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글한줄에 위안받고. 기억하고.

고구마 조회수 : 953
작성일 : 2021-11-09 21:36:09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있던 시가 있어요.

그 시가 언제쯤 머릿속에서 생각나느냐면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의자에 혼자 앉아있을때.
일요일날, 남편과 함께 외곽지의 한적한 강가에서
햇살에 무수히 반짝이는 물살을 바라볼때.

가끔 내 속이야기를 하고싶은데
마땅히 생각나는 그 누군가가 없을때.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있던 시가 생각나요.

시외곽지가 아니더라도,
9살 아이와 함께 근처 시골길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면 그 버스는 덜컹대면서 비포장도로를 달려요.
넓은 창밖너머로, 푸른 저수지가 은빛으로 빛나고
물오리가 날고.
산그늘이 조용히 그 푸른 물가에 비쳐요.
그 버스는 그렇게 한참을 저수지를 돌고,
또 멀리 비좁은 산비탈을 돌고.
말간 유리창너머 세상이 그렇게 흘러갑니다.

그러는동안,
제 마음이 가라앉고

흐르는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버린다.
라는 시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그것으로 위로가 되요.

그래서인지
강가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슬픔을 퍼내고 있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종종,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맞은편 사람에겐
그 어떤것도 물어보지않는 사람을
오랫동안 만날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속에서
저도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았어요.

나는 빨랫줄에 앉아있다.
그는, 내가 한마리 새처럼
빨랫줄인 자신의 몸에 잠시 앉아있는것을
허락한다.
나는 더이상 바랄것도 없이
일방적인 그의 말을
바람처럼, 햇빛처럼 느끼면 되는거다.
그러다가 나는 어느때고 일어나서 포로르 날아가면 되는거다.

그는 빨랫줄.
나는 한마리 새.
그의 언어는 끝이없고 늘 자신의 이야기만 하지만
애써서 들으려하지말고 너무 이해하려 들지않으면
그또한 새털구름처럼 저혼자 그의 말은 흘러갈것이 아닌가.
그또한 외로워서 그런것임을.
나는 또 외로우면 저 시를 떠올리며 위안받으면 되는것이지요.
IP : 1.245.xxx.13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희승의
    '21.11.9 9:51 PM (121.154.xxx.40)

    저문강에 삽을 씻고 아닌가요
    저도 그 시 좋아해요

  • 2. 원글
    '21.11.9 9:52 PM (1.245.xxx.138)

    네, 맞아요^^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라는 대목처럼
    언젠가 저도 진짜 모종삽을 들고 가서 한번 씻어봤어요^^

  • 3. 리메이크
    '21.11.9 10:10 PM (211.36.xxx.62)

    저도 이 시 좋아해요ㅎ

  • 4. 쓸개코
    '21.11.9 10:14 PM (14.53.xxx.3)

    원글님 글 읽고 참 좋다 싶어서 시를 찾아보았어요.
    -----------------------------------------------
    저문 강에 삽을 씻고/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원글님 좋은시 고마워요.
    참 그리고 저는 원글님 글에서 참 맑음을 느낌니다. 가끔 읽고 있어요~

  • 5. .....
    '21.11.9 10:22 PM (211.186.xxx.229)

    예전엔 시집도 사모으고 열심히 시를 읽었는데...
    원글님 덕분에 다시 읽어봅니다.
    감사해요~

  • 6.
    '21.11.9 10:33 PM (211.49.xxx.143)

    덕분에 오랜만에 시를 감상하네요
    사는게 팍팍하네요
    그 좋아하던 시 한편이 넘 오랜만

  • 7.
    '21.11.10 4:11 AM (124.216.xxx.58) - 삭제된댓글

    간만에 시
    감사합니다

  • 8. 원글
    '21.11.10 7:21 AM (1.245.xxx.138)

    시한줄만 남기면
    전문이 꼭 나와요^^쓸개코님이 이번엔 찾아주셨네요^^
    복효근시도 좋아요^^너무 어려운 시는 힘들고 어려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70303 매캐한 냄새가 나는데요 3 담배? 2021/11/10 2,274
1270302 요란했던 82쿡 한강교들이 어디로 갔나 했드만. 22 82쿡 2021/11/10 3,081
1270301 캐롯 퍼마일 자동차보험...괜찮나요? 6 mm 2021/11/10 2,411
1270300 한살림 김장 김치 드셔보신분 계세요? 4 김장고민 2021/11/10 2,264
1270299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실장이 뭐에요?? 32 ... 2021/11/10 3,319
1270298 저는 이 분 남편 지지합니다 2 지지합니다 2021/11/10 1,726
1270297 로컬푸드 출하하시는 분계실까요? 궁금하다 2021/11/10 562
1270296 김치를 택배로 보내보신 분들 계신가요? 9 궁금 2021/11/10 1,494
1270295 이재명 오늘 일정 다 취소 54 ㅇㅇ 2021/11/10 5,769
1270294 연근조림이 너무 익었어요ㅠㅠ 3 초꼬 2021/11/10 1,270
1270293 혜경궁 내사가... 15 ㅎㅎㅎㅎㅎ 2021/11/10 4,238
1270292 도대체 정권교체 해서 뭐하려고? 29 .. 2021/11/10 1,876
1270291 정영학 기소·정진상 소환 언제?..檢 '대장동 수사' 불신 여전.. 6 ㅇㅇㅇ 2021/11/10 462
1270290 의정부시장 어떻게가나요? 4 모모 2021/11/10 842
1270289 회사 관두면 후회할까요? 17 철이없다 2021/11/10 4,167
1270288 패션 고민 12 .. 2021/11/09 2,895
1270287 인간실격 마지막회 2 hhh 2021/11/09 2,567
1270286 오늘 본,,아니 쭈~욱 빛날 명문장 21 요리조아 2021/11/09 3,906
1270285 펌 이력서 위조'는 몇 년형이 적당할까요? 8 궁금 2021/11/09 885
1270284 제나이 48세 모임이나 회사에 가끔들 가방 한번 봐주세요 17 이거 2021/11/09 6,111
1270283 가족 정서는 서양도 비슷해요. 26 2021/11/09 4,786
1270282 이재명 부인 김혜경 새벽에 낙상 사고 SNS 반응 15 gprudn.. 2021/11/09 6,296
1270281 화이자 맞고 가슴 커진분 계세요? 11 .. 2021/11/09 3,628
1270280 jtbc) 새벽 00시 54분 소방서로 전화 걸려와 31 안와골절 2021/11/09 19,467
1270279 월세 처음 살아보는 사람 19 호구 2021/11/09 4,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