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아직 비는 오지 않고 있습니다.
소심하게 동네 산책에 나섰습니다.
어제보다 훨씬 여유로운 산책길입니다.
지나다 보니 돌담위를 걸어가는 고양이들도 몇 마리 보이고, 우리 강아지를 향해 짖어대는
개들도 몇 마리 있습니다. 마을 뒤에 작은 산이 있는데, 그곳으로 가려면 가장 맹렬히 짖어대는 개가 있는 집을 지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개를 키우지만 저렇게 맹렬히 짖어대는 덩치 큰 개는 좀 무섭습니다. 혹시 우리 댕댕이가 공격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걷다보니 쓰레기를 버리는 클린하우스가 있네요. 이곳에 일반쓰레기, 음식물쓰레기도 버리고 분리수거도 하게 되어 있네요. 플라스틱은 월,수,금,일요일 오후3시부터 새벽4시까지 버릴 수 있고, 종이와 비닐류는 화,목,토요일 같은 시간에 버리도록 되어 있네요. 규칙이 엄결해 보입니다. 제주에 왔으니 제주의 법을 따라야겠죠. 실수 없이 잘 버려야겠습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동네 한 바퀴 돌고 나니 또 밥시간이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제주에 와서 즉석밥 먹은 거 빼고는 밥을 먹지 않았네요.
그래서 점심에는 밥을 해먹기로 합니다.
냄비 밥을 안치고, 오이 두 개를 어슷 썰어 소금 뿌려 둡니다.
두부조림을 해먹으려고 두부를 썰었는데 두부에 수분이 많은 상태입니다.
저의 또 다른 희망사항 하나!
삼시세끼 차승원처럼 마당에서 튀김이나 볶음요리 해보기!
기름이 마구 튀거나 말거나 자유롭게!
그래서 휴대용 가스렌지랑 두부랑 기름이랑 이고지고 날라서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태풍이 지나고 있는 중이지 않습니까?
가스불이 바람에 날려서......
요리 불가입니다. 희망사항에 꽂혀서 너무 흥분했었나봅니다.
이궁.... 다시 이고지고 주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실패했지만 태풍이 가고 나면 반드시 고등어를 지글지글 구워 먹겠습니다.
또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비가 많이 오면 밭에 있는 상추가 녹아 버린다던가 뭐 그런 얘기를 들은 것만 같은데...
여기 텃밭의 상추들은 아주 쌩쌩합니다. 제가 잘 못 알고 있는 걸까요?
그래서 상추도 또 수확해 줍니다.
제가 이렇게 요리를 잘하는 여자였는지 미처 몰랐었습니다.
오이무침도, 두부조림도 어쩜 이렇게 맛있게 잘 했을까요?
밥을 추가로 더 먹었습니다. 냄비 밥이라 좀 허전한 거라고 스스로에게 이해시킵니다.
책을 좀 읽다가 잠이 들락 말락 하려고 해서 잠도 깰 겸 창문을 열고 차를 살펴봤습니다.
블랙박스 점멸등이 꺼져 있군요. 배터리가 20프로 이하로 떨어지면 꺼지게 설정되어 있는데...
내일도 나갈 계획이 없고 어쩌면 모레도....
방전될까 싶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디든 좀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딜 가나..... 갈 데도 없는데...
원두가 세 번 정도 먹으면 없을 것 같아 원두를 사러 나갔다 오기로 합니다.
시간이 세시가 넘었으므로 멀리는 못가고 가까운 곳으로 검색해서 출발했습니다.
열심히 차를 달려 도착해보니.... 문이 닫혀 있습니다.
영영 문을 닫은 것인지 오늘 하루 쉬는 것인지 알 길이 없네요....
일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도착해서 블랙박스의 전원선을 빼두었습니다.
2-3일은 차량운행을 하지 않을 예정이니... 빼두는 것이 안심이 될 듯합니다.
집콕 하는 동안 원두 맛이 좋은 곳을 잘 찾아서 태풍 후에 사러 나가봐야겠습니다.
오후에 욕실에서 개미들이 발견되었습니다.
한두 마리가 아니고 꽤 많은 개미들이 마당 쪽으로 난 문틈에서 떼 지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아마 비가 많이 와서 그런 게 아닌가 싶네요.
주방과 거실에서도 개미들이 많이 보이네요.
일단 보이는 개미는 꼼꼼히 잡고, 집주인에게 문의하니 우선 모기향을 피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개미들이 들어오는 주출입구로 보이는 두 곳에 모기향을 피워두었습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일은 이렇게 번거로운 일도 생기는 거네요.
다행히 모기향을 피워 두니 개미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같이 더불어 살기는 좀 어렵겠지요? 위생 문제도 있고...
이놈의 태풍!
쫓아가서 엉덩이를 차주고 싶네요.
뭘 하느라 이리 꾸물거리는지... 며칠 째 우릉 우릉 거리기만 하고 지나 가질 않는군요.
이런 날씨에도 새들은 여전히 지저귀네요.
아침이면 여러 가지 소리의 새소리가 들립니다. 어쩜 저는 단 하나도 이름을 모르네요.
며칠 동안 동네에서 사람 구경을 못했었는데, 오늘은 창밖으로 지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시네요. 그냥 혼자 마음이 찰랑이면서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오늘은 전자렌지에 찐 감자와, 삶은 계란, 사과 그리고 커피로 아침을 먹습니다.
82에서 알게 된 에그 타이머로 계란을 삶으면 제가 좋아하는 노른자가 살짝 질척한 삶은 계란이 쉽게 된답니다.
저는 후딱 씻고 어제 사지 못했던 원두를 사러 다녀오렵니다.
줄어드는 원두를 바라보는 게 힘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