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언제일까>
개인적인 인생 영화 몇개를 꼽으라면 그 중에 하나가 왕가위감독, 양조위 장만옥 주연의 화양연화이다. 별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이지만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어지는 배경음악과 두 남녀 주인공(홍콩 배우 중 단연 최고로 꼽는 두 배우)의 분위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화양연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찬란했던 시절,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때를 뜻하는 한자어이다. 이는 비록 사람의 인생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고 흥망성쇠를 겪는 모든 것들에 다 적용될 수 있을듯 하다. 한 때 잘나가던 기업도 언젠가는 망하게 되고, 또 한 세기를 잘 나가던 국가도 언젠가는 쇠락하게 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그 모든 것들은 다 과거의 화양연화를 기억할 것이다.
영국은 18세기가 그들의 화양연화였을 것이다. 그 시절을 잊지 못해 20세기 내내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여전히 과거의 추억에 매달려 21세기임에도 유럽연합 탈퇴 같은 자존심 빼면 밑지는 결정을 하고 만다. 미국의 화양연화는 2차대전 승리 후 70년대까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6, 70년대 미국의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한 미국식 대중문화는 전 지구를 휩쓸었을 뿐 아니라 그 미국 국민 개개인의 삶의 만족도도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일본의 화양연화는 누가 뭐라고 해도 1980년대가 아니었을까 한다. 목에 카메라를 걸치고 깃발을 따라 온 파리며 뉴욕이며 로마를 돌아 다니던 일본 관광객이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전세계 기업 순위 100대 기업에 일본 기업이 무려 70개 가까이 올라거던 시절이었다. 많은 나이든 일본인들은 그 때의 화양연화를 잊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앞으로 두번 다시 그런 영화가 일본에 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에게 그런 기회를 다시 주기에는 지구에 너무나 많는 후보 국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화양연화는 과연 언제일까?
최근 우리나라는 UN 기준, 선진국에 편입되었을 뿐 아니라 전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이때 최고의 K-방역으로 이를 극복하고 최고의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면 영화, 넷플릭스 드라마면 드라마, 음악이면 음악 등 한국식 문화를 전세계에 유행시키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가히 5,000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이 대한민국의 화양연화일까?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아직도 더 큰 이벤트가 남았기 때문이다. 바로 남북한 평화 협정 내지는 교류협력이라는 어마어마한 카드가 남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세계 경제 편입은 상상 이외로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앞선 남한의 경제력이 북한 경제를 주도하게 된다면 북한은 길어도 10년 이내에 베트남 정도는 쉽게 추월하 룻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남북 공동 경제체제가 극히 활성화되는 때 그때가 아마 대한민국의 화양연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시기를 맞이할 세대는 아마 지금의 10대 20대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쩌면 그 이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기본적으로 생로병사, 흥망성쇠는 겪는 것이 당연하고 우리나라도 또 다른 나라의 화양연화에 밀려 언젠가는 무대 밑으로 내려오겠지만 되도록이면 오래오래 그 시기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꿈이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10대 20대들이 좀 더 진취적이고 진보적이며 발전적인 태도를 갖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기성 세대의 책무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오늘 뉴스에서 10대 20대 유권자들 중 상당 수가 다음 대통령으로 수구 부패 인물을 더 지지한다는 뉴스를 보고 걱정이 앞선 것도 고지식한 기성세대의 기우였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