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길고양이 모셔왔어요.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148347
1달 조금 넘게 함께했는데 후기 적어봅니다.
길냥이 입양을 응원해 주신 분들 덕분에 힘내면서 1달 지낼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집은 구석구석 깨끗해졌어요.
고양이가 처음에 아무래도 구석진 곳을 숨어다니며 적응시간을 갖더라구요.
계획된 입양이 아니었어서 무지한 집사는 고양이를 맞을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는데
고양이 오고 일주일 동안 손 닿지 않았던 곳들 모두 청소했어요.
그런데.......... 청소 안한 곳만 묘하게 찾아서 들어가네요. 귀신~~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청소해 본 적이 없는데 아침에 청소하고 출근합니다.
밤새 놀았던 고양이 털이 거실바닥과 쇼파에 있어요.
털 때문에 바닥은 청소기 수시로 돌리고 손걸레질 열심히 해요.
손걸레질 못하는 날은 부직포로 밀고요. 하아~~ 힘듭니다.
내평생 이렇게 청소를 열심히 하는 날은... 진정 없었어요.
시엄니 오시는 날도 손걸레질은 안했는데 아오~~
고양이는 털이 유일한 단점이라는거 실감해요.
사실 고양이에 대해 전혀 모르다가 덜컥 키우게 되어서
고양이 털을 마주한 첫 주는 나름 후회를 많이 했었어요.
검정내복 입은 아들이 고양이를 안고 있다가 묻어난 털들을 보고 기겁했고
입양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이정도인줄 몰랐어서 감당하기가 힘들더라구요.
하지만 어느날 문득 저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샤워하면서 욕실 배수구에 쌓이는 내 머리카락......
머리 드라이로 말리면서 우수수 떨어지는 내 머리카락....
집안을 오가며 흘리고 다니는 나의 수많은 머리카락.....
나는 온몸에 머리털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이정도로 흘리는데
온몸이 털인 저 고양이가 이렇게 털을 뿜는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내가 고양이 털에 대해 투덜거릴 자격이 있는가!!!!!
이제 후회하는 마음은 없어요.
그냥 집사는 묵묵히 캔따서 드리고 청소하며 내 일을 하면 됩니다.
사실 저는 환경오염에 관심이 많아서 돌돌이(테이프 크리너), 물티슈, 일회용 부직포 사용 안하는 사람이었구요
건조기도 에너지를 따로 들여 건조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 건조기 집에 없었어요.
그런데 냥이가 오고 난 후로는 저도 별 수 없네요. 다 사용합니다 ㅋㅋㅋ
아들 겉옷은 물론 내복 양말까지 모두 찍찍이 돌려서 세탁기에 넣고 있고
물티슈를 하루에 3장씩은 사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엘X에서 펫케어 건조기가 이번달 안으로 나온다고 하니 당장 구매하려구요.
단점을 너무 길게 썼네요.
장점 말해볼게요~~ 여기가 중요합니다!!!
저는 워낙 동물을 무서워하고 고양이는 더 무서워 했는데 많이 좋아졌어요.
머리 조금 쓰다듬어 주다가 이제는 몸도 토닥여 주고
귀여운 솜뭉치 앞발도 톡톡 건드려 줄 수 있어요.
사람 잘 따르는 저희집 고양이는 저한테 애정을 요구하며 치대는데 제가
엄청 깜짝 소스라치게 놀라기는 하지만 이것도 정도가 좀 나아지긴 했구요~
치대는데 부응을 못해줘서 집사가 많이 미안해요.
여름 전에 고양이를 안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에 글에도 썼지만 동물 싫어하는 친정엄마 영향으로 제가 동물을 무서워 하는건데
저희 엄마가 요즘 우리 고양이에게 푹 빠져서 귀엽다고 하시는거 보면 어이가 없어요.
따라다니면서 이쁜짓 하니까 너무 귀엽대요.
