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목 : 귤 (감동 글 공유해요)

부부싸움 조회수 : 2,649
작성일 : 2021-01-25 23:47:33
검색하다가 우연히 감동적인 글 발견했는데
간만에 고마운 82님들과 나누고 싶어서요 ^^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저는 결혼 8년차에 접어드는 남자인데요.

저는 한 3년전쯤에 이혼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었습니다.

그 심적 고통이야 경험하지 않으면 말로 못하죠...

저의 경우는 딱히 큰 원인은 없었고 주로 와이프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더군요..

그리고 저도 회사생활과 여러 집안일로 지쳐있던 때라 맞받아쳤구요.



순식간에 각방쓰고 말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대화가 없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갔구요.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밉게만 보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혼의 타이밍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들도 눈치가 있는지 언제부턴가 시무룩해지고 짜증도 잘내고 잘 울고 그러더군요.

그런 아이를 보면 아내는 더 화를 불같이 내더군요.



저도 마찬가지 였구요. 계속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러는 것이 우리 부부때문에 그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요.

가끔 외박도 했네요. 그런데 바가지 긁을 때가 좋은 거라고 저에 대해 정내미가 떨어졌는지

외박하고 들어가도 신경도 안쓰더군요.

아무튼 아시겠지만 뱀이 자기꼬리를 먹어 들어가듯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답니다.



그러기를 몇달...

하루는 늦은 퇴근길에 어떤 과일아주머니가 떨이라고 하면서 귤을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에 남은 귤을 다 사서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주방탁자에 올려놓고 욕실로 바로 들어가 씻고 나오는데,

와이프가 내가 사온 귤을 까먹고 있더군요.

몇개를 까먹더니 하는 말이

"귤이 참 맛있네"

하며 방으로 쓱 들어가더군요.

순간 제 머리를 쾅 치듯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내는 결혼전부터 귤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하고,

결혼후 8년동안 내 손으로 귤을 한번도 사들고 들어간 적이 없었던 거죠.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생각치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순간 먼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예전 연애할 때에 길가다가 아내는 귤좌판상이 보이면 꼭 1000원어치 사서 핸드백에 넣고

하나씩 사이좋게 까먹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져서 내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답니다. 시골집에 어쩌다 갈때는 귤을 박스채로 사들고 가는 내가 아내에게는 8년간이나

몇백원도 안하는 귤한개를 사주지 못 했다니 맘이 그렇게 아플수가 없었습니다.



결혼 후에 어느덧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게되었다는걸 알게 됐죠.

아이문제와 내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말이죠.

반면 아내는 나를 위해 철마다 보약에 반찬 한 가지를 만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신경 많이 써 줬는데 말이죠.



그 며칠 후에도, 늦은 퇴근길에 보니 그 과일좌판상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샀어요. 그리고 저도 오다가 하나 까먹어 보았구요. 그런데 며칠전 아내 말대로 정말 맛있더군요.

그리고 들어와서 살짝 주방탁자에 올려놓았구요.

마찬가지로 씻고 나오는데 아내는 이미 몇 개 까먹었나 봅니다.



내가 묻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던 아내가

" 이 귤 어디서 샀어요? "

" 응 전철입구 근처 좌판에서 "

" 귤이 참 맛있네 "

몇 달만에 아내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도 몇알 입에 넣어주구요.

그리고 직접 까서 아이 시켜서 저한테도 건네주는 아내를 보면서 식탁위에 무심히 귤을 던져놓은 내 모습과 또 한번 비교하게 되었고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뭔가 잃어버린 걸 찾은 듯 집안에 온기가 생겨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보통 제가 아침 일찍 출근하느라 사이가 안 좋아진 이후로는 아침을 해 준 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그냥 갈려고 하는데, 아내가 날 잡더군요.

한 술만 뜨고 가라구요.



마지못해 첫술을 뜨는데, 목이 메여 밥이 도저히 안 넘어가더군요.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같이 울구요.

그리고 그동안 미안했다는 한 마디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부끄러웠다고 할까요...



아내는 그렇게 작은 한 가지의 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일에도 감동받아 내게로 기대올수 있다는걸 몰랐던 나는 정말 바보 중에도 상바보가 아니었나 싶은 게 그간 아내에게 냉정하게 굴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후, 우리부부의 위기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가끔은 싸우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귤이던 무엇이든 우리사이에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주위를 둘러보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퍼온 글입니다.)
IP : 121.132.xxx.2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전에
    '21.1.25 11:53 PM (122.35.xxx.26)

    전에 본 글이지만 다시 봐도 좋네요 감사요

  • 2.
    '21.1.26 12:08 AM (59.10.xxx.135)

    영화 미나리 보면서 울고
    이 글 보고 울고~~
    귤이나 까먹고 자야 겠어요.

