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지방이에요. 지역시장에 가면 홍게를 구매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제가 음식 중에 게를 제일 좋아해서 가끔 집에 가면 먹으라고 삶아서 주시고 그럽니다.
얼마 전 집에 갔는데, 요양보호사로 일하시는 어머니는 3교대 나가시고 아버지랑 저만 있었어요. 근데 어머니가 저 좋아하니까 게 좀 사서 먹으라고 아버지한테 그러셨나봐요. 아버지가 게를 가져오셔서 솔로 문질러 씻고, 냄비를 꺼내서 그걸 삶으시네요. 제가 배불러서 못 먹는다고 하니까 갈 때 가져가라고 얼음팩이랑 해서 넣어주셨어요.
부모님이 참 어리석은 방법으로 키우셨거든요. 어머니는 수틀리는 거 있으면 온몸 멍들도록 때리고, 아버지는 할 말 못할말을 못 가리고 하셨어요. 제가 대꾸를 해서 어머니가 화내니까, 시집가서도 지 남편한테 대꾸하다가 사니 못사니 지 엄마한테 맨날 그래봐야 정신차린다고 했었어요. (대꾸하다가 맞아 봐야 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 이거는 기억이 명확치 않아서). 대학 입학 이후에는 그렇게 자란 어린 때 기억이 없어지질 않아서 병난 마음으로 허송세월로 보낸 날들이 많아요. 근데 또 자기 자식 성취욕에서 나온 거긴 하지만 없는 형편에 이것저것 해줘서, 크게 부족하지는 않게 자랐어요.
아버지는 20년을 넘게 자기 손가락 하나 안 움직이고 사셨거든요. 배고프면 고프다고 어머니한테 신경질 내고 엄청 짜증냈어요. 일이 없어서 쉴 때도 본인이 차려 먹을 생각은 안하고. 얼마 전에 제가 집에 있을 때, 누가 아버지한테 채소를 줘서 집에 가져오셨는데, 냉장고에 넣어놓을 생각은 안하고 나는 집에 가져왔으니 끝- 하고 그걸 그냥 현관 앞에 놔둔 거에요. 그래서 요양 일 하러 가는 어머니가 늦게 보시고 그게 상하는 음식인데 가져왔으면 넣어놔야지 없는 시간 쪼개서 출근 전 그걸 짜증내면서 넣다가 시간 없다고 아버지한테 넣으라고 하고 출근 하시니까, 나중에 냉장고에 느직 느직 넣으셨죠.
그랬던 분이 게를 삶고 있는 걸 보니까
위의 기억들과 겹쳐져 말로 설명하기 어렵게 느낌이 그러네요. 제가 살아있는 동안 기억나는 아버지 모습 중에 하나일 듯해요. 부엌에 서서 게를 삶는 아버지 뒷 모습. 뭘 읽다가 갑자기 기억나서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