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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서 만났던 따뜻했던 사람들 이야기..

엔젤 조회수 : 3,311
작성일 : 2020-12-08 14:03:18

2000년대, 제가 중학생이었을때 이야기에요.
그 당시 핫했던 인기아이돌 g땡땡 그룹 보러.. 드림콘서트 갔다 오던길,
그런 콘서트들은 왜 그리 밤늦게 끝나는지..
신도림역까지 타고 갔는데 거기서 열차가 뚝 끊겼어요.
3살 어린 사촌동생까지 데리고 갔는데..
둘이서 1호선타고 쭉 가면 집이니까
마음놓고 자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때부터 심장이 쿵쿵..
내리라는 방송을 듣고 밖에 나왔는데
택시가 쭉 서있고 아저씨들이 호객행위를 하면서
쳐다보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술취한 아저씨들도 많았고 다들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았기에
그냥 큰길쪽으로 무작정 걸었어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태연한 척 걸었던 것 같아요.
열차 끊길때 같은 열차에서 나온 20대 남자가 있었는데
우리보다 앞서서 걷고 있었어요.
주변에 사람도 없고..
그사람이 우리를 자꾸 쳐다보더니 점점 걷는 간격이 좁혀지더라고요.
그래서 사촌동생한테 귓속말로 "언니가 뛰라고 하면 뛰어" 라고 하고
여차하면 뛰려고 그 남자를 주시하고 있었죠.
근데 아니나다를까 다가오더라고요.
"뛰어!!!" 하고 막 뛰면서 소리지르는데
얘들아 나 나쁜 사람 아니야. 잠깐 멈춰봐 하면서 막 웃더라고요.
그래서 멈췄어요.
지금이라면 절대 안멈출텐데 초딩/중딩때라 순진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경계는 풀지 않고 있었는데
너네 어디 사냐.. 춥지도 않냐, 하면서 집까지 택시타고 가는게
좋겠다고 자기가 태워주겠다면서 택시를 잡았어요.
길에 택시도 없어서 한시간 넘게 걸은 것 같아요.
그러고 수원까지 얼마인지 묻더니 10만원인가 아무튼 비싸서
엄청 당황하더니 결국 못 태워주더라고요^^;;
그래서 어쩌지.. 하다가 아니면 자기 부모님한테 말할테니까
본인집에 가자길래 오우노.. 절대 싫다고, 그냥 찜질방 간다고 하니까
알겠다고 하고.. 찜질방 찾을때까지 또 같이 오랫동안 헤매이고
끼고있던 장갑을 우리한테 한짝씩 끼워주고요..
찜질방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사양하는데도 찜질방 비용까지 다 결제해주고 가더라고요.

제가 이제 30중반이 되고보니..
철없는 어린 애들이 밤에 돌아다니는 것 보고
걱정되서 그렇게 몇시간동안 벌벌 떨면서 도와준다는게 참
고마운 은인이었던 것 같아요.
그 분 아니었으면 위험했을지도 모르고요.

천사2.
역시 g땡땡 아이돌그룹 콘서트장에서 있었던 일인데
아이돌을 멀리서 보고 울고만 있는 친구랑 저를 본 어떤 20대커플이
너네 왜 우냐고 하면서, 맨 앞에 가서 찍은 god 공연사진 몇십장을
인화해서 친구랑 제 주소로 각각 보내주셨어요.
사진퀄리티가 무슨 전문사진작가 수준에, 인화지도 고급이었는데
당시에 정말 감동이고 감사했던 기억이..
그외에도 보디가드 하시는 분들이 싸인 받아다 주셨고요.
그 분들도 그 당시 20대였는데.. 참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ㅇ
울고있으니까 싸인 받아다 주겠다고, 매점에서 뭐 사주시고..
같이 갔던 친구랑 제가 각자 집안사정이 엉망이었어서 그럴수록 더
아이돌 그룹에 의지하고, 뭔가 하나 남은 희망 같은 그런 존재였던
사춘기 시절이었어서 기억에 많이 남네요.

천사3.
어릴때는 외갓집, 친척집, 누구네 집 등등.. 전전하다가
그 후로는 줄곧 엄마랑 둘이 살았어요.
항상 보증금 500에 월30짜리 월세를 못 벗어나는 그런 삶이었는데
이사는 최소 20번 다닌 것 같아요.
그중에 기억나는 집주인은 없는데
제가 고등학생일때 살던 집 주인할머니 기억은 또렷이 남아있어요.
월세를 받으러 집으로 직접 오셨던 것 같은데
올때마다 항상 뭘 바리바리 사들고 오셨어요.
귤이며 김치며.. 선물 들어온 것들이라 하셨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죄송하다고 하는 것 같았고
할머니는 괜찮다면서, 항상 여기 사는동안 마음편히 살으라고..
본인은 이제 돈이 필요없다고 하셨어요.
결국 나올때 보증금 다 까먹고 나왔다고 들었는데..
무려 그 지경으로 갈때까지 할머니가 봐주신거죠.
그때는 고등학생이라서 그 깊은 마음까지는 잘 몰랐는데
참 죄송하고 감사한 삶의 은인이셨네요.


따뜻한 사람 이야기가 그리워서 제가 한번 꺼내봤어요.
이야기 또 나눠주실분. . 미리 감사합니다 ^^


IP : 142.167.xxx.200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박수보냄
    '20.12.8 2:08 PM (211.39.xxx.147)

    원글님 글 잘 읽었어요.

    저도 좋은 어른 되고 싶은 마음 마구마구 생깁니다.

    늘 도와주고 보살펴 주는 어른 되겠습니다.

  • 2. 훈훈해지네요
    '20.12.8 2:10 PM (121.131.xxx.26)

    우리 주변엔 그렇게 정이 많은 분들이 넘치는 것 같고 그래서 지금은 세계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나라로까지 발전한 것 같아요.

