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브레히트 말을 자주 인용하는데요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떠난다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통찰력이죠. 브레히트의 그 말이
저는 이제 그걸 늘 저를 보면서 느끼고 저희 세대를 보면서 느끼는 거 아니에요?
우리가 결국 과거 대학 시절 계속 파시즘과 싸우는 그런 시절을 보냈는데,
우리 안에 파시즘과 싸우면서 우리가 자기도 모르게 상당 부분 파시스트가 돼 있다고 하는 걸 아주 그냥 섬찟하게 느낄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것을 자각하는 것이 출발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저는 그 선생님의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용어부터 저는 바꿔야 한다고 봐요.
지금 한국 사회는 엄격하게 보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닙니다.
저는 한국 사회를 정직하게 보면 후기 파시즘 사회예요.
전기 파시즘은 우리가 넘어섰어요. 그건 제도로서의 파시즘이죠.
선거를 못 하게 하고 독재 시스템 자체 이게 전기 파시즘이죠.
그런데 이 파시즘, 특히 한국의 군사독재 파시즘 30년이 남긴 유산들 청산됐나요?
제도, 의식, 관행 이게 우리 몸에 그야말로 아비투스라고 하죠? 아비투스로 배어 있어요. 이것이 지금 청산되지 않았다는 거죠.
*사회자: 파시즘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시니까, 이게 뭐지? 이런 사람도 있을 거란 말이죠? 파시즘 하면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파시즘을 사전적으로 이야기하려면 이것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하는 게 많이 있어요. 그런데 그냥 쉽게 이야기를 한다면
독재정권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가장 쉬울 것 같아요. 그런데 독재정권이라고 하면 파시즘의 제도적 측면만 이야기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독재보다는 넓은 틀 그 독재 시스템을 가능하게 했던 의식적, 무의식적, 제도적, 비제도적 모든 전체의 구성체?
이런 걸 파시즘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회자: 그래서 개인에게는 자유를 박탈하고 비판적 사고를 하는 걸 박탈하고 그렇게 되겠죠. 창의적인 인간이 되는 걸 박탈하고...
그러니까 지금 그걸 과연 지금 제가 말씀드린 후기 파시즘 사회로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게 과연 옳은가?
지금 한국 사회는 다 민주화된 것 같은데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을 하죠. 근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보는 거예요.
그게 뭐냐면 제도로서의 파시즘 지금 박정희도 죽었고 전두환도 죽었고 노태우도 죽었어요.
이제는 우리가 눈에 보였던 파시스트들이 다 사라졌죠.
그런데 그들이 우리에게 각인 시켜 놓은 그런 심리적인 각인들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제도도 그대로 남아 있고요. 예를 하나 들면,
지금 OECD 국가 안에서 교사들이 정치적 시민권을 완전히 박탈당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에요.
교사가 정치 활동을 못 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이건 파시즘 정권 특히 박정희 때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 박탈했죠?
그게 아직도 개선이 안 돼 있어요. 이거 어처구니없는 것이고요.
그다음에 한국인의 성격 구조를 보면
굉장히 권위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다 파시즘의 유산이에요.
예를 들면 경쟁의식, 우열의식, 강자를 동일시하는 태도, 약자를 혐오하는 태도,
그다음에 폭력성, 공격성, 흑백논리 이런 것들이 다 파시즘의 전형적인 심리유형이에요.
이게 한국인들에게 그대로 배어 있잖아요? 이걸 빼야 해요. 그래야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민주시민이 되는 거죠.
*사회자: 그래서 교수님은 책에서 내 안에 우리 안에 자기 안에 있는 파시즘을 들여다봐야 된다 말씀하셨고 또 책에 그런 표현을 썼어요.
저도 제 안의 파시즘과 싸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