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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

이런저런 조회수 : 889
작성일 : 2021-02-22 11:42:01
저희 엄마는 평생 남들에게 베풀고 사셨어요.
80년대에 집에서 일하시던 도우미 아줌마가 포장마차 시작할 돈이 필요하니 아버지 몰래 200만원을 선뜻 주셔서 그 아주머니 재기에 성공하셨어요.
또 센스있고 머리 좋으신 도우미 아줌마는 외국 대사관에 요리사로 연결해 주셔서 그 분 몫돈 만들게 해주셨구요
아뭏든 다 열거하기도 힘들어요. 평생을 불쌍하거나 힘든 사람을 지나치는걸 못봤어요.

힘들고 나이 드신 어르신들 차 태워서 병원 데려가고
잔심부름 다 해드리고 나중에 엄마가 암으로 아픈데도
그분들 끝까지 챙기셨어요. 엄마 장례식장에서 보니
할머니들이 진짜 많이 오셔서 우리를 데려가지 하면서 목 놓아 우시는데 우리 엄마 참 잘 살다 가셨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에 여러군데 퍼진 암으로 1년 남았다고 의사가 얘기할때 놀라서 가방을 툭 떨어뜨리시더군요. 드라마는 가끔 현실이 돼요...
수없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그 흔한 장면이 훅하고 내 엄마 앞에서도 펼쳐지는 순간이었어요.

딱 그날 하루 자식들 없을때 엉엉 우셨다고 나중에 들었어요.
그리고 가족들 힘들게 하기 싫다고 항암 안하시고 호스피스 들어가셨어요. 기차타고 저랑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실때
저는 눈물을 감추려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듯 꾸역꾸역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고 (눈물 터지면 저도 무너질까봐 독하게 맘먹고 담담하게 행동했어요)
엄마는 그런 절 물끄러미 보시면서 천..천히 먹어...하시고,
역에 내려서 걷기가 힘드시니 휠체어 서비스를 받았는데
나중에 그 분한테 만원 드리라고 힘들게 제 귀에 말씀 하셨어요.

그때 엄만 마약성 진통제 드셨는데... 좀 다른 사람들에게 신세 좀 져도 되는데 그걸 못하시더라구요.

입원한지 한달도 안되어서 가셨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들은 말은 , 남편이랑 통화하면서 김밥 먹었다구? 잘했어 하니까 갑자기 엄마가 고통스럽게 입을 떼시면서 미..안...해...고..마..워라고 남편한테 말하셨어요.

그 이후로는 진통제가 강해지니 눈이 풀리고 말씀을 전혀 못하셨어요. 마지막으로 들은 엄마 목소리 였어요.

거기 간호사님이 참 감사한게 제가 집에 다녀오려고 나서는데, 잠시만요 하시더니 환자분들이 갑자기 가시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엄마께 드릴 말씀 있으시면 하고 가세요라고 말씀해주셔서 다시 병실로 들어가서
엄마 귀에 대고 , ' 엄마, 엄마 딸로 태어나서 너무 행복했구요 담에도 엄마 딸 할래요. 엄마 감사하고 사랑해요'...

끄덕끄덕 하셨어요. 의식이 그나마 있던 마지막 모습이었어요. 아휴, 눈물이 너무 나서 그만 쓸래요.

다들 엄마 계실때 잘해드리세요.




IP : 121.160.xxx.7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맞아요
    '21.2.22 11:49 AM (49.161.xxx.218)

    계실때 잘해야해요
    잘해도 후회되는데...

    있을때 잘해...이말 명언이예요

  • 2.
    '21.2.22 12:30 PM (58.140.xxx.77) - 삭제된댓글

    좋은곳에 계실겁니다
    우리엄마도.

  • 3. ...
    '21.2.22 1:09 PM (223.62.xxx.128)

    훌륭하신 분이시네요
    좋은 곳에서 평안히 잘 계실겁니다

  • 4. andy
    '21.2.22 6:03 PM (210.57.xxx.81)

    눈물이 나네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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