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주 3주 살이의 시작-그것은 (다섯번째)

이것은 조회수 : 2,570
작성일 : 2021-09-16 10:19:19

 

태풍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아직 비는 오지 않고 있습니다.

소심하게 동네 산책에 나섰습니다.

어제보다 훨씬 여유로운 산책길입니다.

지나다 보니 돌담위를 걸어가는 고양이들도 몇 마리 보이고, 우리 강아지를 향해 짖어대는

개들도 몇 마리 있습니다. 마을 뒤에 작은 산이 있는데, 그곳으로 가려면 가장 맹렬히 짖어대는 개가 있는 집을 지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개를 키우지만 저렇게 맹렬히 짖어대는 덩치 큰 개는 좀 무섭습니다. 혹시 우리 댕댕이가 공격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걷다보니 쓰레기를 버리는 클린하우스가 있네요. 이곳에 일반쓰레기, 음식물쓰레기도 버리고 분리수거도 하게 되어 있네요. 플라스틱은 월,수,금,일요일 오후3시부터 새벽4시까지 버릴 수 있고, 종이와 비닐류는 화,목,토요일 같은 시간에 버리도록 되어 있네요. 규칙이 엄결해 보입니다. 제주에 왔으니 제주의 법을 따라야겠죠. 실수 없이 잘 버려야겠습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동네 한 바퀴 돌고 나니 또 밥시간이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제주에 와서 즉석밥 먹은 거 빼고는 밥을 먹지 않았네요.

그래서 점심에는 밥을 해먹기로 합니다.

냄비 밥을 안치고, 오이 두 개를 어슷 썰어 소금 뿌려 둡니다.

두부조림을 해먹으려고 두부를 썰었는데 두부에 수분이 많은 상태입니다.

저의 또 다른 희망사항 하나!

삼시세끼 차승원처럼 마당에서 튀김이나 볶음요리 해보기!

기름이 마구 튀거나 말거나 자유롭게!

그래서 휴대용 가스렌지랑 두부랑 기름이랑 이고지고 날라서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태풍이 지나고 있는 중이지 않습니까?

가스불이 바람에 날려서......

요리 불가입니다. 희망사항에 꽂혀서 너무 흥분했었나봅니다.

이궁.... 다시 이고지고 주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실패했지만 태풍이 가고 나면 반드시 고등어를 지글지글 구워 먹겠습니다.

또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비가 많이 오면 밭에 있는 상추가 녹아 버린다던가 뭐 그런 얘기를 들은 것만 같은데...

여기 텃밭의 상추들은 아주 쌩쌩합니다. 제가 잘 못 알고 있는 걸까요?

그래서 상추도 또 수확해 줍니다.

제가 이렇게 요리를 잘하는 여자였는지 미처 몰랐었습니다.

오이무침도, 두부조림도 어쩜 이렇게 맛있게 잘 했을까요?

밥을 추가로 더 먹었습니다. 냄비 밥이라 좀 허전한 거라고 스스로에게 이해시킵니다.

 

책을 좀 읽다가 잠이 들락 말락 하려고 해서 잠도 깰 겸 창문을 열고 차를 살펴봤습니다.

블랙박스 점멸등이 꺼져 있군요. 배터리가 20프로 이하로 떨어지면 꺼지게 설정되어 있는데...

내일도 나갈 계획이 없고 어쩌면 모레도....

방전될까 싶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디든 좀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딜 가나..... 갈 데도 없는데...

원두가 세 번 정도 먹으면 없을 것 같아 원두를 사러 나갔다 오기로 합니다.

시간이 세시가 넘었으므로 멀리는 못가고 가까운 곳으로 검색해서 출발했습니다.

열심히 차를 달려 도착해보니.... 문이 닫혀 있습니다.

영영 문을 닫은 것인지 오늘 하루 쉬는 것인지 알 길이 없네요....

일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도착해서 블랙박스의 전원선을 빼두었습니다.

2-3일은 차량운행을 하지 않을 예정이니... 빼두는 것이 안심이 될 듯합니다.

집콕 하는 동안 원두 맛이 좋은 곳을 잘 찾아서 태풍 후에 사러 나가봐야겠습니다.

 

오후에 욕실에서 개미들이 발견되었습니다.