엄마는 벌써 고양이 안고 계세요. 이러니 제가 배신감 느껴요 안껴요!!!
고양이는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생명체가 맞더라구요.
어느날은 새초롬하게 곁도 안주고, 어느날은 강아지마냥 졸졸졸 따라다니고~
이놈의 속을 당췌 알 수가 없어요.
사람은 밀당을 고양이에게 배워야 합니다. 감질맛 나게 죽여주는 밀당의 고수에요. ㅎㅎ
관심없는 눈빛,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 하루에도 수십번 오락가락,
아쉬운거 없는 도도한 표정, 그러다가 한번씩 보여주는 띨띨한 행동,
배를 까고 골골대다가 갑자기 일어나 가버리는 시크함 하아~~
제가 결혼 전에 고양이를 키워서 밀당과 절제력을 배웠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희집에 온 고양이는 개냥이도 아니고 그냥 강아지에요.
집에 온 일주일만 적응하느라 고양이의 모습을 보였을 뿐 ^^
정말 성격 좋은 아이가 저희집에 와서 하루하루 정말 사랑스럽고 고마워요.
화장실도 완벽하게 잘 가리고
예민함은 적당하고요~ 손도 잘탔고
초딩 아들이 이뻐하다가도 힘조절 못해서 냥이가 나름 괴롭겠다.. 싶을 때가 있는데 그냥 묵묵히 잘 견뎌줘요.
물론 놔주면 바로 쌩~ 도망ㅋ
고양이 기분 살피며 놀아주는 아들과 냥이 모습 정말 흐뭇하고,
쇼파에서 배까고 앉아서 형아랑 같이 고양이 유튜브 보는거 보면 진짜 배꼽 잡아요. ㅋ
집안이 고양이 덕분에 활기차고 웃음이 떠나지를 않아요.
남편은 고양이 싫다더니 고양이 숨숨집 앞에 맨날 기어다닙니다.
둘이 사라져서 찾아보면 침대에 둘이서 부둥켜 안고 사랑을 속삭이고 있어요.
냥이가 배까고 골골송 들려주니 그소리에 푹 빠져버렸....
남편이 13년 키우다 하늘로 간 강아지랑 하는 짓이 똑같다고,
그 강아지가 환생해서 고양이로 자기한테 다시 왔다면서 감격을..... <- 도대체 왜이러는거죠?
아이가 유튜브로 고양이 키우는 방법에 대해 많이 보더니
어느새 길고양이 관련 영상을 보고 있더라구요.
눈올 때 마냥 좋아하던 아이가 눈오면 길고양이 걱정하고,
오늘처럼 바람 쌩쌩 추운날도 길고양 얼어죽을까봐 걱정해요.
아이가 배고픈 길고양이를 만나면 준다고 가방에 간식을 챙겨서 다니고 있어요. 닭찌찌살
외동으로 자라서 자기밖에 모르던 아이가 동물을 접하면서 보여주는 모습에
감사하고 기특합니다.
글이 길었지만... 결론은 저는 한달째 고양이에게 잘 적응했고 행복하고 즐겁게 잘 살아요!!!
중성화 수술도 잘 받아서 어제 실밥 제거했어요.
응원에 힘입어 후기 썼습니다.
----------------------------------------------------------------------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길냥이 관련 유튜브 하나 추천해요.
자작극으로 길냥이 구조해서 이상하게 돈버는 사기꾼도 많고
유튜브 하려고 일부러 고양이 키우는 사람도 많은데요,
이사람은 고양이 키우는 집사들이 제발 구독자 10만 되라고 빌고 비는 유튜버에요.
저도 캣맘 친구가 알려줘서 보게 됐어요.
저처럼 모르셨던 분이나 길냥이 영상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보세요.
무겐의 냥다큐입니다.
관련 인터뷰는 요기~
https://1boon.kakao.com/petzzi/5cbfcfe4ed94d20001125d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