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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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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가 좋은점.

붕어빵 조회수 : 2,819
작성일 : 2022-03-16 21:13:37
친구보다 터울이 그리 나지 않는 자매가 좋을때가 언제냐면.
그 어떤 이야기든지 쉽게 그 기억이 떠오르고,
짧은 단어하나만으로도 서로의 맘이 전달되는점이 좋은것같아요.

제가 타인들에겐 절대 제 속깊은 이야기를 하질않거든요.
마음속은 이런저런 생각들로 어지럽고 시끌벅적한데
겉으로 보여지는 저는 묵묵히 얌전하고 말이 없어요.

그런 제가 두살터울의 동생과는 
수다스럽게 말을 늘어놓지않아도 서로
다 알아요.

가난했던 우리집은
자주 주소지가 바뀌었어요.
한달뒤면 또 바뀔테니까
우리식구들은 또 다른곳으로 떠날때까지도
여태 살아왔던 집주소를  몰랐었어요.

몰라도 골목길을 돌고 감나무아래를 걸어오고
수퍼를 지나오는 그 길 어디엔가 
낡은 단칸방 우리가족들의 집이 있으니까요.

철새처럼 잠시 머물렀던 그 방들에 대해
어느날, 잠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을때
아, 그게 나혼자만의 경험은 아니었구나
싶은게

"그집은 밤이면 누가 복도를 걸어다니는 소리가 났어."
여동생의 말에 저도 그 기억이 홀연히 떠올랐어요.
마치 어제의 일인듯 그 집의 정경은
제 머릿속에서 등사기를 켠 스크린처럼
너무도 또렷이 떠올랐어요.

그집은
우리가족들이 머물렀던 집들중에
제일 좋았었어요.
한칸짜리 방이 아닌
작지만 3개나 되는 방이 있었고
낡은 창호지미닫이방문밖엔 바짝 마른 한사람이
지나다닐만한 폭의 복도가 있었어요.
오래되고 변색된 누런장판이 방과 복도에 깔려있었어요.
골목안쪽까지 들어가면 장미넝쿨이 우거진 녹슨철제대문이 있고
그 대문의 쇠손잡이는 입을 벌린 사자얼굴이었어요.
좁은 마당에는 노부부가 사는 안채와 작은 우리집이 있었고
재래식변소가 있었어요.
늘 조용한 마당있는 집이었어요.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골목끝에 있는 집이라 가로등이 없어 밤이면 칠흑같던 그
집은, 낮에 옥상위의 빨래가 말라가는 모습도 들릴것같이 조용한 집이었어요.

그런집이 밤이면
누군가 장판이 깔린 복도를 맨발로 걷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소리는 우리가 잠이 들려는 그순간에 들렸어요.

그동안에 우리가족들이 거쳐왔던 수많은 집들.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공동변소와 공동수돗가.
또 마당에 몇겹으로 드리워진 빨랫줄. 또 많은 빨래들이 너울대고 그 그림자들이
수많은 음영을 만들어내는 좁은 마당들.
바람벽너머로 다 들리는 옆집의 일상들.
오랫만에 잔잔하고 고요한 오수의 시간들이
사자얼굴손잡이가 두개 달린 그 철제대문너머 마당안엔
기품있게 있었어요.

그 집.
우리가 잠들려할때.
늘 들려왔던 그 기분나쁜 발자국소리.
그 기억이 동생의 그 말한마디에 전부 소환되어
밀려오더라구요.
그러고도 우리는 그 시절,
어쩌면 제일 행복했을수도 있었던것같아요.
늘 빨랫줄로 , 공동변소의 순번을 두고.
혹은 수돗세로 싸울일이 없던 그 날들이
잠시라도 있었거든요.

그집은 밤이면
누가 복도를 걸어다니는 소리가 났어.

오싹하면서도  생애처음으로 조용한 마당위에
하얀눈이 내리던 모습이 추억처럼 생각나네요.


IP : 1.245.xxx.138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자주 써주세요
    '22.3.16 9:24 PM (39.7.xxx.236)

    제가 그곳에 있는거 같아요.

  • 2. 글솜씨
    '22.3.16 9:29 PM (58.227.xxx.79)

    너무 좋으세요. 자매가 많아서 저도 좋은데
    진짜 어릴때 언니들이랑 밥해먹고 떡해먹고
    나물도 캐러 밭으로 다니기도 하고...
    너무 재미있는 추억이죠. 그땐 가난해도 힘들지
    않았던거 같아요.

  • 3. ...
    '22.3.16 9:38 PM (220.75.xxx.108)

    맞아요...
    세살 차이 여동생과는 둘만 기억하는 여러가지가 있어요.
    남한테는 말 못하죠. 주로 가난해서 궁상맞게 살던 시절의 에피소드라...
    지금은 너 그거 기억나냐? 하고 한마디만 툭 던져주면 줄줄 나오는 재미난 이야기거리가 되었네요. 가끔 만나서 아무 생각없이 옛날 이야기 하고 오면 역시 친구고 뭐고 동생밖에 없다는 생각이 물씬 들어요^^

  • 4. 원글
    '22.3.16 9:43 PM (1.245.xxx.138)

    그래서 자매라는건 어떤땐 인생에서 선물같은 존재이기도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해요.
    나이드나봐요,^^

  • 5. ...
    '22.3.16 10:52 PM (61.75.xxx.249)

    남매도 그래요.
    엄마가 우리들 어려서 그런적없다고 아니라고 발뺌하면
    남동생이 맞다고 편들어줘요
    동생 없었으면 저혼자 거짓말쟁이 됐을거에요

  • 6. 부러워요
    '22.3.16 11:09 PM (119.71.xxx.177)

    오빠만 둘인 저는 늘 혼자
    전 차라리 오빠있는것보다 외동이었음 좋았을듯

  • 7. 원글
    '22.3.16 11:16 PM (1.245.xxx.138)

    오빠만 있는 친구들이 나중에는 혼자 외롭다는 말을 하기도 하더라구요.
    음... 가끔 외동이면 좋았을것같다는 생각도 공감많이 가요..

  • 8.
    '22.3.17 12:48 AM (211.210.xxx.167)

    원글님, 글 솜씨가 대단하세요. 글 자주 써주세요^^ 남동생인 둘인 저는 여동생이나 언니 있는 친구들이 항상 부러웠어요. 다행히 어릴때 친구들이 아직도 소중한 친구들로 남아서, 자매들처럼 같이 늙어가고 있어요. 어릴때 기억들을 같이 공유하는 진짜 자매들같은 친구들...

  • 9. 사이 좋을 때 얘기
    '22.3.17 1:58 AM (110.12.xxx.40) - 삭제된댓글

    저희 자매도 그랬는데 둘째와 막내가 싸우는 바람에
    오년째 왕래가 없어요
    중간에 낀 저만 곤란한 상황이 많아 피곤하고 짜증나요
    뭔 상처가 그리 많다고 엄마까지 들들 볶아대며
    아직까지 저러는지.. 여기 분들처럼 차라리 엄마를 보지를
    말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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