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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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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아줌마는 왜 그랬을까?

ㅇㅇ 조회수 : 2,658
작성일 : 2021-03-16 15:05:22
아빠가 갑자기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몇달을 지냈어요.
하루하루가 다르게 생명의 불꽃이 급격히
사그러드는 게 눈으로도 보이는 그 힘든 시절...
이미 십년도 넘은 일이지만 유독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것들이 있어 이 날 이때껏
힘들기도 하고 이해 안가기도 하는 뭐
그런 점들이 있고요.

지금은 주인도 바뀐 병원근처 문구점...
무더운 여름 부채를 사러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그 문구점 앞에 진열된
부채들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어요.
막 골라보려 힘 낼 기운도 없고
마음이 힘드니 그저 눈으로 보고 뭘
골라갈까 하는 맘으로 서있는데
문구점 안에서 주인아주머니가 나오더군요.

내가 오래 서 있은 것도 아니고
뭐 비싼 것도 아닌 부채들 천원쯤 되는 거
그러니 가게 문밖에 그리 진열해 뒀지
싶음직한 그런 물건에 뭐가 그리 적극적일
일인지...
암튼 가게 안엔 손님이 없던건지 굳이
더운 날 그리 밖으로 손님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와서는
또 굳이 내가 골라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부채 하나를 쓱 뽑더니 내게 내미는 거예요.

그 내민 부채에 눈길 주다가 진짜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더군요.
겨우겨우 기도로 병원 생활 하루하루를
버텨냄에 힘겨운 그 시절...
절대 인정할 수 없고 가까스로 외면하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우리 가족에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생각하며
매번 고개 돌려 안마주치려 애썼던
죽음이란 단어

행여 상상만으로도 괴로워 철저히 피해
다니던 그 존재를...맞닥뜨린 기분이랄까요?
그 주인 아줌마가 웃는 듯한 아닌듯한
그 묘한 표정으로
날 보는든 아닌듯 좀 멍한듯한 눈빛으로
스윽 말없이 내민 그 부채...
분명 무더운 여름이었음에도 한기마저
느껴졌던 나로선 공포스런 그 상황

그 넓은 도로에 딱 그 아줌마와 나만
존재하는 공간인양 아무 소리도 안들리고
그 부채 건네는 아줌마로 인해 난
정말 뭐라 표현 못할 좌절,공포,슬픔
그런 힘든 감정들이 밀려들었어요.
지금 같으면 왜 이런 걸 주냐고 화라도
냈을 법한데 그 땐 너무 자지러질듯한
기분에 말도 안나오더군요.

그 내민 하얀 부채엔 아무 다른 것도 없이
덩그러니 해골이 그러져 있었어요.
이십대 아가씨에게 왜 그 아줌마는
그런 부채를 골라줬을까요?
알록달록 귀여운 캐릭터 부채도 많았는데...
마치 사인이라도 되는듯한 느낌에
괜히 부채 사러 갔다가 못볼 걸 보고 온
마음에 너무 속상하더군요.

끝내 아빠는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십여년도 넘은 일이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남들에겐 표현 다 못할 이상함과
힘겨움이 있어요.
죽음은 이미 정해진 걸 애써 현실외면하고
살아나실 거란 희망으로 돌아가시기 전
주변정리도 하시게 알려드리지 못한
우리 가족에게 그러지 마란 경고였을지...

도대체 누가 그런 걸 돈주고 사간다고
해골 달랑 그려넣은 부채를 만든건지...
그 아줌마는 도대체 왜 내게 그 부채를
골라서 내민건지...
점 보러 간적은 없지만 마치 무당이 점괘
내보여 줄 때 표정이 그렇지 않을까
싶던 그 아줌마...

일반적으로 물건 팔 마음이 있는 주인아줌마가
아가씨에게 그런 해골 부채를 권한다는 게
이해가 가는 상황인가요 다른 분들 보기엔?




IP : 117.111.xxx.24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1.3.16 3:18 PM (211.215.xxx.112)

    불쾌지수 높은날 손님이 땡볕에 가게앞에 서 있으니
    원글님께 짜증스럽게 대했을까요?
    아마도 원글님이 처한 사정은 몰랐을거예요.

  • 2. 원글
    '21.3.16 3:29 PM (117.111.xxx.246)

    20대 아가씨가 덜렁 해골 그려진 부채를 살까요?
    장사해본 사람은 연령별 잘 팔리는 걸 알텐데
    누구라도 살 법하지 않은 해골 부채를
    권하는 그 상황이 절대 이해가 안가서요.
    지금껏 한번씩 떠오르는 그 상황이 참 그래요.

  • 3. ..
    '21.3.16 3:33 PM (220.85.xxx.168)

    해골무늬 패셔너블하다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알렉산더 맥퀸도 해골무늬가 그 브랜드 아이콘이었잖아요
    아주머니는 그냥 별 생각없이 젊은애들 좋아하는거 줬겠죠

  • 4. 원글님의
    '21.3.16 3:39 PM (59.27.xxx.224)

    사정을 모르는 가게주인은
    어두운 표정의손님이 밖에 서있으니 나와봤을거에요
    힘들어보이니 빨리 부채를 골라준다는게 하필 그거였나보죠
    당시에 마음이 힘들었던 님이 크게 받아들였을수도요

  • 5. 메멘토모리
    '21.3.16 3:45 PM (175.197.xxx.189)

    해골은 메멘토모리. 죽음은 항상 곁에 있다 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쩌면 죽음은 먼 곳에 있는게 아니라 가까이에 항상 곁에 있는 것이고.. 그러기에 마냥 슬퍼하기만 하기보다는 살아있는 순간을 느끼라... 그런뜻으로 준 게 아닐까요? 물론 그 아주머니가 진짜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 님에게 메세지를 전해 준 정령이라는 전제하에요.
    말도 안되긴 하지만.. 너무 의미 부여하지 마세요. 의미를 부여한다면... 나쁜 의미라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부채의 양면처럼 삶과 죽음은 항상 함께한다..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가는건 어떠신가요?

  • 6. ....
    '21.3.16 3:56 PM (118.235.xxx.121)

    20대 애들 해골 브랜드 한때 유행이었어요 그게 죽음과 연결시키는건 원글님이고 ...알록달록은 초딩용부채라 생각해서 그랬을지도

  • 7.
    '21.3.16 3:58 PM (182.221.xxx.183)

    40대 후반인데 해골무늬 진짜 좋아해요. 일부러 모을 정도로...
    아줌마는 아무 생각없이 하나 팔려고 내민 것 뿐인데 원글님 상황이 그래서 안좋은 느낌으로 다가왔을 거 여요.

  • 8. 원글님
    '21.3.16 4:15 PM (115.136.xxx.119) - 삭제된댓글

    글을 쓰신 스타일?느낌을 보니 글을 잘쓰셨는데 무슨 소설같아요 돋보기 들여다보듯 관찰을 하듯 쓰신거보니 평소에도 감정이나 감성이 예민한부분이 보입니다
    어찌 알고 그런부채를 내미셨겠어요
    원글님이니까 아직까지 기억하고 곱씹듯이 생각하시는거지 그아줌마 얘기들어보면 잉?하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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