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없는 홀어머니 5남매의 장녀로 살면서,,
경제적인 거나,, 그 외의 것들이나 제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는 일이 없었어요.
친구들과의 관계.. 성적 같은 거 신경 쓸 시간보다는,,
당장 주인집 외양간 똥 치울 생각.. 소 밥 날라야 하는 상황.. 차비가 없어서 걸어가는 길에 너무 목이 말라 남의 밭에서 무를 뽑아 목을 축이던 기억들..
제가 올해 44살인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들 70년대 이야기하는 줄 알아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전 늘 여린 엄마와 동생들을 보호해야 하는 싸움닭이었고
우리를 대변해야 하는 말많고 쎈 여자어린아이였지요..
운이 좋았어서,, 잘하는 공부 아니었는데 농어촌전형으로 서울로 학교를 왔고,,
안양에서 연탄배달 하던 삼촌 집에 얹혀살았어요..
등록금 고지서를 받았는데 금액란이 비어있는게 장학금인지
아무도 모르던 그런 가족이었어요..
취업하고 결혼하고도 여유없이 앞만 보며 살았던 것 같아요.
남편이 중간중간 교통 사고가 크게 내기도 했고 주식으로 큰 돈을 날리기도 했고 우여곡절이 있을 때마다 당신 가만있어.. 내가 해결할게 하면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해결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시어머님이 악착같아서 싫다고.. 그래서 내 아들이 운이 안풀린다고 대놓고 말씀을 하시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아이를 낳고 보니 아픈 아이(지금은 완치됬어요)였는데
돌볼 사람이 없어서 이직을 했더랬죠.
미혼 때 미친 듯이 일하고 자격증따고 했던게 도움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오랜 시간 휴직 중입니다.. 처음 1년은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평생 쉬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이렇게 쉬어도 되나 싶어 집은 늘 반짝반짝.. 아이들 관련 다 케어해주고 지금 5년차 쉬고 있는데 낮잠을 한번도 자본 적이 없어요.. 티비 드라마를 보면서 멍때리는 시간들이 아직도 저 자신에게 용납하지 못하고 티비라도 볼려면 빨래라도 개야하는..
근데 신기한게.. 이렇게 제가 편하게 일상을 보내도..
저의 생활이 별로 달라지는게 없더라구요..
악착같이 일해서 매월 몇백을 더 벌어도 지금 집에서 아이들 케어하면서 그 돈 몇백을 덜 벌어도 제가 신는 신발. 쓰는 화장품. 입는 옷.. 가족관련 생활들.. 크게 달라지는게 없구요.. 친정일도 제가 나서지 않아도 다 해결이 되고,, 남편이나 아이들이나 제가 해결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구요... 직장에서도 늘 해결사 역할을 했었는데 이직한 곳이 편한 곳이기도 하고 별로 일이 없는 곳이라서.. 존재감 없이 있다보니.. 그게 더 편하구요..
지금은 목소리를 높이는게 어색하고 무엇보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늘 사람들과 입장차이로 목소리를 높이고나면 몇일 잠을 못잤는데 그런거 없어서 너무 좋더라구요.. 그냥 내가 좀 지고 말지.. 어쩔수 없는데 안달하면 뭐하나..
그냥 내가 좀 손해보고 말지.. 하니 마음이 너무 편하더라구요..
사실 입을 닫고 있는게 세상 편하더군요..
조금 물러서서 세상을 보니.. 이것보다 편한게 없는 거더라구요..
분명 그 전에 저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애쓰고 신경쓰고 살았음에도 아무 오지랖을 부리지 않는 지금 더 좋은 평가들을 받아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게 제가 화가 많이 없는 사람이었나? 싶을 때도 있어요..
위험한 일이 아니면 사실 화가 잘 안나요..
많이 안아주고 싶고 지지해주고 싶고 들어주고 싶고 응원해주고싶어요...
제가 어릴 때 엄마와 해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우리 아이들과 해보고 싶어요.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긴 시간 매일매일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 친정엄마는 그런 제가 못마땅하신가봐요..
지난 주말에 친정 엄마댁에 다녀왔는데,,
남편에게도 말 못하고 애들한테도 눈치만보고 시어머니에게도 뭐한다고 그리 눈치보면서 사냐고.. 뭐가 부족해서 그러냐고 한참을 이야기하시네요..
말을 안했을뿐이지 너무 거슬리는게 많았다구요.. 애가 이상하게 변해서 딴 사람이 된 것 같다고요.. 애들도 혼낼일 있으면 호되게 혼내고 남편하고도 싸울일 있으면 소리높여 싸우기도 하고 시어머니가 불합리하게 하면 니 할말도 좀 하고 살지 왜그렇게 미련하게 사냐고.. 너만보면 한심해죽겠다고...
남편이 최근에 돈 사고가 작게 생겼는데 그걸 아시고 제가 쓴소리를 안하니 남편이 더 그런다고.. 가계부를 남편에게 넘겨서 터치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물렁한 니 남편이 무슨 가계부를 쓰냐고 고래고래... 너무 속상해하시니.. 뭐라 할말이 없네요.. 둘째가 초2남아인데 외할머니댁 갔다가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 저 좀 안아주세요.. 하고 오길래,, 안아만 줄까~ 업어도 줄수있지! 이럼서 업어줬는데 그걸 가지고도 다 큰 아이를 업고 다닌다고 ..
시어머니도 처음엔 안그러더니 요즘 애가 이상해졌다고.. 똑부러지지를 못해서 못 미덥다구요..
전 눈치가 아니라 배려와 존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랑 통화하고보니 어떤게 좋은 모습일까를 생각해보게 되네요..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그 전의 저의 모습처럼 남편의 잘못을 가지고 악다구니쓰고.. 싸우고.. 지적하고 하면 안 그랬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엄하게 훈육하고 잔소리도 좀 했더라면 더 의젓하고 독립적으로 자주적으로 커갈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말 듣다보니 죄다 부족한 것 투성이네요. ㅎㅎ
남편이나 아이들이나 제가 허용하지만 한계를 정해주고, 존중하고 배려하지만 선을 정해줘야 하는 건가.. 조금 헷갈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