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게시판에 글을 올렸었는데
어젯밤 이상하게 잠이 오질 않아서 아침까지 거의 뜬 눈으로 있었는데 울리는 재난문자에 제가 며칠 전 방문했던 마트 방문자는 선별진로소로 와 코로나 검사를 받으란 안내가 떡 있는 거예요
순간 너무 당황했고 재난문자 보자마자 저도 이 해당기간 내 해당층수 방문자고 따라서 코로나 검사대상자라고 바로 알았죠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내가 진짜 맞아? 싶고 다시 내 캘린더를 확인하고 내 카드내역을 보고..
단지 복날 닭 사러간건데 이런 일이 있을까.. 정말 입에서 와 했고..
그리고 나만 그러면 좋은데 자타공인 집순이인 가족과 마트에 갔던 거라 머리가 순간 더더 복잡했어요
(가족은 1년만에 마트에 간 것이었습니다....)
저도 가족도 친구나 지인, 주위에서도 코로나 검사를 받은 적이 없고
원래 제 삶도 그렇지만 코로나 기간 중 정말 거의 큰 동선 없이 살았다고 생각해
가끔 머리속으로만 이러이러하면 나는 이러이러해야겠다 추상적인 생각만 했는데
역시 유연성 없는 저는 담담했지만 속으론 꽤 당황했었나 봐요
오전 글 올렸을 때 검사나 선별진료소 검사관련 여러가지 알려주신 댓글 분, 정말 너무너무 고맙더라고요
괜찮을 거라고 말씀해준 분들에 정말 마음이 따뜻했고요
그래서 다른 가족에게도 내용을 빨리 전달해 함께 서둘러 검사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본가가 구청과 보건소 근처라 검사받으러 오는 분들은 가끔 본 적이 있지만
세상에, 이렇게 수많은 사람, 이렇게 끝없이 긴 행렬의 인파는 투표로도 본 적이 없었어요
아마 동네 역사상 손꼽을 일일 것 같아요 제가 동네 토박이라 그건 자신할 수 있네요^^;
뙤약볕 아래 장시간 기다렸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니 아무렇지도 않았고 열심히 쿠션도 바르고 나간 후라 그냥 막 익고 그을려도 좋으니 중단없이 검사만 무사히 받을 수 있다면 좋겠더라고요 근처 다른 지역 무증상자는 익일 방문요청을 문자로 받으니 마음이 좀 더 심란했고요
검사대상자 대부분 그 마트관련 방문자라 검사이유도 말할 필요없이 빨리 진행되었고 문진표엔 비접촉자/무증상자 이렇게 먼저 체크되어있더라고요
손 소독 후 비닐장갑 끼고 코, 입을 통한 면봉 검채 채취 검사를 받았는데 의료진분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저는 약간 찌릿할 뿐 하나도 안 아팠어요 채취시 자 들어가요 잘하고 계세요 너무 고마워요 고생하셨어요 정말 이렇게 말씀해주시는데.. 이 때 뭔가 눈물날 뻔 했어요
검사 후 가족은 본가로 바로 들여 보내고 저는 저 혼자 사는 집으로 다시 걸어 돌아왔는데
30분 넘는 늘 걷던 그 길이..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왜 이렇게 길고 멀게 느껴지는지..영화 걸어도 걸어도 같은 기분으로 들어왔네요 흐흐
대로에서 저를 지나치는 버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도 엄청 고마운 일이었구나 그립다 내 버스들, 이렇게 말이죠..
검사결과가 나온다는 내일 늦은 오후까지는 생애 처음으로 타의적 자가격리를 합니다
원래 인생이 자발적 자가격리 스타일이었는데 그래서 난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그 의미와 무게가 정말 다르다는 걸 오늘에서야 실감합니다
정말 앞으로도 늘 조심조심 살 거지만 원래 하던대로 집밥 먹고 94쓰고 손소독제 달고 다니면서사회적 거리와 단계를 지키고 큰 동선 없이 기약없는 만남을 미루고 지내겠지만 내 걸음 걷는 거리거리를 더 소중하게 한 공간, 같은 시간대에 있는 사람들의 안녕을 빌며, 그들의 안녕이 나의 안녕일 수도 있음을 정말 잊지 않고 살아가게 될 것 같아요
주말에는 그렇게 쏜살같던 시간이 오늘은 정말 느리게 흘러가네요 검사결과가 나오는 내일 오후까지 정말 긴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오전에 말씀 주신 분들, 너무 고맙습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말씀 다시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