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부터 그냥 산야로 돌아다니며 놀며 커서
인형이나 장난감 이런거에 큰 관심 못느끼고
애착인형..이런게 뭔지도 몰랐어요
인형을 제돈주고 사는 일도 0.0001% 될까말까.
남편이랑 장거리 연애로 만나고 있었는데
어느날 연한 노랑색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 인형을 사들고 왔어요.
으....(속으론 질색팔색..)
겉으론 고마워는 했지만 다음부터는 이런거 (선물같은거) 사지 말라고 했어요
그때 당시 누구 만나거나 할때 남자가 밥사고 커피하고 선물사고 이러는게
저는 너무 부담스럽고 싫었어서
더치패이 비슷하게 했었거든요
남편이 밥을 사면 제가 꼭 커피를 사거나 하고
밥을 사거나..
그래서 무슨 선물 사오고 하는게 정말 부담스럽고 싫더라고요.ㅎㅎ
여튼 그렇게 처음으로 받아본 강아지 인형은
결혼전에 이사 다닐때도 가지고 다니고
(그렇다고 막 들고 다니고 안고 있고 그런건 아니고
그냥 구석 한켠에 놔두고 잊혀지는...)
그러다가 결혼하고 결혼해서도 가지고 와서
함께한지 23년이 되었어요.
한번씩 까맣게 먼지가 뭍었다 싶으면 빨아주고 놔두고 했는데
지난주에도 빨아서 말리니 예전에 복슬했던 털이 뭉쳐서
눈에 거슬리더라고요.
품에 안고 빗질을 하면서 뭉친 털을 풀어주는데
강아지 인형의 눈이 저를 바라보는 모습이
별로 돌아간 우리 강아지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거에요
열심히 빗질 해서 털이 풍성하게 펴지니
새 인형마냥 뽀샤시 해졌어요
오며가며 만져주고
한번씩 안아서 내려다보면
떠난 강아지가 제 품에 안겨 있는 듯 해서
기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뒤늦게라도 많이 예뻐해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