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1987년 민주화 이후 첫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지 21주년이 되었다. 2000년 1월30일 창당한 민노당이 2004년 17대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성공한 이후 진보정당은 제도권 정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민노당은 비록 의석수가 10석이었지만 존재감은 무거웠다.
그러나 지금 진보정당의 위상은 초라하다.
민노당 10석을 이끈 권영길 전 민노당 대표(80)이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권 전 대표는 지난 15일 “진보정당이라면 무릇 민중의 투쟁 현장, 민중의 바다에서 살았어야 하는데, 정의당에는 그런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를 타도하자고는 못하지만 자본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말을 못하면 진보정당이 아니다. 정의당이 무엇을 가지고 진보정당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에서 부각된 것은 ‘데스노트’라는 것 외에 없다”고도 했다. 평소의 화법보다 더 날을 세운 것이다.
▶정의당이 김 전 대표를 제명하고 오는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그 정도로 문제가 치유될 수 있겠느냐. 뼈를 깎는 고통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당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공개 대토론의 시간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토대로 진보정당이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 진보정당은 노동중심 정당이어야 하는데, 지금 정의당에선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위해 단식한 것 정도가 전부이다. 또 ‘정의당은 젠더 정당이구나’라는 말을 듣는다. 물론 젠더, 생태, 환경은 중요한 의제지만, 근본은 노동이다.”
▶노동이 안 보인다는데, 무슨 말인가.
“민노당이 출범할 때 ‘거대한 소수전략’을 세웠다. 국회에서는 소수지만, 노동자와 농민, 빈민 등 거대 세력을 등에 업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의당의 무대는 민중의 투쟁 현장이다. 이념상으로도 다른 당과 차이가 분명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이야기했을 때 국짐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공격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맞받아치지 못했다. 정의당이 그럴 때 ‘빈부격차 없애고, 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당내에) 외연 확장을 의식해 진보적 목소리를 안 내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니 콘크리트 지지층이 되어야 할 노동자, 농민, 빈민이 떨어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