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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교수님 미나리평이 좋네요

ㄱㄴ 조회수 : 2,805
작성일 : 2021-04-27 23:20:05


1.
A Very Witty, Intelligent, Humble and Respectfully Gorgeous World Star!
윤여정의 수상소감은 놀라웠습니다.
유모와 재치가 넘치고 배려심이 깊고 겸손하며
자신을 어떻게 빛나게 할 수 있는지 아는 매우 총명한 배우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건 어떤 연출과 의도를 넘어 삶의 깊이와 성찰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녀의 모습은 그녀의 말대로 운이 좋았던 것이기도 하겠지만
오스카 시상식 무대 위의 윤여정은
기쁨을 표현하는 차원이 어떤 것이어야 할지 일깨워주었습니다.



2.
윤여정의 영어 수상소감의 한 대목을 번역해보자면.
-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를 이겨먹겠어요?
당신의 연기를 수없이 보면서 도리어 제가 얼마나 많이 배웠는데요!
경쟁? 여긴 그런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린 다 각자 다른 영화에서 최선을 다한 배우들이지요.
다만 제가 조금 운이 좋았을 뿐, 제가 잘 나서 이 상을 받는 게 아니죠. -



영화 의 조연 윤여정,
그런데 정작 이 미나리를 이 영화의 주제로 만든 서사의 장본인 할머니
이민 2세대는 그 할머니를 통해 미나리라는 화두를 전해받게 됩니다.
모든 것이 불타버린 자리에서




3.
병아리 감별로 골라진 수컷들은 대량학살 홀로코스트를 연상시키는 굴뚝의 연기로 사라지고
흙을 파서 땀을 흘리는 자연과 만나는 삶에서 미나리는 재생의 상징이 됩니다.



이민자의 삶을 소재로 했지만
감독 정이삭은 놀라울 정도로 문명의 진로를 깊게 짚고 있습니다.
불에 타서 결국 연기로 사라지고 말 거대한 기계와 자본의 잔혹한 문명,
그걸 넘는 자리에 들어서야 할 생명의 미래.



4.
더군다나 감독의 이름이 이삭(Lee Issac)이고
영화의 남주인공은 야곱(Jacob), 손주는 다윗(David)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그리고 마침내 다윗이.....



이삭은 우물을 파고 거처를 마련하지만
그때마다 잘 되는 순간 빼앗기고 빼앗깁니다.
그러나 그는 우물파기를 포기하지 않고 또 파고 또 팝니다.
빼앗기고 무너지고 하기를 얼마인지.
마침내 자신의 우물을 가지게 됩니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우물은 삶의 중심에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일종의 우물을 파는 장면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가 실패하고
나중에는 하늘의 은혜를 간구하면서 파들어가는....



인간의 삶이 어떻게 지켜지는가,
고비마다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는지
감독은 자신의 기독교적 정신세계를 녹여내고 있습니다.



5.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다윗을 낳고......드디어 예수의 계보까지 오는 마태복음.

“낳고”의 한없는 이어짐을 보며주는 마태복음의 첫장.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는데 낳게 됩니다.
무려 백살이 넘어서.

“낳고”의 이어짐은 낳을 수 없고 이어질 수 없는 계보가
다음 세대를 낳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건 간절한 기도의 연속되는 행렬입니다.

6.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기도라고 여겨집니다.
병아리 감별공장으로 상징되는 황폐해지고 있는 세상,
불타고 있는 미래,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매달리고 있는 자리.
그러나
거기서 일어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도전하는 야곱.


하나님과 씨름까지 하면서 미래를 여는 야곱의 이야기는
성서의 매우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7.
영화 는 이민자의 삶을 담아냈지만
그 안에는
자연의 생태주의적 힘과 기독교의 메시지까지 담겨 있습니다.
에콜로지와 신의 은총에 대한 갈구입니다.
국내 영화평에서는 외면받고 있는 대목입니다.


더군다나 십자가를 지고 끌고 다니는 윌 패턴이 연기한 인물의 이름은
바울(Paul)인 것은 간단치 않은 장치입니다.

정이삭 감독의 문명관, 세계관 그리고 인간의 미래에 대한
철학이 담긴 미나리의 상징.

--------------
오래전(196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은곰상을 받은 영화 ,
그리고 지난 해의
올해 로 이어지는
근대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삶의 고통과 희망의 서사.
우린 지금 어떤 생명의 미래서사를 쓰고자 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없이 경쟁으로 몰리고 있는 사회에서
감별당하는 인생, 그래서 일회용으로 소비되고 있는 시대
공장의 굴뚝에서 연기로 사라지는 생명

아무 데서나 누구든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
지금 우리가 성찰해야할 “미나리”는 그런 것이 아닐까요?



매일 망가지고 있는 정치와 언론을 보면서
미나리가 제대로 자라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함께 손잡고 드리고 싶은 기도가 간절해지는 나날입니다.
IP : 211.209.xxx.2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보고도몰랐는데
    '21.4.27 11:23 PM (39.125.xxx.27)

    좋은 해석 감사합니다~

  • 2. 플랫화이트
    '21.4.27 11:30 PM (175.192.xxx.113)

    아 그런뜻이 있군요...
    나는 왜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그러고보면 정이삭감독도 그렇지만
    영화감독들 대단한거 같아요.

  • 3. ...
    '21.4.27 11:40 PM (211.104.xxx.198)

    가장 의미있는 해석을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4.
    '21.4.27 11:41 PM (125.132.xxx.150)

    아 기독교적 세계관이. 영화에 아주 중요한 토양였는데 비기독교인이다 보니 놓치고 있었어요. 통찰력 있는 평.
    감사해요!!!

  • 5. ....
    '21.4.27 11:45 PM (211.178.xxx.251)

    먹고 살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대본이 본인에게는 성경 같았다는 윤여정씨 인터뷰가 생각나네요

  • 6. ...
    '21.4.27 11:48 PM (211.104.xxx.198)

    이분이 목사셨군요
    다른분의 평도 좋아서 가져옵니다

    https://kuyrian.tistory.com/419

  • 7. .....
    '21.4.28 12:13 AM (121.132.xxx.187)

    오래전(196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은곰상을 받은 영화 ,는 무슨 영화를 말하는 건가요?

  • 8. ..
    '21.4.28 12:14 AM (118.32.xxx.104) - 삭제된댓글

    김민웅교수님 미나리평이 좋네요22222

  • 9. ..
    '21.4.28 6:30 AM (180.68.xxx.100)

    김민웅 교쉬 미나리평 링크 감사합니다.

  • 10. 와우!
    '21.4.28 11:10 AM (61.98.xxx.139)

    영화평이 예술이네요!!
    '참 지루했고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가
    저의 감상평이었는데,
    김민웅교수님(목사) 평을 읽으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잘 되고-물론 저는 성경내용을 알고있습니다-
    어떻게 저런 깊이있는 해석이 되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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