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자식을 키우다보니 이런 날도 있군요

엄마 조회수 : 4,576
작성일 : 2021-09-13 18:07:07
저 딸만 둘인 맞벌이 엄마에요
지방에서 대학까지 나오고
취직해서 서울로온 ... 그리고 딱 그런 남자랑 결혼해서
서울에 아파트 가지는게 유일한 소원이였는데 그건 이뤘네요 ㅎㅎ
사댁에 신생아 떼어놓고 키우다 18개월 되면 어린이집으로 옮겨서 아둥바둥 살았어요.
늘 내가 못해주고 재촉하고 짜증만 낸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참 미안한데 내 자신은 즉흥적이고 불안정한 성정이라 자신이 참 싫었어요
20대 30대 다.... 내 자신과 싸우느라 피곤했어요

그 애들이 자라서 큰애는 취직했는데
출퇴근 거리가 멀어 원룸으로 이사갈 예정이고
둘째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대학 신입생이 되었어요.

코로나로 학교에 안가고 비대면 수업중이라 들째가 시간이 많아
알쓸신잡에 푹 빠져서 거기서 언급된 책을 빌려다 읽고 있다는데 어떤 책을 보고 엄마 생각이 났대요
그래서 고마운 점을 적어보니 순식간에 30개도 넘더라면서
고맙고 사랑한다고 하네요.

저는 사실 애둘 어린이집에 맡기고 찾아오고
집언일하고 직장 생활하고
근근히 삶을 이어갔지만
어느것하나도 잘했다는 느낌이 없어서 허무했거든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꾸역꾸역 대신 살아주는 것 같았어요.
집은 늘 어수선 하고 직장은 힘에 부치고
애들은 늘 방과후로 학원으로 쫒기듯 다니고
나는 내가 살고 싶던 것을 다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먼 친정에 몇번 못가니 불효자 같고
시댁에도 가면 어머님이 음식 다차려주는데 못된 며느리 같고...

근데 우리 둘째가 하는 말이
엄마처럼 ... 영어못해도 자유여행 데려가고
그나이에 중국어 공부해본다고 도전하고( 3개월하고 포기 ㅠㅠ)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40이후에 안 읽어요ㅠㅠ)
애들한테 화내지 말고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라고 한다고(???)
그래서 지금 자신이 만족스럽게 사는 것 같다고
고맙고 사랑한대요 ㅎㅎ

어제도 꼭 나 같은 큰애랑 한바탕 싸웠거든요.
아직 나는 내가 싫고 못마땅한데
아이 덕분에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IP : 222.232.xxx.16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21.9.13 6:10 PM (211.52.xxx.227)

    크~ 넘 부럽네요.
    제게도 그런 날이 왔으면...오려나...올까요..

  • 2. 어머
    '21.9.13 6:12 PM (125.177.xxx.70)

    열심히 살아오신 분이고 그걸또 자식이 알아주니
    너무 기쁘시겠어요
    저도 희망이 생기네요
    아이랑 지금은 힘들지만
    언젠가는 자식에게 진심이었던 엄마 마음도 헤아려주겠지하구요

  • 3. 으이구
    '21.9.13 6:12 PM (115.136.xxx.38) - 삭제된댓글

    열심히 사셨네요.


    하나 남은건...
    본인을 사랑하세요. 나의 과거도요.

  • 4.
    '21.9.13 6:41 PM (58.140.xxx.87)

    수고하셨습니다

  • 5. 와~~~
    '21.9.13 6:55 PM (124.48.xxx.68)

    최고네요.. 이런게 행복 행복.ㅎㅎㅎ

  • 6. 저두 아들애가
    '21.9.13 7:23 PM (14.54.xxx.6)

    맨날 엄마 놀리고,
    틱틱거리고 그러던 녀석이 취업 하고 나서는
    열심 히도 해외 여행 데리고 다니 더니
    해외 근무 떠나 면서 독일제 고급 승용차 선물해 주고 나갔어요
    얘는 엄마 놀리고툭탁거리는 것이 재미 있나봐요.ㅋ
    원글님도 축하 드리고요,
    앞으로도 더 잘할 거예요.

