출한 학생을 빼고 학교 교육만으로 서울대학에 입학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의 열정과 학원에서의 입시 준비가 서울대학 입학을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부정하고 싶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학력이 천차만별인 교실에서 수업은 중간 수준 정도에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열반을 나누지 않는 이상 상위권 학생에게 맞는 수업은 애당초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서울대학 합격생이 많으면 공은 오로지 학교 차지가 되니 계면쩍은 노력이고, 서울대학 합격생이 적으면 학교가 무슨 죄라도 진 것 같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많이 가든 적게 가든 학교에서는 똑같이 가르쳤을 뿐이고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면학 분위기를 조성했을 뿐입니다.
매년 똑같이 했습니다.

이제부터 "서울대학에 몇 명 갔냐?"는 질문은 그만둘 때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교육을 잘 받고 성적이 아니라 자신의 소질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학교다운 학교'가 되어야 합니다.
"올해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학생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이 좋습니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미래도 밝아지고 학생들도 환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올해는 전년도에 비해 많은 학생이 서울대학에 합격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부임 후 1년 동안 단 한 번도 고3 담임선생님을 비롯하여 모든 선생님께 서울대학의 '서'자도 꺼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몇 명 입학했는지 물은 적도 없습니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학교는 학교다워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서울대학 합격생이 많아졌다고 교장이 칭찬받을 일은 결코 아닙니다.
학부모님께서 열성적으로 돌보시고, 선생님께서 자상히 보살피시고, 학생이 밤잠 줄여가며 죽기 살기로 노력한 결과입니다.
칭찬받을 사람은 제가 아니라 따로 있습니다.

여러분!
앞으로도 '서울대학에 몇 명 보냈느냐'에 일희일비 마시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우리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2022.2.22.
중동고 교장 드림
IP : 175.223.xxx.110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머
    '22.3.17 11:40 AM (112.153.xxx.148)

    멋진 교장선생님..존경스럽습니다!!

  • 2. 좋은 분
    '22.3.17 11:40 AM (125.137.xxx.77)

    이시네요.
    사실 우리나라는 서울대 졸업생이 망치는걸 많이 봐서...

  • 3. .....
    '22.3.17 11:41 AM (125.190.xxx.212)

    이 분 맞죠? 훌륭하네요.
    https://www.fnnews.com/news/202106141846135095

  • 4. 154.28님
    '22.3.17 11:45 AM (223.62.xxx.118)

    명문의 기준이 sky합격자수 아닌가요???
    우리나라에 진정한 명문이 있나요.

  • 5. 중동고
    '22.3.17 11:48 AM (121.129.xxx.166)

    교장선생님 훌륭한 마인드를 갖고 계신 분이네요.

  • 6.
    '22.3.17 11:50 AM (124.54.xxx.37)

    마지막 말씀 찐 감동이네요
    ...앞으로도 '서울대학에 몇 명 보냈느냐'에 일희일비 마시고,사회구성원으로 우리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짝짝짝 박수보내드립니다~~~!!!!

  • 7. 구구절절
    '22.3.17 11:54 AM (223.62.xxx.248)

    맞는 말씀이지요 구구절절!!!

  • 8. ㅇㅇ
    '22.3.17 11:59 AM (180.230.xxx.96)

    사교육에 종사하고 있는데
    저도 학교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학부모들이 그게 아닌거죠
    학교에
    자신의 삶의 기준을 제발 강요하지 않았으면

  • 9. 100년
    '22.3.17 12:21 PM (1.234.xxx.22)

    예전엔 깡패학교 대명사일 때도 있었죠
    강남가고 자사고에 많이 컸네요

  • 10. 선생님
    '22.3.17 12:39 PM (1.232.xxx.110)

    선생님 감사합니다
    학교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곳처럼 되어야 합니다
    중동고를 빛내고 우리나라를 멋지게 하고 세계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 11. 눈물이 다 나네요.
    '22.3.17 1:00 PM (221.154.xxx.34)

    구구절절 옳은 말씀
    이런분들이 진정한 교육자시죠.
    중동고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은 참 좋으시겠당

  • 12. ...
    '22.3.17 1:51 PM (211.104.xxx.198) - 삭제된댓글

    매년 서울대 몇명 보냈는지 고교 리스트가 올라오고 학부모들은 거기 열광하는데 그 리스트 상위권에 있는 저 학교도 50프로가 인서울조차 못하는게 현실이군요

  • 13.
    '22.3.17 3:17 PM (223.39.xxx.85)

    정말 멋진 마인드이고 실제 초등부터 중등 교육은
    이런식으로 바껴가고 있는데 입시위주의
    성과를 중시하는 학부모들이 바뀌질 않아요
    그냥 주구장창 주입식,강의식 수업이 아니면
    수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식전달이
    아니면 배우는게 없다고
    생각하고 입시성적이 안좋으면 똥통학교라는
    인식이 절대 바뀌지 않더라구요

  • 14. 와우
    '22.3.17 6:35 PM (58.229.xxx.214)

    친척오빠 저기 졸업생인데.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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