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 육아기

... 조회수 : 1,324
작성일 : 2021-05-23 03:08:38

저희 형제들이 엄마를 되게 좋아해요 엄청 귀여워하고
엄마엄마 안하고 문숙이 문숙씨 이름도 부르고
약간 우리집 막내 강아지 느낌이에요

엄마가 약간 노인네가 돼가는 구나 신호가 딱 온 순간
저희는 엄마를 엄하게 단도리 ㅎ 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저희 엄마는 돈도 나보다 훨씬 잘 버는 멀쩡한 사람이었는데
저도 일하다보니 젊은 사람들이 연장자들 어떻게 보는지도 알고...
혹여나 우리 엄마가 그런 대접 받을까
괜히 실수하고 젊은 애들한테 욕먹을까 전전긍긍 ㅎㅎ

절대 젊은 애들한테 먼저 말 걸지 말아라
결혼해라 저금해라 그런 잔소리 하지 말아라
밥이나 커피 꼭 사줘라
오늘은 일 뭐했어? 점심 뭐 먹었어? 
애들한테 이상한 얘기는 안 했지? 맨날 이런거 물어보고...
이런걸 계속 하다보니까 엄마를 자꾸 자세히 보게 되고 알게 되고
이 아줌마가 너무 귀엽더라고요 ㅠㅠ 불면 날아갈까 걱정되고..

어느날 회식했는데, 엄마가 너무 취했다고 집에 연락이 ㅠㅠ 
동생이랑 둘이 데리러 가서 나도 모르게 엄마 아래 직원한테 사자후...
아니 늙은이를 이렇게 먹이시면 어떻게 합니까!

동생한테 오다가 등짝을 수차례 쳐맞았어요
사회생활 안해? 정신 안 차려?
그러다 문숙이; 왕따 당하면 어쩔거냐
다음날 제가 너무 무례했다고 손이 발이 되게 사죄...
엄마가 미안하고 민망하다고 호텔에서 밥 사먹이고...
이제는 은퇴하셔서 걱정 하나는 덜었어요;

종종 같이 공원가면 그렇게 옆길로 새요.
딱 살찌고 호기심 많고 산책 훈련 잘 안된 말티즈처럼
이 꽃도 보고 저 꽃 사진도 나비도 보고 길고양이도 따라가고...
바쁘게 움직이는 엄마의 궁둥이를 보면서
뒤에서 느적느적 따라가는 젊은 자식들은
음...활발하고 건강해, 잘 크고 있어...하고 만족
그러다 한번씩 소리쳐요, 어 거기 위험해! 조심! 가지마!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어서 썼어요
그저 우리집 막둥이 김여사가 늘 행복하고 건강하기만을 바랄뿐
읽으신 분들 부모님들도 모두 건강하고 오래토록 안녕하시길 빕니다.


IP : 67.160.xxx.5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행복한새댁
    '21.5.23 3:16 AM (112.162.xxx.74)

    정말 이런관계는..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요? 책으로만 혹은 상상속으로만 존재하는 관계 같아요..

    난 비록 이런 딸이 못되지만 내 자식에게는 짐은 안되는 엄마로 남으려고 지금도 고군분투 중입니다. 참 부럽습니다.

  • 2. ...
    '21.5.23 3:22 AM (67.160.xxx.53)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데 사연 없는 부모 자식 관계가 어디있겠어요. 그냥 어느날 엄마 인생이 좀 가슴아팠어요. 인간 대 인간으로. 열심히 사신 것 알고, 해 주신 것들 감사하고. 윗분, 고군분투 하시는 지금이 빛나는 날이 올거에요.

  • 3. 원글님
    '21.5.23 3:58 AM (223.62.xxx.89)

    형제관계가 어떻게 되시나요? 다들 출가해서 어머님과 따로 사시는건가요? 문숙님의 자녀 육아법이 궁금하네요. 엄마를 자식처럼 끔찍히 생각하는 자녀들이라니.. 자랄때 문숙님은 자녀들에게 어떤 어머님이셨나요?

  • 4. bb
    '21.5.23 5:03 AM (121.156.xxx.193)

    어머나 세상에 너무 사랑스러운 가족이네요.

