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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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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싫은이유

행복 조회수 : 3,989
작성일 : 2020-12-16 23:22:30
나는 겨울이 참 싫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린시절 유난히 춥고 협소한 곳에서 살아
그때 그춥고 혹독한 겨울이 아직도 뇌리에 박혀있기 때문인것 같아요
길고 구조가 특이했던 우리집은 판자촌에 있던 무허가집였어요
제대로된 문이 없던 우리집은 쪽문 비슷하게 문틀도 맞지않아 틈새로 바람이 매섭게 들어왔었어요
재래식 부엌에는 문조차 없어서 김장비닐로 막고 작게 있던 마당 수돗가는 겨울이면 늘 얼어서 헛옷으로 꽁꽁 싸매곤 했었죠
연탄아궁이 떼던 방 아랫목만 따뜻하고 좁은방였는데도 한발자국만 윗쪽으로 올라가면 입김이 나오고 손이 시렸어요
겨울방학이 가장싫고 두려웠던 어린시절
건설현장서 일하시는 아빠는 겨울엔 일이 없어 아랫목에 늘 누워 계셨어요
4형제나 되는 고만고만한 나이대의 우리는 국민학교때 아빠가 돈벌이가 없으셔서 먹는것도 부실하고 생활전반이 모두 많이 부족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겨울 춥고 힘든었던때 더 어렵고 힘든 경제적인 문제를 부모님은 어떻게 해결하셨을까 싶어요

손이 곱아 방학숙제 하다 이불속에 손넣다 아빠 누워 ㅖ신 아랫목에 잠깐씩 손을 넣었다 뺐다 했던것 같아요
두터운 스웨테에 면장갑 고무장갑 끼고 칼바람 들어오는 햇볕 안들어오는 부엌에서 엄마는 하루세끼 식사 준비 하시고 손빨래하시고
참 힘드셨어요
연탄 아궁이에 솥단지 올려 뜨거운물 썼지만 늘 부족했지요
설거지 빨래헹굼은 차디찬 한겨울 찬물에 하시고 집안장녀였던 나도
설거지 빨래 하며 엄마 도와드렸는데 부엌에 잠깐 설거지만 해도 양볼이 부풀어 오를만큼 따갑고 시리고 아팠어요
너무 춥고 힘들어 방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나라도 돕지 않으면 하루종일 그 추운 부엌에서 저녁 늦게까지 나오지 못하는 엄마가 안쓰러워 같이 도와드렸어요
짜장면도 우리동네에는 배달을 잘 안시켰어요
주소가 불분명하기도 했지만 배달음식 주문할만큼 여유 있는집들이 없기도 했어요
온가족이 겨울면 너무 추워 두꺼운 옷입고 양말까지 신고 동생들은 장갑도 끼고 살았어요
잘때도 낯에 입었던 두꺼운 옷그대로 입고 자고..
이불속은 따뜻한데 얼굴은 시려운 그래서 이불을 얼굴까지 덮고 잏다 답답할때 한번씩 얼굴내밀다 추우면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를 반복했었죠

그 추운겨울에 잊지못할 작은 행복은 엄마가 별식으로 만들어 주셨던 칼국수였어요
긴 홍두깨 방망이로 방한가운데서 밀가루 반죽에 밀어 콩가루 입혀 적당하 크기로 잘라 면을 만드는 날은 그거 먹기위해 하루종일 밥을 안먹었네요
뒷정리는 우리가 하고 그사이 엄마는 또 칼국수에 겉들일 삭힌고추가들어간 양념간장을 만드셨어요
보기만 해도 군침도는 그양념장에 마른김 하나 찍어 먹음 진짜 맛있었고 연탄불에 김 두장 재빠르게 구워 칼국수 위에 고명으로 올려놓으면 그고소함은 말할수가 없었죠
양념장 만들고 김장김치 송송 썰고 동치미까지 꺼내 한상 차려 낸후
온가족이 따뜻한 아랫목에 붙어 따뜻한 깔국수 한그릇씩 먹으면 시린 얼굴이 눈녹듯 녹아 내리고 잠시 참 행복하고 따뜻했던것 같아요
칼국수 먹고 몇일 지나면 김장김치 두부 당면 돼지고기 파 삭힌고추 다져서 온가족이 모여 만두도 빚었어요

