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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넋두리 해봅니다. (길어요)

원글 조회수 : 2,508
작성일 : 2021-08-13 20:13:12

재산없는 홀어머니 5남매의 장녀로 살면서,,

경제적인 거나,, 그 외의 것들이나 제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는 일이 없었어요.

친구들과의 관계.. 성적 같은 거 신경 쓸 시간보다는,,

당장 주인집 외양간 똥 치울 생각.. 소 밥 날라야 하는 상황.. 차비가 없어서 걸어가는 길에 너무 목이 말라 남의 밭에서 무를 뽑아 목을 축이던 기억들..

제가 올해 44살인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들 70년대 이야기하는 줄 알아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전 늘 여린 엄마와 동생들을 보호해야 하는 싸움닭이었고

우리를 대변해야 하는 말많고 쎈 여자어린아이였지요..

 

운이 좋았어서,, 잘하는 공부 아니었는데 농어촌전형으로 서울로 학교를 왔고,,

안양에서 연탄배달 하던 삼촌 집에 얹혀살았어요..

등록금 고지서를 받았는데 금액란이 비어있는게 장학금인지

아무도 모르던 그런 가족이었어요..

취업하고 결혼하고도 여유없이 앞만 보며 살았던 것 같아요.

남편이 중간중간 교통 사고가 크게 내기도 했고 주식으로 큰 돈을 날리기도 했고 우여곡절이 있을 때마다 당신 가만있어.. 내가 해결할게 하면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해결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시어머님이 악착같아서 싫다고.. 그래서 내 아들이 운이 안풀린다고 대놓고 말씀을 하시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아이를 낳고 보니 아픈 아이(지금은 완치됬어요)였는데

돌볼 사람이 없어서 이직을 했더랬죠.

미혼 때 미친 듯이 일하고 자격증따고 했던게 도움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오랜 시간 휴직 중입니다.. 처음 1년은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평생 쉬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이렇게 쉬어도 되나 싶어 집은 늘 반짝반짝.. 아이들 관련 다 케어해주고 지금 5년차 쉬고 있는데 낮잠을 한번도 자본 적이 없어요.. 티비 드라마를 보면서 멍때리는 시간들이 아직도 저 자신에게 용납하지 못하고 티비라도 볼려면 빨래라도 개야하는..

 

근데 신기한게.. 이렇게 제가 편하게 일상을 보내도..

저의 생활이 별로 달라지는게 없더라구요..

악착같이 일해서 매월 몇백을 더 벌어도 지금 집에서 아이들 케어하면서 그 돈 몇백을 덜 벌어도 제가 신는 신발. 쓰는 화장품. 입는 옷.. 가족관련 생활들.. 크게 달라지는게 없구요.. 친정일도 제가 나서지 않아도 다 해결이 되고,, 남편이나 아이들이나 제가 해결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구요... 직장에서도 늘 해결사 역할을 했었는데 이직한 곳이 편한 곳이기도 하고 별로 일이 없는 곳이라서.. 존재감 없이 있다보니.. 그게 더 편하구요..

 

지금은 목소리를 높이는게 어색하고 무엇보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늘 사람들과 입장차이로 목소리를 높이고나면 몇일 잠을 못잤는데 그런거 없어서 너무 좋더라구요.. 그냥 내가 좀 지고 말지.. 어쩔수 없는데 안달하면 뭐하나..

그냥 내가 좀 손해보고 말지.. 하니 마음이 너무 편하더라구요..

사실 입을 닫고 있는게 세상 편하더군요..

조금 물러서서 세상을 보니.. 이것보다 편한게 없는 거더라구요..

분명 그 전에 저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애쓰고 신경쓰고 살았음에도 아무 오지랖을 부리지 않는 지금 더 좋은 평가들을 받아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게 제가 화가 많이 없는 사람이었나? 싶을 때도 있어요..

위험한 일이 아니면 사실 화가 잘 안나요..

많이 안아주고 싶고 지지해주고 싶고 들어주고 싶고 응원해주고싶어요...

제가 어릴 때 엄마와 해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우리 아이들과 해보고 싶어요.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긴 시간 매일매일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 친정엄마는 그런 제가 못마땅하신가봐요..

지난 주말에 친정 엄마댁에 다녀왔는데,,

남편에게도 말 못하고 애들한테도 눈치만보고 시어머니에게도 뭐한다고 그리 눈치보면서 사냐고.. 뭐가 부족해서 그러냐고 한참을 이야기하시네요..

말을 안했을뿐이지 너무 거슬리는게 많았다구요.. 애가 이상하게 변해서 딴 사람이 된 것 같다고요.. 애들도 혼낼일 있으면 호되게 혼내고 남편하고도 싸울일 있으면 소리높여 싸우기도 하고 시어머니가 불합리하게 하면 니 할말도 좀 하고 살지 왜그렇게 미련하게 사냐고.. 너만보면 한심해죽겠다고...

남편이 최근에 돈 사고가 작게 생겼는데 그걸 아시고 제가 쓴소리를 안하니 남편이 더 그런다고.. 가계부를 남편에게 넘겨서 터치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물렁한 니 남편이 무슨 가계부를 쓰냐고 고래고래... 너무 속상해하시니.. 뭐라 할말이 없네요.. 둘째가 초2남아인데 외할머니댁 갔다가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 저 좀 안아주세요.. 하고 오길래,, 안아만 줄까~ 업어도 줄수있지! 이럼서 업어줬는데 그걸 가지고도 다 큰 아이를 업고 다닌다고 ..