    윗님처럼 저도 궁금해요. 더 써주세요.

  • 5. ...
    '21.5.23 7:59 AM (173.70.xxx.210)

    원글님! 우리집에도 문숙씨같은 분 계셨어요. 아들,딸이 너무 사랑해서 엄마 늘 곁에서 불면 날아갈라
    어디 아플까 걱정에...워낙 총기있고 똑똑했고 외모 또한 아름다웠던 나의 엄마. 귀여워서 볼에 뽀뽀하고
    늘 운전대 잡고 여기저기 잘 다니시던 분이라 어디시냐, 혹시 지하철 타시면 지하철 역까지 마중나갔던 자식들...
    그런데 그런 분이 갑자기 떠나셨어요. 가신지 몇년이 지났지만 원글님의 문숙씨같았던 우리 엄마가 오늘따라
    너무 보고 싶어요. 원글님도 문숙씨와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 6. 아름다워요
    '21.5.23 8:22 AM (220.81.xxx.171)

    사는게 별거 있나요.
    서로 사랑하는 모습 정말 상상이 막 됩니다.
    귀여운 문숙씨 항상 건강하시길

  • 7. ...
    '21.5.23 10:49 AM (180.68.xxx.100)

    문숙씨와 오래도록 행쇼~
    엄마와의 관계 너무 부럽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32620 아래 위 자매 사이에 낀 남자 남편이신 분들 12 ㅇㅇ 2021/07/31 1,951
1232619 이재명은 재판때 초호화변호인단쓴거 비용얼마일까요? 6 변호사비용 2021/07/31 707
1232618 삶아놓은 계란이 냉장고에 있는데요 4 폭염 2021/07/31 1,898
1232617 당근스토리 1 오늘 2021/07/31 600
1232616 정윤희는 진짜 힘든 배역을 많이 했네요 9 지금보니 2021/07/31 5,609
1232615 아이들이 따져요 우리는 부모한테 안그런거 같은데 8 고민 2021/07/31 2,315
1232614 '심정지' 40대 환자, 한 시간 넘게 빈 병상 찾다 숨져 23 도지사와 시.. 2021/07/31 5,641
1232613 국철은 1호선을 의미할까요? 외국인 노동자 많은 전철역 어디일까.. 3 국ㅇㄹ 2021/07/31 1,097
1232612 여름만 되면 탄산음료 즐기는 사람들 있나요 ㅠㅠㅠ 13 .... 2021/07/31 2,625
1232611 50까지 일했는데 그만 둘까 고민이예요 44 ㅇㅇ 2021/07/31 7,012
1232610 주걱턱이 정말 복턱이기는 한가요? 25 턱고민 2021/07/31 4,273
1232609 돌빨래판 최고예요 15 ㅇㅇ 2021/07/31 3,109
1232608 배스킨라빈스 하프갤론주문했는데 패밀리통에 담아줬어요 25 ㅁㅁ 2021/07/31 4,891
1232607 '직 유지' 이재명, 남은 연차는? 18 000 2021/07/31 1,283
1232606 페브릭 소파.. 전문 세탁소에 맡기나요? 2 ** 2021/07/31 853
1232605 내로남불 끝판왕이 나왔네요 27 .. 2021/07/31 7,348
1232604 한국 남자 배우 중 최고 미남은 누구일까요? 85 ㆍㆍ 2021/07/31 7,140
1232603 생일 늦으신 분들 나이 빨리 먹는거 안 억울하세요? 3 .. 2021/07/31 1,181
1232602 국힘은 부동산 전수조사 안하는건가요??? 5 미자 2021/07/31 698
1232601 냉동 안심. 뭐 해먹을까요 5 걱정 2021/07/31 716
1232600 안산선수 수학영재하니, 오세훈 이재익선수가 떠오르네요. ㅇㅇ 2021/07/31 1,407
1232599 앞베란다 물청소 해도 되는 거 맞죠? 7 청소 2021/07/31 2,901
1232598 내 사랑,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1 . 2021/07/31 1,911
1232597 스켈링. 너무 아파서 무서운데 10 /// 2021/07/31 2,634
1232596 실내수영 강습 -수영복 3부면 괜찮나요? 5 실내수영 2021/07/31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