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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상하게 누구나 잘 먹는 감자고로케

감자고로케 조회수 : 1,844
작성일 : 2021-11-10 13:15:48
몇 년 전에, 기억이 잘 안나니 십년도 더 된 일일 수도 있어요
그해에 감자가 풍년이라
이상하게 상품으로 팔기 뭐한 감자가 많이 생긴적이 있었어요
큰 박스로 두개정도요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양이었는데
이걸 어떻게 다 먹어치울까 고민을 하다가
하루 날잡고 감자고로케를 만들었어요

그 감자를 다 씻어서 껍질을 벗겨서
대충 비슷한 크기로 잘라서
설때 떡국 끓이는 큰 냄비에 찌구요

이거 찌는 동안 고로케에 들어갈 속을 준비했어요
제가 준비한건
다진 소고기 약한 불고기 양념해서 볶은 것 / 크래미살 찢은 것
볶은 당근
볶은 양파
볶은 새송이버섯 (양파나 당근처럼 다져서 물에 소금넣고 물로 볶은 것)
옥수수알갱이 (통조림 제품 물에 헹궈서)
부추

삶은 감자를 김치 하는 함지박에 쏟아붓고 한김 식혀서 미친듯이 으깨서 ㅠ.ㅠ
저 속 재료를 섞어서 (불고기와 크래미는 다른 함지박에 넣어 두 가지로 만들고)
카레가루를 넣은 버전과 안넣은 버전을 또 만들고
그래서 총 네가지의 고로케 반죽을 만들고 ㅋㅋㅋㅋㅋㅋㅋ(지금 생각해도 좀 미침. 무슨 정성인지)

역시 명절때 전받치는 채반에 달력종이 종이 호일 깔고 모든 준비를 마친다음
빵가로 묻혀서 튀겨냈어요

얼마나 많이 나왔냐면
우리 엄마 아빼 냉장고 냉동실에 쟁반 네 개 분량 넣어드리고
노부모가 계시는 친구들 집에 쟁반 한개 분량씩 다섯명한테 보낼 정도요 

정작 저는 하다가 너무 지긋지긋해서 한개도 안먹어보고 싹 보내기만 했는데

우리 엄마 아빠도 친구들 부모님도
감자철이 오면 그거 이제 다시 안하냐고
고로케 안부를 물으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한번 하고 나니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못난이 감자를 음쓰 만들 수 없다는 절박함에 만든거지 효심이나 인류애로는 못할 일.

지금은 우리 엄마 아빠도 돌아가시고
친구 부모님들도 졸아가신 분 계시는데 
베스트글에 올케한테 음식 보내신다는 분 글 보고 생각나서 써 봅니다.

맛있어요 ... 함 해보세요.
IP : 122.32.xxx.11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1.11.10 1:21 PM (218.148.xxx.195)

    설명만들어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고로케..
    저 중학교때 이걸 학교서 실습을 했어요 ㅎㅎ
    되게 맛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가사선생님 뭐하실지..

  • 2. ...
    '21.11.10 1:24 PM (106.101.xxx.34) - 삭제된댓글

    이상하게 누구나 잘먹는
    이 아니라
    당연히 누구나 잘먹을것 같아요 ㅎㅎㅎ
    넘 맛있겠어요.

  • 3. 오믈렛
    '21.11.10 1:26 PM (125.239.xxx.107)

    올해 들어 읽은 글 중 제일 유쾌한 글이네요.
    고로케 안부를 물어보신다니.

  • 4. 수제가
    '21.11.10 1:28 PM (223.38.xxx.144)

    더 맛남...다 좋은데 그 튀기는게 하기 싫어요. 청소 청소...

  • 5. 우와
    '21.11.10 2:31 PM (210.105.xxx.54)

    진짜 평생 한 번 정도 해볼만한 경험이네요 ㅎㅎㅎ'
    절대 두 번은 안만들고 싶은 양 ㅋㅋㅋㅋ
    너무 맛있었겠어요. 하나라도 드셔보고 보내시지 ㅎㅎㅎ

  • 6. wii
    '21.11.10 3:03 PM (14.56.xxx.71) - 삭제된댓글

    정말 인류애는 마음뿐 아니라 체력과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구나 느끼고 갑니다.

  • 7. 나무늘보
    '21.11.10 3:17 PM (122.35.xxx.230)

    애들 만들어줌 잘먹겠네요. ^^

  • 8. 저장
    '21.11.10 4:37 PM (61.79.xxx.186)

    감자고로케, 맛있겠어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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