한두 마리가 아니고 꽤 많은 개미들이 마당 쪽으로 난 문틈에서 떼 지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아마 비가 많이 와서 그런 게 아닌가 싶네요.

주방과 거실에서도 개미들이 많이 보이네요.

일단 보이는 개미는 꼼꼼히 잡고, 집주인에게 문의하니 우선 모기향을 피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개미들이 들어오는 주출입구로 보이는 두 곳에 모기향을 피워두었습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일은 이렇게 번거로운 일도 생기는 거네요.

다행히 모기향을 피워 두니 개미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같이 더불어 살기는 좀 어렵겠지요? 위생 문제도 있고...

 

이놈의 태풍!

쫓아가서 엉덩이를 차주고 싶네요.

뭘 하느라 이리 꾸물거리는지... 며칠 째 우릉 우릉 거리기만 하고 지나 가질 않는군요.

이런 날씨에도 새들은 여전히 지저귀네요.

아침이면 여러 가지 소리의 새소리가 들립니다. 어쩜 저는 단 하나도 이름을 모르네요.

며칠 동안 동네에서 사람 구경을 못했었는데, 오늘은 창밖으로 지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시네요. 그냥 혼자 마음이 찰랑이면서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오늘은 전자렌지에 찐 감자와, 삶은 계란, 사과 그리고 커피로 아침을 먹습니다.

82에서 알게 된 에그 타이머로 계란을 삶으면 제가 좋아하는 노른자가 살짝 질척한 삶은 계란이 쉽게 된답니다.

저는 후딱 씻고 어제 사지 못했던 원두를 사러 다녀오렵니다.

줄어드는 원두를 바라보는 게 힘이 드네요^^



IP : 118.43.xxx.144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작년에
    '21.9.16 10:24 AM (124.54.xxx.76)

    제주살면서 태풍땜에 고생했었네요

  • 2. ㅇㅇ
    '21.9.16 10:26 AM (175.125.xxx.199)

    숯불에 고등어자반 몇번 구워먹었더니 가스불에 생선 못구워먹어요. 너무 맛있어요.

  • 3. 막대사탕
    '21.9.16 10:48 AM (121.124.xxx.9) - 삭제된댓글

    글 로도 풍경이 제대로 그껴지네요
    그냥 혼자지내는 무심한삶
    너무 그립고 부럽습니다

    이쁜 제주 소식 또 기대할게요
    태풍은 살짝 비껴가기를

  • 4. 막대사탕
    '21.9.16 10:49 AM (121.124.xxx.9)

    글만으로도 풍경이 제대로 느껴지네요
    그냥 혼자지내는 무심한삶
    너무 그립고 부럽습니다

    이쁜 제주 소식 또 기대할게요
    태풍은 살짝 비껴가기를

  • 5. ..
    '21.9.16 10:56 AM (117.111.xxx.108)

    저도 아이가 다 자라고 직장에서 퇴직하면 강아지 데리고 제주에서의 한달살기를 꿈꿔보게 되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 6. 애월
    '21.9.16 11:31 AM (211.223.xxx.213)

    옆동네 한림에거주중입니다
    님글을 한줄한줄 소중하게 읽습니다
    맞아요 태풍이 매우 느린걸음으로 오는중이라는데 비도 바람도 없네요
    하루에도 몇번씩 창밖을 봅니다
    우리집 순댕이강아지도 비가올까 아침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제주의 가게들은 예고없이 잘 쉽니다
    헛걸음이 잦지요
    전화로 확인하는 버릇이 들었답니다
    여기는 금능바닷가가 차로 오분거리예요
    소박하고 예쁜바다입니다
    아침이면 동네강아지들이 많이 오구요
    아 제주살이 이년차 원글님께 막 알려주고 싶은마음이 ..,....,,
    자주 소식주세요^^

  • 7. Pianiste
    '21.9.16 11:43 AM (116.47.xxx.134)

    제주 한달살기를 십년전에 했고, 제주 자주 가는 제가 추천드리는데, 태풍이 지나갈 때 외돌개 가보심 장관이에요.
    숙소가 북쪽이라 외돌개가 멀다면 가까운 함덕 델문도라도.
    태풍때 바다는 정말 웅장해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힐링 제대로 하시네요

  • 8. 이것도
    '21.9.16 12:09 PM (118.43.xxx.144)

