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날 그 방에 들어가서 사부작 거림서 멍때리기 딱인데...
빌라 살다가
생애 처음으로 내집을 마련해서 신축 아파트에 들어갔어요
17평 빌라에서 부부둘이 살았는데 큰가구나 가전이 없고 짐도 없는 편이라
그 공간이 좁지 않았어요
그랬는데 28평 신축 아파트로 이사오니 공간이 남아돌아요
처음으로 침대도 사서 들여놓았고
소파, 86인치 티비, 식탁..
그래도 큰가구들은 자기 자리에 딱 잡혀 있으니 어수선 하지도 않고요
안방,거실,부엌 정말 깔끔하게 해놨어요
감각적으로 꾸미고 이러는 거 잘 못해서
그냥 딱 기본만 갖추고 단정하고 깔끔하게
그렇게만 해놨어요
옷장이 있는 작은 방은 옷 넣어두고 행거를 놔서
그곳은 옷방겸 빨래 말리는 곳이고
아무것도 없는 방 하나는 어떻게 꾸밀까 하다가
따뜻한 색감에 예쁜 꽃무늬가 들어간 커텐 사서 달고
이사오기 전에 썼던 긴 좌탁을 놓고 담요같은 흰색 블랭킷 덮어놓고
색감 쨍하고 따뜻해 보이는 쿠션 두어개 올려 놓고
그 주변으로 이사올때 가져와서 (버릴까 고민했다가..) 페인트칠 해서 놔뒀던
낮은 서랍장 두어개 늘어놓고 그 위에 뭔가 레트로적인 원단 (가지고 있던 거) 덮고는
그 위에다 타자기.
타자기 옆엔 색감 예쁜 편지봉투와 편지들 조금 (편지 모아둔거 한박스 버리고 예쁜거 몇개 골라뒀었음)
내 옛날 삐삐.
카세트테잎들... 오래된 디카..오카리나..
버리고 싶진 않았던 옛날 물건들 중에
일기장과 편지처럼 양이 엄청 많은건 다 버리고
나머지만 지저분하지 않고 최대한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몄어요.
그랬더니 그냥 오며가며 봐도 그냥 따뜻한 기분이 드는 공간이에요.
안방, 거실 이곳은 워낙 깔끔하게 꾸며놔서 그냥 딱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이라면
이곳은 뭔가 따뜻하고 옛날 느낌도 나면서 안정감이 드는..
바닥에 러그 깔면 더 아늑할 거 같은데
그거 세탁하고 보관하기 어려울 듯 해서 아직은 고민이고
현재 상태로
비오는 오늘 같은 날이면
이 방에서 만화책 가져다 읽고
친구랑 수다 떨고 음악 듣고
편지 쓰고 이런거 하면 엄청 좋을 거 같아요.
그냥 가만히 멍때려도 좋고
그러다 낮잠 자고 일어나면 행복할 것 같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