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을 먹으러 카페에 갈거예요.
여기 친절한 댓글 친구들이 알려주신 카페에 들러서 아침을 먹고, 새별 오름에 다녀오려구요.
애월에 있는 HOLZ 라는 카페는 추석당일인데도 문을 열더라구요.
빵도 맛있고 커피도 괜찮고, 가격도 사악하지 않고, 주변 환경도 정리된 산속이라 잠깐 산책하기 훌륭한 곳이었답니다.
강아지와 동행이므로 야외석을 택했더니 커피와 빵을 바구니에 담아서 가져다 주시네요.
명절 당일인데도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오시더라구요.
저는 젊은 날에 상상도 못했던 일이네요..
그리고 제주관광공사는 휴일 없이 연중 전화통화가 가능하네요. 혹시 하고 걸어봤는데 받으셔서 진짜 반가웠어요.
호사스런 아침 식사를 마치고 새별 오름으로 향했습니다.
카페에서 새별 오름으로 넘어가는 길도 정말 좋아요. 저는 해안 도로보다 이런 산간 도로에 오면 아! 내가 제주에 있구나... 그런 느낌이 팍팍 오더라구요.
새별 오름에도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새별 오름은 제가 20여년 전에 제주관광공사 직원 분께 물어물어 알아냈던 곳입니다.
제가 지금 제주의 서쪽에 있는데.... 비행기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동쪽으로 넘어갈 수는 없고...
근데 숲이 우거지지 않고 억새가 있는 그런 오름을 보고 가고 싶다고... 알려달라고
거의 떼를 쓰다시피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 관광공사 직원 분이 아주 작고 조용한 곳인데 원하시는 분위기랑 맞을 것 같다고 알려주신 곳이 새별 오름이었어요.
그 때는 올라가는 길도 그냥 흙길이었고, 사람이 오지 않아서 주차하고 오름으로 다가가니
노루들이 뛰놀고 있더라구요.
그 이후 새별오름은 제가 사랑하는 제주의 한 부분이었는데, 어느 날 방송에서 효리가 알려주는 바람에 이젠 관광객이 정말 많아서 한 때 입장을 제한하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건 여러모로 부작용이 더 큰 것 같아요.
오른 쪽 길을 선택해서 올라가는데 우리 나이 많은 댕댕이가 너무 힘들어 하네요.
안 간다고 막 주저 앉고 ...
지나시는 분들은 저보고 안고 가라고 하시고...
가다 쉬다를 몇 번 하고 겨우 정상에 올랐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느낌은... 새별오름은 아래서 위로 올려다 볼 때가 훨씬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보리색 억새가 빛나는 물결이 되어 흔들리는 환상적인 언덕의 모습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정상에서는 저 멀리까지 보이는 시원함이 있지요.
정상에서 한참을 주저 앉아서 쉬고 강아지의 헐떡이는 숨이 진정되었을 때 내려왔습니다.
네 발 짐승이라 그런지 내려오는 길은 아주 신나서 내려가더군요.
새별 오름은 평일에 좀 더 이른 시간에 다시 한 번 와야겠습니다.
인적이 드물었던 고즈넉하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 한 번 더 대여섯시 해지기 직전에도 와보렵니다.
집에 돌아와서 햇볕이 쨍쨍한 마당에 물을 뿌리고 빨래를 해서 널었습니다.
바다로 외출한 날은 집에 오면 온 몸이 끈적이는 느낌이 불편해서 바로 샤워를 해야 하는데,
산으로 다녀오니 그렇지 않습니다.
바다 가까운 곳은 여행으로는 좋지만 뿌리를 내리고 살기에는 좀 어렵지 않겠나 생각해봅니다.
빨래를 널고 얼굴에 팩을 한 장 얹었습니다.
댕댕이는 또 실신입니다. 저 녀석에게는 너무 강행군인가 싶습니다.
다음엔 두고 나갈까요?
그렇게 우리 집은 다시 고요합니다.
저는 직장을 마무리 할 때쯤 그러니까 몇년뒤에는 2년쯤 제주에서 살아 보고 싶은 생각이 점점 더 간절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