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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새벽 온통 아픈 것 같은 까망아기길냥이를 데려 와 도움 요청글을 드렸었어요
그 와중 추석도 있었고 온통 정신이 없어서 후기 글 남긴다 마음만 컸었는데 혹시 궁금하실까 근황만 살짝 남깁니다
그 날 새벽 내내 새다가 날 밝자마자 남동생에게 연락을 했어요 긴급 아니면 대부분 서로 문자로 주고 받는 쿨한 형제지간인데 동생이 많이 놀라 달려와줬고 제가 당일 급한 일이 있었기에 동생이 동물 병원에 데려 가 줬어요
일단 영양상태가 그렇게 좋진 않았고 특히 눈 상태가 많이 좋진 않았어요
하지만 고양이 하퍼스 등등 심각한 상태는 아니고 영양이 나빠서 생긴 눈곱이니 안약 처치 받았고 이후엔 관리에 따라 상태나 시력이 결정 될 수도 있다 라고 이야기 들었다 하더라고요 누가 봐도 길냥이로 보이기 때문에 기를 거냐고 질문 받았다는데 동생이 당연히 기른다고 ...네 했다고 하더라고요
전 제가 당연히 기르려고 했어요 동생도 당연히 누나가 기르는 거라 이렇게 까지 했을 테니 나는 다만 도와준 거다, 라고 못 박듯 했고요
그런데 저는 저 혼자 사는 집에 어린 냥이를 혼자 둘 수도 없고
제가 음식도 하고 제사를 차리는 입장이라 추석에 본가인 우리 집에 안 올 수도 없고
그래서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본가 동생 방에서 냥이를 먹이고 재웠어요 조금 괜찮아 보이길래 거실에 내 보내줘도 활동성이 적더라고요 웅크리고 자는 걸 좋아하고 ..냐옹 거리지도 않고 돌아다니지도 않고 다행히 먹성은 좋아서 밥을 주면 잘 먹긴 하지만 알아보는 건지 제 동생을 찾는 것 같고 동생만 좋아하더라고요 그러니 동생이 밥 당번 화장실 당번 놀이 당번 계속 하고요
그런데 동생이 참 남다른 앤게 금방금방 모래도 사 오고 집도 만들어주고 배변도 도와주고 ...스크래쳐?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구해오고..
저에겐 한 번도 제대로 뭘 길러본 적도 없으면서 누나가 지금 되게 잘 못하는 거라고 책임을 지라고 나는 임시로 봐 주는 거라고 하더니 정작 냥이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뚝딱뚝딱 갖추더라고요 지켜보는 아버지는 이게 뭔지 궁금해 하시고요
제가 데려가려고 했더니 동생이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자리 옮기면 놀랜다고 그냥 두라고 하더라고요 훗
아직 1개월 미만 아기이기도 하고 애가 너무 순하고 얌전해 정말 있는 듯 없는 듯 하거든요
그래서 본가에 두고 왔습니다
어제 냥이를 보러 갔더니 정말 며칠 사이 완전 많이 컸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구해 준 ? 저는 못 알아봐요 여기서만 말하지만 저는 좀 많이 섭섭했어요 비록 서투르지만 정말 울고불고 진심으로 너를 대했는데 ㅋㅋㅋ 저는 그냥 그런가봐요 그래도 까만 아기냥 조제가 느낌상 저를 좋아해줌을 느낍니다
집에는 자주 가니까 앞으로 종종 공치사 할 날이 오겠죠
까만 아기냥 이름은 조제입니다 뭐 집사이신 동생이 정했어요 원래 제가 붙인 이름은 종교적이며 멋진 건데 지금 집사 된 분이 그러하자고 하니 그러해야겠죠
그 날 정말 염려해주시고 도움주신 분들,감사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마음으로 큰 신세를 진 셈이라 꼭 글을 남기고 싶었어요 정말 너무 감사했어요 댓글로 많은 응원을 받았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기르려고 한 거고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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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우선 조제가 잘 지내고 있음을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만사에 서투르고 마음만 크지 늘 동생에게 신세지는 누나임을 이번 기회에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둘이 기르던 병아리랑 강아지 생각도 나고.. 그런 얘기도 이번 일로 많이 나눴네요 조제 일로 제가 사고 친 것 같아 머리를 쥐어 뜯었는데 동생님이 있어서 너무 좋다고, 우리가 강아지 기르던 열 살 때처럼 실은 나에겐 강아지 같기만 하던 다 큰 동생을 많이 사랑한다고.. 물론 그런 말은 아저씨가 동생에게 절대 하지 못하지만요...절대 안 할 거지만 그래도 나는 너에게 고맙습니다, 라고 이렇게나마 동생 모르게 전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