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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도 무서운 이야기

daisyduck 조회수 : 4,709
작성일 : 2021-08-06 05:53:42
90년도 봄에 충청도에 남자친구와 유람선을 타러 갔었어요.
연애를 막 시작하던 때였는데 남친이랑 커플티셔츠도 맞춰 입고,
이십대 싱그러운 모습으로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오던 때였어요.

배 출발시간이 아직 안 돼서 남친이랑 웃으며 산책하다가
어떤 키 큰 남자분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분이 “둘이 너무 보기 좋다. 부부예요? 여기 살아요? 몇 살이에요?”하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서울 살고, 부부 아니라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배를 탔어요.

그런데 유람선에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이 남자가 굳이 사람들을 헤치고
우리 옆으로 와서 배에서 내리면 같이 다니자고 하더라고요. 남친은 예의 바르게 다 대꾸해 주는데, 저는 모르는 사람이 너무 열의를 다해 같이 놀자고 조르는 것도 이상했고, 그 분의 눈빛이 너무 이상하게 들떠있다는 생각에 섬뜩하게 느껴졌어요. 눈빛에서 뭔가 비정상적인 열기 같은 게 느껴졌고, 아직도 그 이상한 눈빛이 생생해요.

불편해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는데도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면서 다시 우리를 찾아내서 너무 쉼 없이 말을 걸 길래 저희는 계속 자리를 옮기면서 배에서 내릴 때까지 입을 다물었어요.

배에서 내리는 길에 남친이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길래 차 키를 받아서 먼저 주차장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뒤를 쳐다봤는데, 그 키 큰 남자분이 두리번 거리면서 헐레벌떡 배에서 뛰어내려오는게 보였어요. 순간 너무 무서웠는데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 배에 타려는 사람들로 혼잡하길래 사람들 무리에 섞여있다가 건물 벽에 몸을 숨겼어요. 숨어 있다가 빼꼼히 내다 봤더니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욕을 하더니 사람들에 섞여서 사라지더라고요.

화장실에 다녀온 남친은 해맑게 웃는데 저는 저 사람 너무 섬뜩하다고, 우리를 찾는 것 같았다고, 다시 마주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하면서 서둘러 서울로 올라와 버렸어요.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남자의 번뜩거리는 눈빛과 불안하게 움직이던 눈동자와 배에서 뛰어내려와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가 “에이~ C8”이라고 크게 소리치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요. 그때 그 사람에게 잡히면 죽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충청도 어느 강에 수장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무서웠거든요.

그때 그 남자에 대한 제 촉이 맞았다고 지금도 확신합니다. 그러나 제 반려자일 거라고 확신했던 그때 그 남친은 남의 남편이 되어 버렸다는 건 안물안궁 ㅜㅜ



IP : 23.16.xxx.24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1.8.6 5:58 AM (109.147.xxx.198)

    무섭네요 ㅠㅠ 그 놈은 뭔 꿍꿍이었는지 다행히 촉이 좋았네요

  • 2. ...
    '21.8.6 7:07 AM (58.234.xxx.222)

    목적이 뭐였을까요??
    혼자도 아니고 커플에게 접근하다니.. 원글님이 빼어난 미인이신가요?

  • 3. ..
    '21.8.6 7:13 AM (223.62.xxx.27)

    일부로 커플에게 접근한거죠. 남자가 남자를 일대일로 상대하면 번거로운데 커플이고 시작한지 얼마 안되면 남자가 여자 지키거나 신경쓰여서 제대로 대응못하니까 일부로 원글님이랑 남편 노린거에요.

    게다가 원래 서울 출신이면 사라져도 찾기 힘들고 어디 도움 청할때도 없으니 완전 범죄. 태안인가 어디 70대 노인이 커플들 자기 배에 태워줬다가 남친 죽이고 여자는 강간하고 죽이고... 여자친구끼리 온 무리도 죽였지만 커플도 많이 죽였대요. 일단 지킬게 있음 손발이 묶인거라서 자유롭지못하고 여자가 더 우니까 재미나죠.

    범죄자들 사고방식은 어떻게 하면 타인을 가장 저주스럽게 괴롭히고 죽이냐 이거에요. 지금 남편분 순진한거 보니 바로 개싸움 못할 성격인거 알고 더 딱 찍은거고요.

    저 범죄자는 아니고 이런쪽 관심 많아서 마인드헌터 원작 책 보니까 이런 사례 꽤 있고 그 형사가 아주 자세히 왜 범죄자들이 그랬나 써놔서 그걸로 유추해서 댓글 달아요.

  • 4. 원글입니다
    '21.8.6 7:13 AM (23.16.xxx.243)

    빼어난 미인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냥 평범한 얼굴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저희가 서울에서 왔고, 어려보이고, 연애 초기의 해맑은 설레임이 있고, 묻는 말에 예의바르게 다 대꾸를 해주니 저희를 타겟팅했던 것 같습니다.

    제 남친은 “그냥 여기 사람인데 우리랑 놀고 싶은가 봐”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데, 저는 그 사람의 눈빛을 보면서 처음 느껴본 으스스한 느낌때문에 난리를 쳐서 부랴부랴 올라왔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로 한 번도 그 강쪽으로는 안 갔어요.

  • 5. ..
    '21.8.6 7:16 AM (223.62.xxx.27)

    글고 경계심 있음 범죄 저지르기 어려운데 어떤식으로든 친밀함 유대감을 심어놓으면 범죄 저지르기 무지 쉽고 또 여행객들이 들떠서 평소에는 안할 행동을 많이 해서 더 범죄의 대상이 된대요.

  • 6.
    '21.8.6 8:52 AM (112.118.xxx.184)

    무서워요..
    이상한 사람들 정말 많네요. 무서운 이야기 글들 읽으며 정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7. ...
    '21.8.6 3:34 PM (221.151.xxx.109)

    223님
    그때 남친이 남편이 된게 아니고
    남의 남편이 되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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