어린시절 먹었던 만두는 진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큼 맛있고 아무도 흉내낼수 없던 엄마표 만두였는데 지금은 못먹네요 ㅠㅠ

한파가 혹독했던 1월의 겨울은 정말 살을 찢는것 같이 아팠어요
방에서 한참 떨어진 외진 마당 끝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그화장실 겨울밤에 가는게 너무 싫어 나는 추운 겨울에는 진짜 배고플때 아니면 밥을 잘안먹었어요
춥고 어둡고 무서웠던 재래식 화장실 그공포가 커서도 트라우마처럼 생겨 깨끗하고 밝은 화장실에 집착하게된 계기가 된것 같아요
마르고 유난히 체력이 약했던 나는 겨울이면 더 힘없고 힘들어서 이불을 쓰고 살았는데 이불위로 얼굴 내밀어 차가운 공기가 얼굴로 스지는 그느낌이 너무 끔직해서 어떤날은 하루종일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았던 날도 있었어요
그속에서 얼마나 지루하고 지겨웠겠어요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이불속에서 눈멀뚱이 뜨고 있는것만큼 힘든게 없거든요

중학생이 되고부터 친구네집 구립도서관 친구들과 어울리며 돌아다니면서 춥고 힘든 겨울이 조금 나아졌던것 같아요

고등학생때 이사하고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면서 난방되고 온수나오는집에 살았는데도 지금까지 나는 겨울이 너무 너무 싫어요
조금만 추워도 어린시절 그추위가 생각나기도 하고
겨울하면 그냥 힘들고 춥고 무서운 생각만 들어요
아직 겨울이 반도 지나가지 않았는데 벌써 여름이 오길 기다립니다
바람불고 쌀쌀한 봄도 싫고
여름이 가고 스산한 가을로 접어드는 9월말에서 10월초 쯤의 계절을 저는 겨울만큼이나 싫어해요
곧 겨울이 오는 그시기가 ..또 추운겨울이 온다느 그가을이 너무 싫어요
햇살이 강렬하고 아스팔트가 이글 거리는 그런 무더운 여름을 좋아해요 찬물 마구 틀고 씻어도 시원한 여름
이불 안쓰고 땀 흘리며 뛰어놀수 있는 여름
아빠가 누워있지 않은 여름
엄마가 덜 힘든 여름
칼국수도 만두국도 못먹는 여름이지만 가난한 우리집이 조금 더 편했던 여름이 저는 더 좋아요


IP : 112.154.xxx.39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12.16 11:27 PM (112.158.xxx.44) - 삭제된댓글

    님 글 잘쓰네요. 지금 잘 지내고 계시죠? 모두 애쓰셨네요

  • 2. ..
    '20.12.16 11:33 PM (49.169.xxx.133)

    칼국수 만드신 엄마의 찐사랑이 느껴져요.
    동기간 사랑도 남다를듯하구요.
    지나온 세월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네요.
    저도 시골에서 나고 자라 님만큼은 아니지만 혹독한 겨울을 아는 사람 중의 일인인데요.
    남과는 반대로 겨울이 참 좋습니다. 쨍한 추위가 동치미 첫숫갈만큼 좋아요.
    저의 겨울 이야기도 언젠가 한번 써보고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 3. ...
    '20.12.16 11:35 PM (118.35.xxx.149)

    글 술술 재밌게 공감하며 읽었어요
    저의 유년은 내내 겨울이였지만 애써 털어버리려고
    애쓰며 산것같아요
    저도 언젠가는 원글님처럼 소담하게 글로 풀어낼수
    있었음좋겠어요
    앞으로는 흰눈내리는 겨율을 관조 또는 즐기면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이젠 그래도 되는거지요?
    행복하시기를..

  • 4. 000
    '20.12.16 11:37 PM (211.201.xxx.96) - 삭제된댓글

    저도 지지리 가난한 시절 살았는데 겨울 기억은 별로 없네요 대신 아버지가 집에 계시는 비오는 날은 참으로 싫었다는...
    지금도 비오는 날은 컨디션 제로

    추위도 8월부터 겨울추위 걱정하는 사람임ㅎㅎ

  • 5. ...
    '20.12.16 11:40 PM (125.133.xxx.234)

    충북 이실거 같은데... 맞나요?
    음식 스타일이 ..

