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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과오

조국대전 조회수 : 467
작성일 : 2021-05-11 11:30:40
조성식 기자님의 글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지식인의 과오]

시사인 김은지 기자는 지난해 12월 정경심 교수의 1심 판결을 이렇게 요약했다.
“이슈가 된 ‘딸 의학 논문 1저자’ 보도 내용은 기소도 안 되었다. 검찰 수사 동기가 된 사모펀드 횡령 혐의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입시비리 혐의는 ‘죄질이 좋지 않아’ 중형이 선고되었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난데없이 조국 사건 논쟁이 벌어졌다. 편집한 방송을 우연히 보다가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김경율이라는 회계사가 참고인으로 나왔는데, 정경심 교수의 펀드 관련 혐의를 여전히 권력형 비리라고 추정하는 대목에서 귀를 의심했다. 그 근거는 ‘사실’이 아니라 ‘가능성’이었다.



즉 정 교수가 관여한 펀드회사가 여기저기 투자하는 데 권력자인 민정수석 조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믿음이었다. 이는 검찰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1심 재판부조차 인정하지 않은 혐의다. 억측과 오해와 과장이 뒤섞인 초기 주장을 고수하는 걸 보고 딱한 마음이 들었다.



제대로 된 지식인이라면 옳고 그름을 구별하고, 사실과 주장을 분리해야 한다. 조국 사태가 사람들 사이에 과도한 증오와 분노의 불길을 일으킨 데는 일부 지식인들의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발언도 한몫했다. 김 회계사 말고도 온갖 매체에 등장해 ‘진보의 위선’에 날을 세운 진중권 자유기고가, 서민 교수 등이 이 범주에 드는 사람들이다. 언론이 이들을 진보인사라고 소개하고 한마디 할 때마다 기사화하는 바람에 그 부정적 영향력이 더 커진 면이 있다. 같은 진보진영에서 비판하는 것이니 더 설득력 있지 않으냐는 속셈이었다.




내가 몸담았던 보수성향 언론기업에서 그나마 중립적이라고 자평하는 모 후배기자가 여전히 조국이 펀드에 개입해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고 의심하는 것도 이런 사람들이 심어준 확증편향 탓이다. 확증편향이란, 쉽게 말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제기된 의혹 열 개 중 한두 개만 사실로 인정돼도 전체를 사실이라고 믿는다. 추미애 아들 사태도 그랬고 윤미향 사태도 그랬다.



ㅗ법적으로 입증되지도 않는 ‘가능성’만으로 여전히 권력형 비리 운운하는 김 회계사의 대담함이 놀랍기만 하다. 이런 확증편향이 판을 치니 진영주의적 갈등과 대립이 해소되기는커녕 날로 심해지는 것이다. 윤석열이든 김학의든 잘못한 만큼만 욕먹고 비판받아야 한다. 이제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불필요하게 벌어진 생각의 간극을 좁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검찰이 조국 일가를 탈탈 턴 후 연이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확대한 의도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요 수사목표가 ‘민정수석 조국’의 권력형 비리를 찾아내는 것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는 검언유착 시비에 휘말린 법조기자들 사이에서도 나왔던 얘기다. 펀드와 입시에서 안 나오니까, 펀드와 입시로는 정경심은 몰라도 조국은 구속할 수 없으니 더 그럴듯한 걸 찾아 나섰다는 의혹이다.



권력형 비리를 찾아내야 빈약하고 초라한 조국 수사 결과에 대한 비난을 줄이면서 수사 명분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말하자면 검찰 스스로 펀드와 입시로는 권력형 비리를 충족할 수 없다고 인정한 셈이다.




그러니 주구장창 펀드와 표창장만 거론하는 지식인들은 자중하는 게 좋겠다. 조국 사태를 두고 권력형 비리니 살아있는 권력 수사니 하면서 애써 의미를 부여하는 게 얼마나 궁색한지 안다면. 전에도 말했지만, 설령 조국 부부의 혐의가 다 사실이라 해도, 주로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일어난 개인의 ‘도덕적 일탈’이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이나 공정성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온갖 편법이 끼어들 여지가 있고 다른 학부모들도 파헤치면 위법행위가 드러날 수 있는 그 혼란스러운 입시제도를 이 정부가 만든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요즘은 다소 총기가 흐려진 듯하지만 정치권력 비판에 타고난 감각이 있다는 강준만 교수 표현을 빌리자면, 이거야말로 대국민 사기극 아닌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수사권이 통째 넘어간 것처럼 난리치는 것만큼이나(아니, 다 넘어가면 또 어떤가. 원래 경찰이 수사기관인데).




여전히 사실관계 다툼이 치열하고 증거조작 의혹까지 제기된 표창장 문제는 접어두고 말하자면, 아무리 조국이 밉더라도 인턴증명서나 장학금을 뇌물이라고 보는 건 억지스럽다. 추정일 뿐이다. 인턴근무든 봉사활동이든 제도적 관습적으로 용인되는 면이 있고, 한 사람에게만 지급한 특혜성 장학금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조국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아픈 곳을 정확히 때려야 중도층도 인정한다.



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부작용, 아파트값 폭등, 전세대란, LH사태에서 드러난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 등 다른 걸로도 얼마든지 때릴 수 있다. 무리하게 엮어서 때리면 이쪽 지지자들은 반발심과 위기감에 더 뭉치게 되고, 정권에 등 돌렸던 중도층도 ‘너무 심하네’ 하면서 다시 돌아설 수 있다.




