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퇴근길에, 점심시간에 지나다니는 이발소가 있어요.
지역신문에도 여러번 소개되고 TV에도 나왔을정도로
유명하고 오래된 이발소에요. 50년도 넘은걸로 알고 있어요.
이발소 할아버지는 몇 년 전에 70대 후반이셨으니
지금은 아마 80은 족히 되셨을거에요.
투명한 문으로 언듯 보이는 내부는
아주 오래된 타일로 된 머리 감는곳과 연통이 달린 난로,
낡은 원목 거울장이 보이고요
수건들이 척척 쌓여있는 이발의자 서너개가 보여요.
그리고 그 이발소 터줏대감 노견이 있는데
전형적인 시고르자브종으로 ㅋ
제가 그 친구를 본지가 아마 10년은 넘었을것 같아요.
(제가 지금 직장 다닌지 10년 넘었거든요 ㅋ)
한쪽 귀는 쫑긋한데 한쪽귀는 축 쳐져서는
눈도 꿈뻑꿈뻑 느릿느릿 떴다 감았다 떴다 감았다
걷는것도 느릿느릿 뒤뚱뒤뚱 해요.
처음엔 뭐 저렇게 못생긴 개가 다 있나 했는데
오다가다 정이 들었는지 점점 늙는게 안타깝더라고요.
오늘 아침에 또 거길 지나오는데
할아버지랑 노견이 같이 투명한 문앞에 서서는
바깥을 멍하니 보고 계시더(있더?)라고요.
근데 그 모습이 너무 예쁘면서도 짠하고
뭔가 따뜻하면서도 뭉클한... 그런 감정이 훅 올라오더라고요.
몇 년 전만해도 가게 앞에는 할아버지의 낡은 카스타가 서있었고
동네 마실 다니던 멍멍이가 있었는데..
이제 할아버지 카스타도 없고 멍멍이도 노견이 되어 밖에 나오지도 않아요.
따뜻한 가게 안에서 밖을 멍하니 보거나 엎드려 자는게 일이에요.
그래도 저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 오래오래 더 보고 싶어요.
뭔가 더 멋지게 마무리 하고 싶은데 바쁘고 솜씨도 없어서
이렇게 마무리하네요 ㅋㅋㅋ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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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와 노견
..... 조회수 : 1,405
작성일 : 2021-12-22 10:14:58
IP : 175.119.xxx.29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21.12.22 10:17 AM (218.157.xxx.61)햇볕 따듯한 날 밖에 나와 있는 것 사진으로 찍어두시면 추억 되겠네요
2. 어머나ㅠㅠ
'21.12.22 10:24 AM (122.35.xxx.158) - 삭제된댓글동물농장에 제보해 주세요.
저도 보고 싶어요.3. 충분
'21.12.22 10:25 AM (175.209.xxx.147)원글님 마음이 예뻐서 다른 마무리 없어도 충분히 좋아요.
마음으로 그 풍경을 그리면서 읽었네요.
할아버지와 그 곁을 지키는 노견, 오래오래 건강하길 같이 기원합니다~~4. 아
'21.12.22 10:56 AM (175.114.xxx.96)카스타가 뭘까 궁금...나만 모르는 걸까 또 궁금..
5. 원글
'21.12.22 10:58 AM (125.190.xxx.212)175.114님 자동차 ㅋㅋ 기아 카스타요 ㅋㅋ
6. 어머
'21.12.22 11:08 AM (1.225.xxx.114) - 삭제된댓글동화책같아~
7. 쓸개코
'21.12.22 12:07 PM (218.148.xxx.204)그림으로 그려도 예쁠 장면이네요.
원글님이 글 올려주신덕에 저도 머리속으로 따라 그려봅니다.^^8. 저요
'21.12.22 3:08 PM (112.164.xxx.22) - 삭제된댓글천재유교수란 만화를 좋아하는대요
거기에 이런 묘사가 많이 나와요
매일 가던길에 사람들의 그 행동들,
늘 있던 사람이 안보이면 걱정하는거,
아파트가 아니고 단독 이고 동네 사람들이라 그런가봐요
저는 늘 퇴근하면서 우리집 가기전에 보이는 단독집을 보고가요
창문에 불이 켜져 잇으면 음 저 할머니 잘 계시는구나 하고요
혼자 사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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