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 때 그 아줌마는 왜 그랬을까?
받고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몇달을 지냈어요.
하루하루가 다르게 생명의 불꽃이 급격히
사그러드는 게 눈으로도 보이는 그 힘든 시절...
이미 십년도 넘은 일이지만 유독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것들이 있어 이 날 이때껏
힘들기도 하고 이해 안가기도 하는 뭐
그런 점들이 있고요.
지금은 주인도 바뀐 병원근처 문구점...
무더운 여름 부채를 사러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그 문구점 앞에 진열된
부채들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어요.
막 골라보려 힘 낼 기운도 없고
마음이 힘드니 그저 눈으로 보고 뭘
골라갈까 하는 맘으로 서있는데
문구점 안에서 주인아주머니가 나오더군요.
내가 오래 서 있은 것도 아니고
뭐 비싼 것도 아닌 부채들 천원쯤 되는 거
그러니 가게 문밖에 그리 진열해 뒀지
싶음직한 그런 물건에 뭐가 그리 적극적일
일인지...
암튼 가게 안엔 손님이 없던건지 굳이
더운 날 그리 밖으로 손님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와서는
또 굳이 내가 골라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부채 하나를 쓱 뽑더니 내게 내미는 거예요.
그 내민 부채에 눈길 주다가 진짜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더군요.
겨우겨우 기도로 병원 생활 하루하루를
버텨냄에 힘겨운 그 시절...
절대 인정할 수 없고 가까스로 외면하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우리 가족에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생각하며
매번 고개 돌려 안마주치려 애썼던
죽음이란 단어
행여 상상만으로도 괴로워 철저히 피해
다니던 그 존재를...맞닥뜨린 기분이랄까요?
그 주인 아줌마가 웃는 듯한 아닌듯한
그 묘한 표정으로
날 보는든 아닌듯 좀 멍한듯한 눈빛으로
스윽 말없이 내민 그 부채...
분명 무더운 여름이었음에도 한기마저
느껴졌던 나로선 공포스런 그 상황
그 넓은 도로에 딱 그 아줌마와 나만
존재하는 공간인양 아무 소리도 안들리고
그 부채 건네는 아줌마로 인해 난
정말 뭐라 표현 못할 좌절,공포,슬픔
그런 힘든 감정들이 밀려들었어요.
지금 같으면 왜 이런 걸 주냐고 화라도
냈을 법한데 그 땐 너무 자지러질듯한
기분에 말도 안나오더군요.
그 내민 하얀 부채엔 아무 다른 것도 없이
덩그러니 해골이 그러져 있었어요.
이십대 아가씨에게 왜 그 아줌마는
그런 부채를 골라줬을까요?
알록달록 귀여운 캐릭터 부채도 많았는데...
마치 사인이라도 되는듯한 느낌에
괜히 부채 사러 갔다가 못볼 걸 보고 온
마음에 너무 속상하더군요.
끝내 아빠는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십여년도 넘은 일이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남들에겐 표현 다 못할 이상함과
힘겨움이 있어요.
죽음은 이미 정해진 걸 애써 현실외면하고
살아나실 거란 희망으로 돌아가시기 전
주변정리도 하시게 알려드리지 못한
우리 가족에게 그러지 마란 경고였을지...
도대체 누가 그런 걸 돈주고 사간다고
해골 달랑 그려넣은 부채를 만든건지...
그 아줌마는 도대체 왜 내게 그 부채를
골라서 내민건지...
점 보러 간적은 없지만 마치 무당이 점괘
내보여 줄 때 표정이 그렇지 않을까
싶던 그 아줌마...
일반적으로 물건 팔 마음이 있는 주인아줌마가
아가씨에게 그런 해골 부채를 권한다는 게
이해가 가는 상황인가요 다른 분들 보기엔?
1. ...
'21.3.16 3:18 PM (211.215.xxx.112)불쾌지수 높은날 손님이 땡볕에 가게앞에 서 있으니
원글님께 짜증스럽게 대했을까요?
아마도 원글님이 처한 사정은 몰랐을거예요.2. 원글
'21.3.16 3:29 PM (117.111.xxx.246)20대 아가씨가 덜렁 해골 그려진 부채를 살까요?
장사해본 사람은 연령별 잘 팔리는 걸 알텐데
누구라도 살 법하지 않은 해골 부채를
권하는 그 상황이 절대 이해가 안가서요.
지금껏 한번씩 떠오르는 그 상황이 참 그래요.3. ..
'21.3.16 3:33 PM (220.85.xxx.168)해골무늬 패셔너블하다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알렉산더 맥퀸도 해골무늬가 그 브랜드 아이콘이었잖아요
아주머니는 그냥 별 생각없이 젊은애들 좋아하는거 줬겠죠4. 원글님의
'21.3.16 3:39 PM (59.27.xxx.224)사정을 모르는 가게주인은
어두운 표정의손님이 밖에 서있으니 나와봤을거에요
힘들어보이니 빨리 부채를 골라준다는게 하필 그거였나보죠
당시에 마음이 힘들었던 님이 크게 받아들였을수도요5. 메멘토모리
'21.3.16 3:45 PM (175.197.xxx.189)해골은 메멘토모리. 죽음은 항상 곁에 있다 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쩌면 죽음은 먼 곳에 있는게 아니라 가까이에 항상 곁에 있는 것이고.. 그러기에 마냥 슬퍼하기만 하기보다는 살아있는 순간을 느끼라... 그런뜻으로 준 게 아닐까요? 물론 그 아주머니가 진짜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 님에게 메세지를 전해 준 정령이라는 전제하에요.
말도 안되긴 하지만.. 너무 의미 부여하지 마세요. 의미를 부여한다면... 나쁜 의미라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부채의 양면처럼 삶과 죽음은 항상 함께한다..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가는건 어떠신가요?6. ....
'21.3.16 3:56 PM (118.235.xxx.121)20대 애들 해골 브랜드 한때 유행이었어요 그게 죽음과 연결시키는건 원글님이고 ...알록달록은 초딩용부채라 생각해서 그랬을지도
7. 저
'21.3.16 3:58 PM (182.221.xxx.183)40대 후반인데 해골무늬 진짜 좋아해요. 일부러 모을 정도로...
아줌마는 아무 생각없이 하나 팔려고 내민 것 뿐인데 원글님 상황이 그래서 안좋은 느낌으로 다가왔을 거 여요.8. 원글님
'21.3.16 4:15 PM (115.136.xxx.119) - 삭제된댓글글을 쓰신 스타일?느낌을 보니 글을 잘쓰셨는데 무슨 소설같아요 돋보기 들여다보듯 관찰을 하듯 쓰신거보니 평소에도 감정이나 감성이 예민한부분이 보입니다
어찌 알고 그런부채를 내미셨겠어요
원글님이니까 아직까지 기억하고 곱씹듯이 생각하시는거지 그아줌마 얘기들어보면 잉?하실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