그만 억지 부리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 권력형 비리 아니고 개인비리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얘기한 대로 조선시대 삼족을 멸한 역적 이상으로 단죄당하고 고통받고 있지 않나? 몇 번이나 사과하면서. 다만 사과와 법적 방어는 별개다. 후자는 법에 보장된 피고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논점을 명확히 하자면, 조국 비리와 검찰개혁은 별개다. 요즘 시끄러운 김학의도 마찬가지다. 검찰개혁 총대를 멨던 조국의 도덕적 일탈이 드러났다고 해서,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사건 진상조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됐다고 해서 많은 국민이 지지한 검찰개혁의 허구성을 주장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검찰제도와 검찰권력의 문제점, 수사권-기소권 결합의 폐해를 통시적 공시적으로 바라본다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다. 정권에 충성하겠다고, 실적 올리겠다고 생사람 잡던 특수부 검사들이 옷 벗고 나가 전관특혜 속에 영장시장에서 큰손 대접받는 걸 안다면, 재벌기업 비리를 속속들이 파악했던 특수부 검사들이 재벌 변호인으로 변신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실태를 알면 그런 한가한 소리 못 한다.




서초동에 몰려든 촛불시민이 다 조국 옹호자였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조국과 검찰 양쪽을 다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검찰개혁은 이들의 교집합이다. 검찰을 비판하면 조국 지지자인가? 상식적으로 판단할 일이다. 조국 수사에 문제가 많다고 해서, 검찰권력을 비판한다고 해서 드러난 비리를 감쌀 수는 없지 않은가? 법적 판결 이전에 도덕적 심판을 면할 수 없다. 억울한 구석이 있더라도 드러난 사실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다만 우리는 그 사실의 가치와 경중을 저울질하고, 사실과 사실의 연결이 자연스럽고 필연적인지 따져보고, 사실들 사이에 묻힌 진실을 들춰내고, 사실을 드러낸 방식의 저열함과 폭력성을 비판할 뿐이다.
그것이 합리적 시민의 몫이다. 조국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피가 뜨거운 지지자들의 몫이고. ‘몽고 기병’이 지나간 자리는 폐허가 됐지만 동서문화 교류라는 성과라도 남겼다. 조국 수사는 어떤가? 관행적 비리에 경종을 울린 공은 있지만, 비정상적이고 불공정한 수사에 따른 폐해가 더 커 보인다.

어떤 명분에서라도 죄가 아닌 사람을 겨냥해 온갖 잡동사니를 끌어모아 법적 심판 이전에 도덕적 망신부터 주는 야만적 수사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위선은 진보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인간 본성의 문제다. 다만 진보가 돋보일 뿐이다. 왜? 늘 말과 글로 도덕과 정의를 부르짖으니까. 송곳비판이 내로남불로 드러나니까. 공적 영역에서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사적 영역에서 정의롭지 못하니까. 앞에서 공정을 내세우면서 뒤로 자리와 이권을 챙기니까. 양성평등과 여성인권을 중시하면서 성적 일탈을 저지르니까. 자기와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반칙도 불사하니까. 진보주의자의 발꿈치에도 못 미치는 나도 그랬다. 내가 기자로서 정의를 추구한 것과 ‘기자권력’에 따른 혜택을 누리고 공과 사를 뒤섞은 것은 별개였다. 돌이켜보면 잘한 것보다 잘못한 게 많았다. 모순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시정하려고 진지하게 노력하지 않았다.




사족일지 모르지만, 진보의 위선이나 타락이 보수보다 두드러져 보이는 데는 언론의 고의성도 작용한다. 비슷한 잘못이라도 진보가 저지르면 더 크게 부각하는 습성이 있으니까. 여기에는 기득권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진보주의자들을 불편해하고 견제하는 심리가 숨어 있다.
대중적으로 도덕적 우위를 차지한 자들에 대한 못마땅한 시각도 있다.



확증편향에서 비롯된 오판이나 검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대중을 오도하는 일은 자제하자. 적어도 책임감 있는 지식인이라면 말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을 지켜보는 것도 고역이다.



언제까지 표창장과 펀드를 우려먹으며 개혁의 대의를 흠집내려 하는가? 뭐든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면 본질이 흐려지고 의도를 의심받는다.



다시 말하지만 잘못한 만큼만 비난받아야 한다. 형사재판의 한 당사자인 검찰 주장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건 지식인의 자세가 아니다.
작은 물고기를 보고 바위를 던지는 건 우스꽝스럽지 않나?



다들 상식과 이성을 회복하자. 비위가 상하고 분통이 터지더라도 더러는 반대쪽 관점에서 내 주장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자성의 시간도 갖자. 우리는 다 이기적이고 모순적이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면서.



IP : 223.38.xxx.22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진중권, 서민은
    '21.5.11 11:35 AM (1.229.xxx.210)

    이제 그냥 꼴 ㅌ이죠..이렇게 바닥이 드러나는 거예요.

  • 2. 확증 편향 맞네요.
    '21.5.11 12:34 PM (14.54.xxx.6)

    앞 뒤 다보지도 않고 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글은 수긍 하지만
    조국의 개인 비리 라니 그건 수긍 못합니다.
    글중에도 나오 지만 그 당시의 입시 제도를 최대한 이용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자식들 대학 보낸 분들, 솔직히 부모가 각종 정보 수집 하고 최대한 활용 하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없던 과도 벼락 치기로 만들어서 지 딸 입학 시킨후 그 과 없앤 의원은 어찌 그렇게 아무 일도 없는지?

  • 3. ???
    '21.5.12 12:39 AM (121.128.xxx.152)

    검찰개혁의 선봉에 있던 조국 교수를 날려버리는 것이
    윤석열 일당의 지상과제였소.
    코로나 상황이 아니라면 검찰을 향해 촛불을 들어야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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