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를 사러 나가면서 강아지는 두고 나갔습니다.
지난 번 비 오는 날 원두를 샀던 그 곳을 찾아간다고 갔는데 상호를 다른 곳과 헷갈려서
제주시내를 뱅글뱅글 돌았습니다. 그런데 제주에 명태, 코다리 음식점이 많이 생겼네요.
제주의 생선이 아닌데.... 갑자기 붐이 불었나봅니다.
좀 더 신중하게 찾아보고 출발했으면 좋았을 것을 까불다가 고생했습니다.
원두를 구매하면 커피를 한 잔 주시는 곳이라 빵을 사서 같이 먹어봤습니다.
빵맛이 괜찮은 편이네요. 내일 먹을 빵도 같이 샀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에 기름도 넣고, 물이랑 간단한 반찬거리를 샀습니다.
사도 사도 끝없이 무엇인가 사야할 것이 생깁니다.
제주는 주유소 기름값이 거의 동일합니다. 담합해서 판다는 뉴스를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습니다. 하여튼 오늘 현재 1690원 동일합니다. 그런데 알뜰주유소는 좀 저렴합니다. 대신 알뜰 주유소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동 동선에서 가깝다면 이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가격 1655원입니다.
집에 돌아와 장본 것을 들여놓고 이름을 부르는 데도 댕댕이가 안 보입니다.
제 숙소는 사실 문을 열어놓고 다니는 상황입니다.
알량한 돌담에 대문을 잠그기는 하지만 현관입구 샤시도 밖에서는 잠글 수 없는 구조라서
처음엔 허술한 안전장치가 불안했지만, 이젠 적응이 되어서 그냥 맘 편히 다니네요.
맘 편히 나갔었는데 강아지가 안보이니 좀 걱정스럽더군요.
이 녀석만 누가 데려갔나 싶어서요... 인물이 워낙 출중하거든요^^
이름을 부르며 방마다 들여다보니 제 침대에서 아예 기절을 하셨더군요.
무슨 개가 저렇게 자나요? 저 녀석이 나를 지켜줄 거라는 기대는 버려야겠습니다.
제게 이 집을 빌려준 지인이 서울에 볼 일이 있어서 아이와 남편만 두고 간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네요. 제 반찬 하는 김에 두부조림이랑 어묵볶음을 넉넉히 해서 아들 녀석 먹으라고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집에 오게 되질 않네요. 두부조림이랑 어묵볶음 뚜껑도 안 덮고 나왔는데,
제 차는 이미 해안도로로 접어들었습니다.
어제 산에 가느라 바다를 못 봐서 그리운 걸까요?
어느 바닷가에 자동차 엉덩이를 디밀고 트렁크에 앉았습니다. 오늘 생각해 둔 방식대로 안녕을 고하는 해에게 저도 안녕을 고하고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아주 쿨하고 단조롭게 가더군요.
아까 낮에 늦은 커피를 마셨는데도 일찌감치 졸립습니다.
그래서 후다닥 하루를 마무리하고 누웠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서울의 비구름이 이제 제주에 도착했나봅니다.
아주 요란하게 비가 내리네요.
빗소리에 잠시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어제 일찍 잔 덕분에 5시30분에 일어났습니다.
처마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엄청 크게 들립니다.
태풍 때는 바람 소리에 묻혀서 빗소리를 잘 못 들었는데, 오늘은 빗소리가 아주 요란하네요.
제가 늦잠꾸러기라서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일이 흔한 일도 아닌데, 깨어 있는 이 새벽이 아깝습니다.
비가 오는 바다를 보러 갈까 어쩔까 하는 사이에 비는 그쳤습니다.
그래도 새벽 바다를 보고 싶어서 강아지를 태우고 차를 몰아 나섰습니다. 해안도로에서 고르고 골라 (차가 없으니 찬찬히 고를 수 있습니다.) 맘에 드는 자리에서 새벽 바다를 바라봅니다.
흐린 새벽의 바다는 어둡고 무거워 보입니다.
파도 소리도 크고 거칠게 들립니다.
젊은 날에 바라 봤던 바다는 늘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저의 모든 고민을 집어 삼켜줄 수 있는 알 수 없는 깊이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젊은 시절의 저는 참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커피 생각이 간절하건만 이른 시간이라 편의점 말고는 문을 연 곳이 없네요. 24시간 순두부집은 열었습니다.^^
비온 뒤의 바닷바람에 좀 추워져서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다가 저 길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항상 궁금해 하면서 지나쳤던 그 오솔길로
기어이 접어들었습니다. 길 입구로 꺾어 들어오기가 좀 까다로운 각도인데, 도로가 한가하니 도전해 봤습니다.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니 우리 동네의 가장 높은 곳으로 연결되는 길이네요.
발아래로 우리 동네부터 저기 바다까지 한 눈에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나 시원하고 아름답습니다. 수평선 끝에서부터 하늘이 개고 있습니다. 하늘 빛이 그야말로 고운 하늘색으로 변하는 중이네요.
그리고 잔디가 예쁘게 자리 잡은 산소도 있습니다.
이 길로 들어와 보길 참 잘했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나오길 참 잘 했습니다.
이렇게 좋은데, 저는 새벽을 많이 놓치고 사네요.
어쩌면 쓸 데 없는 일로 고생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모두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집에 들어와 커피를 진하게, 그리고 넉넉히 만들어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우리 마당 나무에 새 두 마리가 날아와 애정행각중입니다.
저 나무가 높은 나무가 아니거든요. 바닥에서 50센티정도 떨어진 가지에 둘이 앉아서 서로 예뻐 죽습니다. 흐뭇한 미소가 절로 번지는 광경이네요.
그렇게 한동안 놀다가 나 잡아봐라 하면서 한 놈이 먼저 날아올랐습니다.
당연히 다른 하나가 따라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