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이 깨서 팟캐스트를 아무리 들어도 다시 잠이 들지 못했습니다.
6시까지 뒤척이다가 그냥 산책을 나가기로 했습니다.
새벽의 동네는 아직 어둡지만 환하고, 조용하지만 부산스럽습니다.
차가 다니는 길 말고 집과 집사이의 골목길을 찾아 걷노라니, 누구냐며 불러 세우시는 분이 계십니다. 아마도 낯선 사람이 골목을 다니니 물으시는 것 같습니다.
돌담을 사이에 두고 그 어머님과 잠깐 얘기를 나누는 동안, 그분이 1남3녀의 어머니시며 아들은 제주 모 중학교의 교장선생님이고 둘째 따님은 워싱턴에 거주하는 중이며, 큰딸과 막내딸은 서울에 거주한다는 히스토리를 모조리 들었습니다. 아들네 집도 강아지를 키우는데 하얗고 작다는 걸로 미루어 마르티스나 포메라이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는 아들네가 강아지를 애지중지 하는 것이 못마땅하시고, 딱 표현은 안하지만 서울서 개를 여기까지 동반한 저 또한 이해불가이신 듯 했습니다. 그 댁은 집터가 넓어서 마당에 밭이 들어앉아 있는 모양새인데 스프링쿨러까지 작동시켜 밭농사를 하시더군요. 제주 돌담에 흔히 타고 자라는 넝쿨에 보라색 꽃이 피어 있습니다. 무엇인지 여쭈어보니 콩이라 알려주십니다. 꼬투리가 가늘고 기다란 콩도 몇 개 따서 보여주셨습니다.
즐거운 새벽 수다를 마치고, 동네를 더 돌아봅니다.
제주는 산소가 밭에 모셔져 있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따로 산소관리를 하러 멀리가지 않아도 되고, 부모님 생각이 나면 밭일 하다가도 찾아갈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산책을 마치고 들어와 다시 한 잠 잤습니다. 졸리면 자고, 잠이 깨면 움직이고 정말 팔자가 늘어집니다.
연휴가 끝났으므로 오늘은 저도 업무를 좀 보려고 합니다.
일단 커피를 만들고, 아침준비를 하는데 누군가 계십니까 하고 큰소리로 부릅니다.
나가보니 상수도 검침을 하러 오셨다네요. 집이 비어 있을 때 오셔서 헛걸음을 몇 번 하셨나봅니다. 집주인 번호를 알려드리고 전화주시면 계량기 숫자를 보내라고 전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절 방해하지 않고 새소리가 들리는 마당을 마주보며 일을 하니, 별로 힘들지 않고 즐겁습니다. 한참 일을 하는데 또 누군가 대문을 두드립니다. 이번엔 전기 검침을 나오셨네요.
혹시 집주인 연락처를 드릴까요 했더니, 번호를 입력하시고 양해해주시면 훌쩍 담을 넘어서 검침하고 가도 되겠냐고 하시네요. 그러시라고 했습니다. 사실 외출하면서 대문을 잠그는 집은 이집밖에 없는 듯 했습니다. 집주인에게 전달했더니 잘했다고 하네요. 원래 제주는 대문도 없이 살던 지역이니 그런가 봅니다. 하긴 낯선 사람이 보이면 온 동네 분들이 주시하시니까요. 집주인이 주유소에 기름을 한 드럼통 주문하라는 미션을 주었습니다. 전화해서 주문하니 한시간정도 후에 오실 수 있다는군요. 일하고 있다 보면 기름 배달도 받아 보게 생겼습니다.^^
오늘은 제대로 제주주민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