  • 7. 열심히
    '21.9.13 7:29 PM (124.49.xxx.188)

    산거죠...
    저도 비슷...일하고 중간에 쉬고
    애들 여기저기 보내고
    또 같이 여행하다 또 일하고 자격증따고 일하고
    어찌어찌하다보니 22년이 되었어요.
    저도 어학을 지금 공부하는데2년되가는데 너무 힘들어요..ㅠㅠ
    내 다신 공부는 안하리다.!!

  • 8. ... .
    '21.9.13 8:09 PM (125.132.xxx.105)

    아이를 잘 키우셨네요. 저리 예쁘니 제가 다 행복하네요.
    어제 무슨 재산 분배하자, 엄마 몫이 왜 더 많냐 하는 글보고 말세가 왔다고 우울했거든요.

  • 9. ......
    '21.9.13 10:16 PM (222.232.xxx.108)

    혹시 아실지 모르겠지만 글을 참 잘쓰시네요...
    정말입니다 원글님 담담하고도 솔직한 글에 울 뻔했어요
    젊을 적 동동거리며 얘들 키우신거 눈에 선해요
    아마 따님도 엄마 닮아 세상에 호기심 많고 책 좋아하는 거겠죠..마지막 문장 진짜 히트에요 ! !그동안 잘 사셨어요..

  • 10. 원글
    '21.9.13 11:09 PM (222.232.xxx.164)

    자랑 같아 겸연쩍었는데
    긍적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해요.
    애들 키우는 게 형벌 같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둘째 말에 위로가 됐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40029 결선투표 가면 또 완전 다시 하는 겁니까 4 ㅇㅇ 2021/09/13 1,225
1240028 결혼하기 전에 잘 알아보라는거.. 어떻게 알아보나요? 6 .. 2021/09/13 3,143
1240027 요즘 옷들 이상하지 않나요? 8 .. 2021/09/13 5,256
1240026 왜 ㅜ를 ㅠ 로 쓰나요? 8 ㅇㅇ 2021/09/13 2,772
1240025 영화 '와니와 준하' 보셨던 분 계실까요. 6 snowme.. 2021/09/13 2,310
1240024 맥심 종류 4 ... 2021/09/13 1,603
1240023 새우장요 간이 안배는데 6 생새우 2021/09/13 1,483
1240022 탈모 없으신 분들! 질문이요!! 16 잠재적탈모 .. 2021/09/13 3,352
1240021 키오스크 공포 26 .... 2021/09/13 6,508
1240020 지지율 따라 움직이네. 6 정치인들 2021/09/13 1,614
1240019 "안타까워" 이재명, 丁 사퇴 소회 글에 '후.. 8 뻔뻔열매 2021/09/13 2,138
1240018 퍼옴) 맘스터콜 터지기 시작했나봐 ㅋㅋ 10 바람을 만들.. 2021/09/13 5,190
1240017 명품카피 들고다니다가 경멸받은 적이 있어요 66 .. 2021/09/13 28,564
1240016 독일 베를린가면 식당이나 카페에서 유명 지휘자나 연주자 막 볼 .. 13 라흐마니노프.. 2021/09/13 2,549
1240015 이재명, 세상은 정의로워야해, 내가족만 빼고 12 ㅇㅇ 2021/09/13 1,742
1240014 가장 짧은 기간에 70% 접종 달성하는 국가.jpg 14 고생많으셨습.. 2021/09/13 3,631
1240013 모임 힘들어요 9 그게 2021/09/13 3,216
1240012 부모님이 같이 시간 안 보낸다고 서운해하시는데 7 30대 2021/09/13 3,058
1240011 강아지가 샤인머스캣을 먹었어요 19 유리 2021/09/13 8,563
1240010 PC방 살해사건 땐 "정신질환 감형에 분노" .. 8 000 2021/09/13 1,967
1240009 토란 구워 드셔요~~ 10 토란 2021/09/13 3,278
1240008 18세~29세 남성 지지율 충격적이지 않나요? 27 ........ 2021/09/13 4,117
1240007 주식은 기다리면 올라오나요? 16 2021/09/13 4,430
1240006 중3 전학 8 수플레 2021/09/13 1,745
1240005 바베큐 재료 좀 추천해주세요 2 .. 2021/09/13 1,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