시어머니도 처음엔 안그러더니 요즘 애가 이상해졌다고.. 똑부러지지를 못해서 못 미덥다구요..

 

전 눈치가 아니라 배려와 존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랑 통화하고보니  어떤게 좋은 모습일까를 생각해보게 되네요..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그 전의 저의 모습처럼 남편의 잘못을 가지고 악다구니쓰고.. 싸우고.. 지적하고 하면 안 그랬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엄하게 훈육하고 잔소리도 좀 했더라면 더 의젓하고 독립적으로 자주적으로 커갈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말 듣다보니 죄다 부족한 것 투성이네요. ㅎㅎ

남편이나 아이들이나 제가 허용하지만 한계를 정해주고, 존중하고 배려하지만 선을 정해줘야 하는 건가.. 조금 헷갈리네요...

 

IP : 211.243.xxx.19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ㆍㆍㆍㆍ
    '21.8.13 8:16 PM (220.76.xxx.3)

    원가족과 만나면 퇴행하게 되죠
    마음 편하게 사세요

  • 2. ^^
    '21.8.13 8:19 PM (117.111.xxx.13)

    수고많으셨어요
    몸이 원하는대로
    맘 가는대로 사시기를

  • 3. ㅁㅁ
    '21.8.13 8:22 PM (211.229.xxx.164)

    토닥토닥.
    치열하게 살아 왔네요.
    근데 다 세상은 그냥 저냥 굴러가드라구요.

    원글님
    지금은 맘 편하게 사세요.

  • 4. 차단
    '21.8.13 8:23 PM (14.40.xxx.74)

    님의 지금 선택과 상황이 맞고 정답입니다
    남편이나 아이나 님이 지적하고 악다구니 해야한는 대상이 아닙니다
    님 어머니는 님의 그런 행동을 뭔가 권력, 파워로 착각하신듯하고 시모는 본인 아들위해서 님이 악역을 맡아 주기를 바라는 듯하고요
    휘둘리지 마시고 지금처럼 님 생각대로 사시면 됩니다

  • 5. 원글
    '21.8.13 8:25 PM (211.243.xxx.195)

    이글이 뭐라고...
    짧은 위로의 글들에 눈물이 나네요..
    고맙습니다

  • 6. 토닥 토닥.....
    '21.8.13 8:26 PM (14.50.xxx.106)

    저보다 더 어리신 분인데 정말 고생하셨어요.

    옆에 있었음 안아주고 차라도 한잔 사주며 고생했다고 정말 이제는 편하게 맘대로 사세요.

    이상하죠? 저희 친정엄마도 제가 남편한테 아이한테 너무 무르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근데 님도 느끼시잖아요. 내가 조금 너그러워지니 세상 사는 것도 좀 더 유해보이는 것요.

    배려와 존중 맞아요. 아이에게 엄하고 훈육했더라면 독립적일 수는 있지만 엄마와 속 이야기 하지 않는

    단점은 있지요. 모든 것이 장단점이 있더라고요. 살아보니 잘 하고 계신데 엄마말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님이 부족하다고 생각할때 그때 이야기하시는 거에요.

    그리고 가계부는 남편과 같이 하세요. 나중에 서로 원망할 수 있어요.

    남편이 정말 돈 많이 벌어 둔 스타일

    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요. 화이팅!!!!

  • 7. ...
    '21.8.13 8:31 PM (112.133.xxx.236)

    지금이 더 좋아보이는데요

  • 8. 안아 드릴께요
    '21.8.13 8:36 PM (59.13.xxx.163)

    그동안 애쓰셨고 이젠 나를 위해서 나를 안아주며 사세요..저도 장녀로 살아와서 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네요.장녀로 맏며느리로 살다보니 뭐든지 내가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지요.나이드니 귀찮기도 하고 그런 모든일들이 버겁게 여겨져서 내려 놓으니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하더라구요..내가 꼭 안해도 진행되는 일들이었고 나는 어느새 일꾼처럼 되어 있더라구요.사람들은 나보고 변했다 하지만 내려 놓고 나니 자유롭고 좋더라구요..
    이제 편안하게 내려놓고 자유롭게 사시길 바래요.

  • 9. 에궁
    '21.8.13 8:38 PM (122.35.xxx.25)

    열심히 사셨네요.(토닥토닥)

    님, 살고 싶은 데로 사세요~ 원글님 마음 편하고 행복한 데로...

    그런데요, 혹시 맥을 놔버린건 아니신지... 우울인지, 행복인지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 10. 마음다스리기
    '21.8.13 9:07 PM (39.118.xxx.157)

    온 몸의 가시를 세우고 부르르 떨리지만
    내가 힘들어도 식구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해져야 한다고
    마음 다잡지 않아도 내 식구와 살 능력과 여유가 생겨서일거에요.
    저도 그 마음 알 거 같아서 마음이 아리네요.
    마음이 가는대로 편히 살아도 살아져요.

    괜찮아요

    이미 할 만큼 다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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