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이들, 시누네 가족, 시부모님, 시동생이 시댁에서 모인다고 하는데, 제가 참석하지 않도라도 개인적으로 4인 이상은 못 모이는 것을 어기는 것이 마음에 걸리던 중이었습니다.
제가 안 가는데 나머지 식구들 모여라 모이지 마라 하는 것이 주제넘은 것 같기도 해서요.
그런데 조금 전에 시어머니께서 저에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시누의 남편(아이들의 고모부)가 며칠 동안 퇴근을 못하다가 어제서야 퇴근을 해서 오늘 시댁에 와서 자고 간다구요.
제가 깜짝 놀라 "코로나 격리 되셨었나요?" 하고 여쭤 보니까
"아니 그 근처에서 확진자가 나오니까 학생들이 기숙사에 있으면서 집에 못 가고 하니까
거기 교수들도 돌아가면서 며칠씩 애들이랑 있었나 보더라." 하십니다.
도대체 어느 학교의 교수가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집에 못 간다고 돌아가면서 학생들이랑 같이 있나요..
그 말씀이 앞뒤가 안 맞는다 싶어서 검색을 해 보니,
아이들 고모부가 근무하는 학교(매우 작은 규모의 특수한 학교)의 교수 한 명과 가족이 확진되었다는 뉴스가 있더군요.
12월말에 한창 확산세가 강하던 때라서 제가 개별 뉴스를 못봤나 봐요.
그 날로부터 14일을 세니까 그제 쯤 격리 해제가 맞더라구요.
일단 이 소식을 안 후로는, 아이들과 남편이 시아버지 생신이라고 그 모임에 간다는 게 너무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격리가 해제되었다 하더라도 잠복기가 완전히 지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둘째, 정부에서 개인적으로도 5명 이상 모이지 말라고 했는데 11명이나 모이게 되면 격리 해제될 사람 뿐만 아니라 누군가 바이러스를 무증상 상태에서라도 퍼뜨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셋째, 만에 하나 누군가 코로나에 걸리게 된다면 그 여파와 책임이 무한대가 될 수 있고,
넷째, 특히 저의 친정 아버지는 기저질환이 있으신데, 아이들이 매개체가 되어 코로나에 걸리실 경우 정말 파국에 이르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
다섰재, 격리와 해제가 된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께서 저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으신 점(물론, 시누가 저렇게 설명을 했고, 시어머니께서 정말 그렇게 알고 계실 가능성도 있습니다만)을 고려한다면 시어머니도 격리와 해제가 얼마나 걱정스런 일인지 모르실 리가 없다는 점에서
저는 아이들과 남편이 시댁에 모이는 것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아버지 연세가 70대 후반이시라, 남편이 생각하기에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애틋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효자인 남편은 요즘에도 2주(지난 주는 건너 뛰었기에 내일이 3주째에요)에 한 번씩 꼭 아이들 중 한 명을 데리고 시댁에 가서 반나절 이상 있다가 옵니다....
꼭 생신이 아니더라도, 뵈러 갈 수 있고, 특히 10명이 넘게 모이는 것을 피해서 갈 수도 있는데 꼭 이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이 듭니다.
제가 남편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저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아이들만이라도 가지 말라고 할 생각입니다.
문제는, 남편도 가지 말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을 안 듣겠지요...
이래서 또 못된 며느리가 되네요....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