    저도 아이들 키울때는 이런날이 오려나 싶었는데
    이런날이 오긴 오네요.
    한림님 태풍지나면 강아지 데리고 산책번개하면 좋겠어요^^
    금능해수욕장은 어딘지 대충 안답니다

  • 9. 이것도
    '21.9.16 12:10 PM (118.43.xxx.144)

    오늘이나 내일 태풍구경을 가야하는 걸까요?
    가슴이 설렙니다. 좀 무섭기도하구요~~

  • 10. 저도 제주도민
    '21.9.16 4:25 PM (114.203.xxx.50)

    님 글읽는것도 제겐 소중한 소소한 일상이네요
    태풍쯤은 이제 그러려니 합니다...
    이런날은 잘 안나가지만 부득이하게 옆 수퍼라도 가려면
    우비입고 나갑니다.
    저도 태풍 지나가면 집근처 정방폭포 자구리공원 천지연 외돌게
    로 동네 투어 나가보렵니다!^^

  • 11. 저도 제주도민2
    '21.9.16 6:49 PM (117.111.xxx.81)

    원두는 하소로 추천합니다~
    태풍 오기직전의 고요,정적도 좋고
    지나고 나서 선물같이 맑은 파란하늘,흰구름도 좋지요.
    저는 바닷가에 나가
    비바람속에 포효하는 바다 바라보는것도 엄청 좋아합니다^^

  • 12.
    '21.10.24 6:47 PM (121.160.xxx.182)

    제주...5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64231 "윤석열,5·18묘지서 무릎 꿇고 사죄할 것".. 18 ㅇㅇ 2021/10/28 1,533
1264230 가을 냄새가 너무 좋네요 8 아! 2021/10/28 2,454
1264229 밤에 혼자 잘 주무시나요? 16 가위 2021/10/28 3,055
1264228 처음보는 옷이면 빈번하게 지적하는 지인 5 김진영 2021/10/28 3,366
1264227 시티은행은 왜 철수하나요 9 ㅇㅇ 2021/10/28 3,977
1264226 국민 67.1% 검찰수사 불신, 이재명 대장동 특검 도입 초읽기.. 11 ㅋㅋ 2021/10/28 1,328
1264225 지병이 있지않고서야 5 2021/10/28 1,917
1264224 부천시와 부평은 다른가요? 4 ..지방사람.. 2021/10/28 2,097
1264223 백내장 수술시 보호자 동반해야 하나요 8 혼자갈까 2021/10/28 2,734
1264222 전원일기 응삼이 쌍봉댁 재혼했는데 10 재방중 2021/10/28 4,207
1264221 더불어민주당 35% VS 국민의힘 31% (nbs지표조사) 12 ㅇㅇ 2021/10/28 1,121
1264220 고추장이 시큼한데 어쩌죠? 1 시다 2021/10/28 1,436
1264219 스페인어 독학 방법 있을까요? 8 아자아자 2021/10/28 1,633
1264218 배탈후 항문 가려움 어떻게 하죠? 4 ㅠㅠ 2021/10/28 2,249
1264217 류준열 못생겼어요 37 모순덩어리 2021/10/28 5,964
1264216 마트에서 파는 양장피 드셔보신분 계실까요 14 궁금 2021/10/28 2,228
1264215 윗집누수면 도배는 6 누수 2021/10/28 1,632
1264214 화이자 백신후 타이레놀복용량 3 .... 2021/10/28 1,406
1264213 아이랑 광주에 가요 10 전남 광주 2021/10/28 1,683
1264212 지앙 수저세트 쓰시는 분이요~~ 2 써니베니 2021/10/28 1,404
1264211 가족들하고 얼마나 말 많이 하시나요? 2 궁금 2021/10/28 1,546
1264210 전업의 가장 좋은 점은 시간이 자유롭다는거겠죠? 10 전업 2021/10/28 3,141
1264209 아토피에 한약먹이는데 너무 잘들어서 29 ㅇㅇ 2021/10/28 3,315
1264208 중딩 아들이 모범상을 받아왔어요 15 너가 모범이.. 2021/10/28 3,003
1264207 시판 갈비탕 고기가 질긴데 오래 끓이면 될까요? 5 질기다 2021/10/28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