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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명절에 우울한 이유

나를부르는숲 조회수 : 3,579
작성일 : 2021-09-22 10:05:47
저는 이혼을 한 30대 후반 여자입니다.
10대 초반인 딸이 하나 있어요.
아이가 3살 때 이혼을 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어린 아이를 두고 이혼을 했을까. 이제 이혼에 대한 미안함은 다 해결을 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20대 초중반까지 마음이 많이 어려웠습니다.
거의 살아갈 목적을 얻으려고 아이를 낳았어요.
제게는 유효한 선택이었습니다.
이혼 후 시작한 공부로 어느 정도 인정받는 결실을 맺었고,
플랜 비를 구상 중에 있습니다.
두 일 모두 제 과거의 고통을 쓸모있게 사용하는 일입니다.

경제적 무능과 무책임과 오만함과 무기력.
그게 전남편이었고,
나중에 깨달아보니 제 어머니와 아버지를 합쳐놓은 모습이었습니다.
제 모습이기도 하겠죠...

어쨌든 저는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제 안의 덜 자란 아이를 확인합니다.
이번 명절에는 딸과 단둘이 숲 근처 복층 구조의 숙소에서 2박을 하고,도시의 호텔에서 1박도 했어요.
그런데 울적해요.
가만 생각해보니 제가 제 아이처럼 십대 초반이었을 때
명절이 늘 칙칙한 회색이었던 것 같아요.
술이 너무 좋아 당시 고가로 구입했을 차를 친척에게 넘겨버린 아버지.
명절이면 늘 성묘 후 들른 고모집에서 고주망태가 되어 짐짝처럼 외가로 부축 받아 왔고
갈 데가 외가뿐이던 저희들은 그 모습을 다 보고, 엄마의 악다구니도 들어야했죠.
어느 추석 날엔 엄마가 그 꼴을 보다 성질이 뻗쳐 혼자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 버렸고,
너희들은 따라오든지 말든지 하라 했죠.
술에 취해 고꾸라진 아빠. 그런 아빠를 한심해하는 외가 친지들.
그래서 아마 저희는 엄마처럼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었나봐요.
명절이라 한산하기 그지없는 버스를 타고,
덩그러니 한숨 쉬는 형제자매의 뒤통수를 보며
열린 창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바람을 느끼며
참 불행하다 생각했던 어린 날이 떠오릅니다.

부모님은 늙고 병든 지금에도 여전히 가난하고 서로 싸우시네요.

이번 명절까지만 울적하고 싶은 바람을 담아 몇 자 적어봅니다...
다음 명절에도 딸과 단둘이 여행을 할 거예요.
이번엔 다소 충동적이었지만
다음엔 뭔가 계획을 세워볼 거예요.
이번엔 외식을 한 끼도 못했는데...
외식을 했다면 울적함도 없었을 거라고... 객쩍은 코로나 탓을 해봅니다.
IP : 106.241.xxx.217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제
    '21.9.22 10:13 AM (110.15.xxx.45)

    아프고 슬펐던 옛날의 나는 잊으시고
    따님과 행복하고 따뜻한 명절 보내시길.
    조금은 단촐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무궁무진하시잖아요

  • 2. Juliana7
    '21.9.22 10:13 AM (220.117.xxx.61)

    다 지나갈거에요. 괜찮아요
    님 노력하고 사셔서 이제부터 좋을겁니다.
    훌륭한 분이 글을 쓰셨네요. 감사합니다.

  • 3. ....
    '21.9.22 10:14 AM (68.1.xxx.181)

    따님과 좋은 추억 쌓길 바래요.

  • 4. ...
    '21.9.22 10:23 AM (211.212.xxx.185) - 삭제된댓글

    이다음에 따님이 원글 나이가 되었을때 명절마다 엄마의 우울해하던 기억을 떠올리지 않도록 지난날은 덮어버리고 지금을 즐기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따님과 원하는 숙소로 호텔로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을 수 있게까지 얼마나 애쓰셨을까 저는 원글이 참 대견합니다.
    어린시절은 다시 돌아오지않잖아요.
    아이와 부디 밝은 추억을 많이 많이 만드세요.

  • 5. 나를부르는숲
    '21.9.22 10:24 AM (106.241.xxx.217)

    따뜻한 댓글들 하나하나 감사합니다...
    힘내서 살아볼게요.
    이따 아이랑 다이소 쇼핑이라도 하려구요 ㅎㅎ

  • 6. 성숙
    '21.9.22 10:30 AM (211.226.xxx.100)

    어린시절의 나의 결핍이 내 스스로가 아닌 부모님 으로부터 왔는데
    더 성숙되어 가는 나를 봅니다.
    기특하고 고귀한 나를 보듬어 주세요.
    따님이랑 다이소 가신다니
    형형색 단추 모아서 파는칸 에서 파스텔 단추 사세요
    접시에 와르르 쏟아 놓으면 참 예뻐요^^

  • 7. ㅇㅇ
    '21.9.22 10:54 AM (175.199.xxx.117) - 삭제된댓글

    따님은 명절 휴가때
    엄마랑 좋은곳에서 쉬고그런 기억일거예요
    앞으로 좋은일만 있을겁니다
    지금잘하고 계세요

  • 8. ...
    '21.9.22 11:06 AM (223.39.xxx.177)

    따님과 좋은 추억 만드세요.

  • 9. 아픔
    '21.9.22 11:41 AM (58.236.xxx.102) - 삭제된댓글

    용기와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분같아요.
    아직 젊은분인데
    대견하고 내면이 강하신분같아요.
    따님과 좋은추억 많이 간직하시고
    점점더 행복해지실거예요.
    힘내세요

  • 10. 세상에나
    '21.9.22 1:06 PM (222.236.xxx.99) - 삭제된댓글

    어떻게 다이소를 생각해내셨어요.
    완전 그녀들의 핫플에스예요. 유쾌하고 멋진 엄마인듯요.
    명절의 스산한 풍경과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알아버린 부부관계의 고단함이 안쓰러워요.
    햇빛 좋지요. 저 말갛고 투명한 공기에 마음 속 켜켜이 앉은 먼지들 탈탈 털고 뽀송해지세요.
    딱히 일정을 소화해내지 않아도 되는 딸과의 느슨한 며칠!
    근사해요.

  • 11. 세상에나
    '21.9.22 1:55 PM (222.236.xxx.99) - 삭제된댓글

    어떻게 다이소를 생각해내셨어요.
    완전 그녀들의 핫플레이스예요. 님 유쾌하고 멋진 엄마인듯요.
    명절의 스산한 풍경과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알아버린 부부관계의 고단함이 안쓰러워요.
    햇빛 좋지요. 저 말갛고 투명한 공기에 마음 속 켜켜이 앉은 먼지들 탈탈 털고 뽀송해지세요.
    딱히 일정을 소화해내지 않아도 되는 딸과의 느슨한 며칠!
    근사해요.

  • 12. 댓글들
    '21.9.22 8:03 PM (49.164.xxx.52)

    글쓴님도 댓글님들도 모두 멋지네요
    배울점을 느끼며 오늘도 좋은글 읽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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