  • 3. ㅁㅁㅁㅁ
    '20.12.8 2:17 PM (119.70.xxx.213)

    아..따뜻하네요..

  • 4. ...
    '20.12.8 2:21 PM (59.15.xxx.61)

    조선시대에는 지방에 서 한양으로 올라가다가
    저녁이되어
    '지나가는 과객인데 하룻밤 재워주십시요' 하면 빈 방에 재워주고 저녁과 아침도 먹여주고 보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었죠.
    그만큼 서로 신뢰가 있었던걸까요?
    점점 개인주의가 되다보니
    이젠 절대 있을수 없는 이야기지만
    나 어릴 때만해도 어느 정도 정이 있는 사회였던 것 같아요.
    원글님 이야기도 그 시대니까 가능한 이야기일듯 합니다.
    요즘 길에서 우는 애 보고 어디 사냐 묻고 집을 찾아준다고 손잡고 갔다가는 어린이 유괴범으로
    몰리기 딱이죠.
    좀 더 따뜻한 사회였으면 좋겠어요.

  • 5. ....
    '20.12.8 2:23 PM (122.36.xxx.234) - 삭제된댓글

    써주신 분들처럼 저도 따뜻하고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탄핵 촛불집회 한창일 때 어떤 분이 지방에 사는데 중딩 딸이 친구와 단둘이서 광화문에 간다고 걱정하실 때 ,여기서 많은 분들이 너도나도 걱정 마시라고 댓글 달아주던 게 기억나요. 아이에게 82쿡 깃발 찾아가라고 하시라, 행진하다가 주위에 어린 중고딩들 있는지 둘러보고 신경쓰겠다 하시면서요. 제 일은 아니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따뜻했어요.

  • 6.
    '20.12.8 2:27 PM (125.252.xxx.28)

    수만휘에서
    어려운 학생 글을 읽고
    어떤 어머니가 내가 메가 인강 패스 결제해 주겠다는 글 읽고도
    막 눈물 났는데
    이 글읽고도 참 따뜻하네요
    근데도 첫번째 케이스는 그런 호의가 자칫 악용될수 있다는 생각에 넘 씁쓸해요 ㅠㅠ

  • 7. ...
    '20.12.8 2:44 PM (211.36.xxx.116)

    어느 비많이 오던날밤 집에가는데 집근처 어느20대 처자가
    비맞고 쭈구려 고개숙이고 앉아있더라구요 그때 전30대남
    왜그리 비맞고 앉아있느냐 ..말도 않고 대꾸도없고..
    뭐라하면 오해도 있을수있고 내우산주면서 쓰고 어디
    피시방에나 가있으라고 갖고있던 오천원 줬던 기억나네요
    그냥 기억나서 절대 자랑은 아니고 써보네요

  • 8. 음...
    '20.12.8 3:01 PM (58.231.xxx.5)

    별 건 아닌데, 며칠 전에 치과에 갔다 오던 길이었어요. 아직 1.5단계였던 때. 병원이랑 유아 관련 학원이 있는 상가였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저, 중학생 쯤 된 아이랑 엄마, 20대 초반 여성 둘. 5-6살 남자애 둘, (쌍둥이인듯?)2돌 여자애 하나, 그리고 그 엄마. 엄마가 다크 서클이 턱 밑에까지 내려와 있더군요.
    애들 마스크를 고쳐 씌우다 두돌 여자애 마스크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애가 그때부터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거죠. 땅에 떨어졌으니 더럽다고 느낀 거 같아요. 막 소리 지르고 손으로 잡아 뜯고. 그 엄마는 안절부절 다른 사람들 눈치 보면서 마스크 좀 쓰자고, 차에 가서 새 마스크 씌워줄게, 엘베 타야하니 마스크 쓰자고... 애는 울고 불고 안쓴다고 씌워놓으면 뜯어내 패대기.
    그 엄마가 거의 울기 직전인데
    중학생 아이 엄마가 아이가 그리 싫다는데 어쩌겠냐며. 다른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쓰고 있고, 엘베 잠깐인데 큰문제 없을거라고 애 그만 울리고 그냥 갑시다.
    하는데 제가 다 고맙더라고요. 전 치과 치료 땜에 말을 못하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말을 할 수 있어도 그리 시원하게 말을 못했을 거 같은데.
    엘베타기 직전에 잠깐, 애 몇살이에요? 두돌? 아이고 한참 힘들 때네. 하고 초 시크하게 웃고 끝. 중년 아줌마가 멋있어 보이긴 첨이었어요.

  • 9. 꼬꼬마때 기억
    '20.12.8 6:14 PM (124.53.xxx.159)

    먼 조선시대 아니었어도
    목탁치는 스님이 오면 주저않고 시주하던대요.
    씨앗하려 둔 깨 녹두 콩등등..
    그들이 진짠가 가짠가는 중요하지 않았겠지요.
    보따리 장수 아주머니들 밤되면 무상으로 저녁밥 주고 재워주고 아침까지 먹여주고..
    인정이 넘치던 시대였죠
    그분들의 선행엔 그 공덕이 자식에게 가길 기원하는 마음이었죠.

  • 10. ㅁㅁ
    '20.12.8 6:53 PM (110.70.xxx.64)

    그 엄마가 거의 울기 직전인데
    중학생 아이 엄마가 아이가 그리 싫다는데 어쩌겠냐며. 다른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쓰고 있고, 엘베 잠깐인데 큰문제 없을거라고 애 그만 울리고 그냥 갑시다
    ————————-
    아주머니가 잘못하신 거죠. 아무리 울고 난리를 쳐도 해야하는 것은 꼭 관철시켜야 합니다. 마스크 문제라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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