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빈 아파트의 고양이

ㅇㅇ 조회수 : 2,875
작성일 : 2021-07-28 00:57:25
죽어버리는 행위는 고양이에겐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텅 빈 아파트에 혼자 남은 고양이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벽을 타고 기어오르거나,

집 안의 가구에 몸을 문지르는 것?

집 안에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듯 싶지만,

분명히 모든게 달라졌다.

아무것도 자리를 옮기지 않았지만,

분명히 빈 공간이 생겼다.

밤이 와도 아무도 불을 켜주지 않는다.



계단에서 들려 오는 발자국 소리,

예전의 그 발걸음이 아니다.

접시 위에 생선을 내러놓는 그 손 또한

같은 손이 아니다.



무언가 시작되었던 그 시각에

더 이상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그것이 이제 당연하다는 듯,

이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분명 누군가가 항상 이곳에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고집스럽게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모든 장롱들을 살펴보았다.

선반들도 모조리 뒤져보았다.

카페트 밑 역시 조사해보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규칙을 어기고

발톱으로 종이를 찢어 사방에 흩뿌려도 보았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잠자는 것과 기다리는 것뿐.



그가 다시 나타나

얼굴을 보여줄 때까지 기다리자.

고양이에게 이런 짓을 해서는 안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을까.

하지만 만약 돌아와주기만 한다면

아주 천천히, 내키지 않는 듯한 발걸음으로

못이기는 채 그에게 다가갈 것이다.

너무도 반가워 소리지르며 그의 품에 뛰어들고 싶지만,

적어도 처음엔 그렇게 할 것이다.





빈 아파트의 고양이 ㅡ비스와바 쉼보르스카





IP : 125.139.xxx.247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1.7.28 1:08 AM (125.139.xxx.247)

    집사님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힘내서 사료값 벌어 열심히 삽시다
    우리에겐 털은 많지만 사랑스럽고 예쁜 고양이 새끼들이 있으니..
    수요일 출근도 빠샤~

  • 2. 애고
    '21.7.28 1:21 AM (116.41.xxx.141)

    가슴이 찡하네요
    노벨상 타신 분 맞쥬
    멋진 문장이심다
    이걸 또 전해주는 님 안목도 멋지시구요
    맞아요 이뿐 고것들 사료값벌러 또 고고 ~~

  • 3. 저도
    '21.7.28 1:32 AM (118.235.xxx.215)

    찡해요 전 강아지 키우지만 요거 놓고 먼저 가는일은 절대 없어야겠지요ㅠ

  • 4. ㅇㅇ
    '21.7.28 1:37 AM (125.139.xxx.247)

    강쥐든 냥이든 모두 소중한새끼들..
    녹록치 않은 현대 일상속 그 얼마나 위로와 위안이 되는 생명체들 입니까.
    고독사한 집에서 죽은 주인곁 지키다 뒤늦게 발견되는 반려동물들이 생각보다 더 많다는것 아시나요
    이것들 보내고 가야죠
    삽시다 우리. 열심히 즐겁게.

  • 5. ..
    '21.7.28 1:43 AM (118.32.xxx.104)

    눈물이 납니다. 너무 사랑해요..

  • 6. ㅠㅠ
    '21.7.28 3:20 AM (180.68.xxx.158)

    내 새끼들......
    끝까지 지켜줄께.

  • 7.
    '21.7.28 4:14 AM (58.123.xxx.91)

    최소 내가 내새뀌보다 하루라도 더 늦게 가기를..
    내가 없으면 정말 밥도 안먹고 잠만자는 아이인데...