  • 3. 미나리
    '21.1.26 12:19 AM (125.130.xxx.222)

    어디서 볼 수 있나요?

  • 4. 20년 가까운...
    '21.1.26 12:27 AM (115.138.xxx.194)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 5.
    '21.1.26 12:45 AM (210.99.xxx.244)

    예전에 본글이네요 여러번

  • 6. ㅡㅡㅋ
    '21.1.26 12:53 AM (124.58.xxx.227)

    ㅎㅎ 오십되서 다시 읽으니
    감동이 좀 약하네요~^^
    그래도 잘 되서 좋네요.
    나이들수록 내가 아는사람.모르는사람.
    모두 그냥 하루가 편안하면 좋겠어요.,^^

  • 7. ..
    '21.1.26 6:20 AM (119.69.xxx.158) - 삭제된댓글

    사골에 사골인 글이지만 오랜만에 또 보니 좋네요 ㅎㅎ

  • 8. ...
    '21.1.26 6:38 AM (118.37.xxx.38)

    2004년 가입한 죽순이인데
    왜 난 처음 보는거죠?
    죽순이도 놓치는게 있는건지
    아니면 내가 다 까먹은건지?
    음...큰 일 일세~

  • 9. 하하
    '21.1.26 12:31 PM (116.123.xxx.207)

    사람 사는 일 이런 뭐 별건가 싶네요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며 행복하게 사는 거죠
    감동적인 얘기네요 눈물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0430 10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ㅡ 조국 떴다 , 파란 울컥 주의보 .. 2 같이봅시다 .. 21:58:53 113
1580429 여권 100석 붕괴 조짐..tk 빼곤 전지역 흔들 한겨레 판세.. 21:58:42 126
1580428 워터픽과 다이슨에어랩을 써보니 저에게 21:57:15 119
1580427 33년전 노래하는 김혜수 ㄷㄷㄷ 1 21:56:58 174
1580426 (펌) 이재명 대표 제발 그만 오라는 나경원 4 ㅇㅇ 21:56:55 190
1580425 내일은 어디를 가보면 좋을까요 1 여행 21:56:27 81
1580424 유치원 숲체험은 안전사고 확률 없나요, 1 Dd 21:55:59 84
1580423 현대차 현차 21:48:16 169
1580422 입생 핑크쿠션 호수 문의 ㅇㅇ 21:47:39 66
1580421 펜 좀 찾아주세요 4 부탁드려요 21:47:09 113
1580420 난방은 전혀 안하나요? 7 추워 21:44:36 570
1580419 현장 일용직 노동자가 꽃사들고 이재명을 찾아온 이유ㅠ 4 ㅠㅠㅠ 21:43:45 329
1580418 개인정보 언론에 유출 시키는거 범죄행위입니다 4 국짐은 21:42:26 262
1580417 조국혁신당ㅡ내일(토)은 호남지역입니다. 2 파란불꽃 21:36:47 185
1580416 눈물의 여왕 1 눈물 21:35:04 624
1580415 젊은 연예인 연애얘기 관심많네요 8 그거 21:34:39 491
1580414 이자 좀 더 받겠다고 새마을 금고 예금후 부실 참나 21:32:27 578
1580413 와인에 호두 조합이 안좋은가요? 7 .. 21:32:14 277
1580412 [snl]내 남자친구를 뺏어간 절친과 화해할 수 있을까요? ㅇㅂㅉ 21:30:18 455
1580411 집에서 물건이 하나씩 없어지는 경험 있으신가요? 12 이상해요. 21:30:16 844
1580410 나솔사계 다음주 5 아하 21:27:54 732
1580409 한소희 억울해보이네요 23 .. 21:26:28 2,290
1580408 언제쯤 좀 쉬면서 재밌는 걸 하면서 쉴수 있을까요? 3 21:25:14 303
1580407 총회룩이라는거 그렇게 중요한가요? 8 요새 21:24:42 674
1580406 나이드니 사적인 대화 해야하는 모임 부담스러운데 2 이런경우는 21:23:08 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