  • 6. 오늘
    '20.12.16 11:42 PM (112.154.xxx.39)

    어제오늘 유난히 또 추운날씨
    보일러를 최대치로 올려 아이들은 덥다며 반팔까지 입고 돌아다니는데 옛날 그추운겨울 임마가 부엌에서 힘들게 밥하시던게 생각나 눈물이 났어요

    엄마도 추워 아랫목에서 따뜻하게 손 녹이고 싶으셨을텐데..
    빨래 헹굴때 나한테만 뜨거운물 부어주셨고 목장갑에고무장갑 끼고 추워 벌벌 떨면서 그래도 징녀라고 엄마돕는 첫째딸 안쓰러워 자꾸 들어가라고 등떠밀었던 엄마

    반팔입을정도로 따뜻한집 뜨거운 온수
    세탁기가 해주는 빨래들
    우리엄마도 겨울 참 싫어했어요

  • 7. ...
    '20.12.16 11:50 PM (106.101.xxx.71)

    엄마가 얼마나 고단하고 힘드셨을까요.
    하늘에서 엄마는 따뜻하고 편히 쉬실거예요.
    원글님 토닥토닥 안아드리고 싶어요.

  • 8. ...
    '20.12.17 1:14 AM (121.130.xxx.111)

    그쵸. 없이 살땐 겨울이 잔인하죠. 삭힌고추양념장에 엄마표 칼국수 무슨맛인지알아서 글에 공감이 더 되네요. 그리움이 뚝뚝 묻어난 글 감사해요

  • 9. 저는
    '20.12.17 1:33 AM (39.7.xxx.75)

    지금 그와 비슷하게 살고 있어요.
    정말 다 놓아버리고 싶어요.

  • 10.
    '20.12.17 5:51 AM (211.224.xxx.157)

    겨울 싫어한다는 그렇고 그런 글일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음식만드는 부분부턴 화목한 가족애가 보여 제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생기게 하는 글이네요. 한편의 티비문학관 같은 글이에요.

    초등때부터 엄마 안쓰러워 부엌일 돕는 장녀. 님은 참 착한딸일듯 싶어요.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서도 이것저것 맛난 음식해주시는 어머니도 좋은분같고. 저도 지고추 양념장넣어 먹는 칼국수 좋아해요. 최애칼국수.

  • 11. 겨울
    '20.12.17 7:07 AM (221.162.xxx.233) - 삭제된댓글

    저도 겨울이 싫어요
    근 25년을 머리감고 씻는게 너무싫었어요
    바깥에나가야씻고 부엌도 나가야되고 불때고ㅜ
    한번은 너무추워서 덜덜 떤적도있고
    전기세맗이나온다고 드라이로 머리를대충말리니 늘감기는달고살고 돈벌어도 돈도못썻어요
    씻는게제일싫었어요 다커서는 벗어날수없는 절망감에
    많이울었어요ㅜ모든게 꽁꽁얼어 신발도 얼고 모든게 ㅜ
    겨울이너무싫어요
    지금 춥다해도 어릴적에 너무힘들게살아서 그런지 지금환경에 감사해요 적어도 머리감거나 세수할때 불안때도되고 바로 욕실에서씻을수있으니 이것만해도 감사해요

  • 12. ...
    '20.12.17 7:18 AM (180.68.xxx.100)

    겨울의 추위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고 게으르고 우울하게 만을어 저도 겨울은 싫네요.

  • 13. 로디
    '20.12.17 9:50 AM (121.101.xxx.78)

    아. 글이 너무 좋아요.
    코로나 끝나면 원글님 만나 차 한잔 하고 싶어요.
    오늘 82에 주옥같은 마음 따뜻해지고 또 아파지는 글이 넘치네요.

  • 14. ...
    '20.12.17 9:53 AM (58.140.xxx.12)

    추운 겨울... 글이 얼마나 추운 지 상상하게 돼요.

  • 15. ..
    '20.12.26 4:06 AM (211.173.xxx.208)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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