  • 8. 미미
    '21.7.28 4:34 AM (121.160.xxx.222)

    아니 어떻게 내가 키우던 반려묘 반려견을 떠날수 있죠?
    전 반려묘를 우연히 키우게 되면서 길냥이들꺼지
    돌보게 되었는데
    그 아기들더 안보이면 너무 걱정되고 늘 말라잇고
    저를 봐도 도망가고 거슴아파요
    사람들 정말 소중한 생명들에게 상처주지 마세요

  • 9. 미미님
    '21.7.28 6:47 AM (175.122.xxx.249)

    별세했다잖아요. 죽고사는 것이 내 맘대로 되나요.
    집시도 냥이 두고 눈을 편히 못감으셨겠구만요.

  • 10. 아...
    '21.7.28 7:31 AM (188.149.xxx.254)

    많은것을 생각하게하는 시네요..

  • 11. 미미님
    '21.7.28 7:40 AM (121.190.xxx.146) - 삭제된댓글

    첫행이요

    죽어버리는 행위는 고양이에겐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 화자 = 죽은 사람

  • 12. 미미님
    '21.7.28 7:41 AM (121.190.xxx.146)

    첫행이요..

    죽어버리는 행위는 고양이에겐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 집주인 = 죽은 사람

  • 13. 아침부터
    '21.7.28 8:30 AM (223.62.xxx.30)

    집에 있는 냥이들 생각에 눈물 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49114 동네 반찬집 좀 들어오면좋겠어요 6 ㆍㆍ 2021/09/20 1,761
1249113 휠체어 대어나 구매하려하는데 조언과 추천 부탁합니다 15 .... 2021/09/20 1,253
1249112 부동산 공동명의 세금에 아쉬운점 7 햇살처럼 2021/09/20 1,788
1249111 업소용 에어컨 중고로 팔 수 있는데 있을까요? 4 11 2021/09/20 713
1249110 드라마에서 찰떡같이 친구역할 잘하는 배우들 7 ... 2021/09/20 2,610
1249109 개 입양하고 후회하시는 분 있으신가요? 30 혼란 2021/09/20 6,568
1249108 오늘 은마상가 열까요? 5 하이 2021/09/20 2,113
1249107 위암진단 시 병원 문의 9 나무 2021/09/20 1,640
1249106 권순일.채동욱.추미애, 셋 다 사법연수원동기 6 부럽다 2021/09/20 1,005
1249105 일본산 말차 드시나요? 16 ㅡㅡ 2021/09/20 2,424
1249104 택배되는 만두맛집어딘가요? 18 ㅁㅁ 2021/09/20 2,777
1249103 이거 남편이 저 사랑하지 않는거 맞죠? 31 2021/09/20 7,735
1249102 어제 저녁 8시쯤 꺼내논 냉동새우요 3 케로로 2021/09/20 1,266
1249101 84세 시어머니 허리수술 괜챦을까요? 12 허리 2021/09/20 2,190
1249100 추석 연휴 동안 웬만한 납골당/묘 임시 폐쇄입니다 4 ... 2021/09/20 1,307
1249099 홍준표 "'윤십원'이라 놀리던 이재명, '이일원' 될 .. 21 샬랄라 2021/09/20 2,071
1249098 윤석열같은 애가 설치니 노엘도 설치나 보네요. 30 ... 2021/09/20 1,911
1249097 곽상도와 이재명이 붙어먹은 거 조국은 얼마나 기막힐까요? 11 .. 2021/09/20 1,714
1249096 시부모님이 4시에 도착하셨는데 83 .... 2021/09/20 19,247
1249095 시모는 왜 추석에 몇번씩 보자고 하는걸까 4 .. 2021/09/20 3,615
1249094 새치고민 3 ㅢㅡ 2021/09/20 1,696
1249093 [단독] 장제원 아들, 경찰관 밀치고 '난동'..블박 영상 입수.. 8 . .. 2021/09/20 2,026
1249092 조국 멸문지화 시키고. 예능나가서 낄낄대고 있네요ㅠㅠ 33 .. 2021/09/20 4,326
1249091 평소에도 예민한 사람이 갱년기까지 오면 2 2021/09/20 2,167
1249090 도덕성 제로인 인간이 권력을 가지면 4 .... 2021/09/20 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