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글 중에 딸이 자꾸 차별한다는 말하는 엄마얘기 읽고 갑자기 옛날일이 생각나서 씁니다,
전 2남2녀중 세번째로 가운데 끼인 딸입니다
언니는 장녀
오빠는 귀한 아들
저는 그냥 딸
남동생은 막내아들이었어요
어릴때 항상 내 위치가 불안하고 남들앞에 나설때 주눅이 들었어요
어릴때 오빠와 간혹 툭탁거리면 엄마가 왜 오빠에게 대드냐고 그러셨고, 남동생과 툭탁거릴때는 왜 어린 동생에게 양보하지 않고 욕심내냐고 그러셨어요,
한번은 제가 초등학생때 집에서 돈이 없어졌는데 어머니가 저를 불러앉히고는 바른대로 말하라고, 돈 가져갈 사람은 저 밖에 없다고 말하시더군요, 그렇죠 장녀나 아들들이 도둑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비슷한 시기에 집 벽에 누가 낙서를 해 놨는데 아버지가 저보고 그러시더군요, 집에다 낙서를 하면 안 된다고요,
어릴때 옥상에 채소를 심어서 키웠는데 한번은 누가 물을 너무 많이 줬던가해서 싹이 튼 채소가 거의 다 죽어가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저보고 왜 저렇게 물을 많이 줬냐고 야단을 치셨어요, 내가 안 그랬다고 한참 말하는 중에 아버지가 오셔서 본인이 물을 너무 많이 뿌렸다고 하시더군요
이런 일들은 사소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오십이 된 지금까지 말입니다
전 어릴때 집에서 빨리 독립하고 싶었고, 일기장에 내 목표를 '독립'이라고 적기도 한 것이 기억나요, 독립하고 싶어서 취직을 잘 해야 하는데 내가 취직못하면 어떻하나 하면서 중고등학생때 고민을 한 것도 기억이 나요
그때는 왜 그렇게 독립하고자 했는지 몰랐지만 지금은 정리가 됩니다, 그렇게 존재감도 없고, 없는 듯이 양보하고 착한듯이 살야야 하는 것 같은 그런 생활이 싫었어요, 전 양보하기도 싫고 착하지도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때는 그걸 표현할줄도 몰랐고 표현된 것이 '독립'이었던 거죠
그렇게 전 독립을 했습니다, 졸업하면서 타지로 나가 살았고, 지금 형제들중에서 제일 멀리 집에서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어요, 형제들은 친정집 근처에 옹기종기 살아서 잘 모이고 만나고 하고 전 가끔 참석을 합니다
형제들은 부모님께 참 잘해요, 전 그렇게 살갑거나 다정하지 못합니다
마음에 상처가 되어서 젊을때는 부모님이나 형제를 안보고 살아야 되나 고민도 했었지만 그렇게는 안했고 그냥 다소 살갑지 못하고 데면데면한 딸입니다
과거에는 그렇게 사랑하시던 아들, 딸들에게 효도받으시고 나한테는 기대하지 마시라고 마음속으로 부모님께 말한적도 있었지만
나이가 드니 어려운 형편에 두분이 장사를 하면서 4명의 자식들을 다 공부시켜주신것에 감사드리고,
또 살뜰하게 정서적으로 보듬어주셨다면 더 좋았겠지만 바쁘고 힘든 시기를 생각하면 부모님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아이는 하나입니다. 다른 형제들은 다 둘이고요
전 제 아이에게 어릴때 제가 느꼈던 그 느낌을 절대로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한명으로 만족합니다. 저에게는 우주만큼 큰 존재감을 주는, 단 하나의 제 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