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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아이들

.... 조회수 : 2,953
작성일 : 2020-12-05 07:10:22
송모(38·여)씨의 열일곱 살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이던 지난해 중순부터 1년 반 넘게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송씨는 아들이 왜 등교를 거부하고 은둔을 택했는지 알지 못한다. 짐작만 할 뿐이다. “가정환경이 안 좋아서 이사를 자주 했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하면 이사를 가니까 그런 영향도 있었던 거 같아요.”

아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편지를 쓰고, 여행을 가자고도 해봤다. ‘학교에 안 다녀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아들은 나오지 않았다. 상담사가 방문해도 이불을 덮어쓴 채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다. 송씨는 아들 대신 학교에 가서 자퇴서를 썼다. “(학교보다 더 큰) 문제는 아이가 마음이 딱 닫혀서 얘기를 안 한다는 거예요. 저한테도, 동생한테도, 상담 선생님이 와도 얘기를 안 해요.”

은둔 청년이 자신을 가둔 집에는 함께 살아가는 부모가 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자녀의 은둔에 당혹스러워한다. 처음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녀를 방에서 빼내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하다 갈등을 빚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 탓에 아이가 잘못된 것 같아 자책한다. 국민일보 취재팀은 은둔형 외톨이 자녀와 함께 살아가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높아지는 마음의 벽

주상희(58·여)씨는 아들이 은둔형 외톨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 3~4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현재 31세인 그의 아들은 고교 3학년이던 2007년 방에 자신을 가둔 뒤로 10여년간 은둔과 재활을 수차례 반복 중이다. 주씨가 기억하는 은둔의 시작은 ‘설사병’이다. 공부를 곧잘 했고 순하고 착했던 아들은 어느 날 배가 아프다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심인성이었지만 당시 아이는 아픈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 상태를 표현할 수 없었다.

“엄마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를 못 했죠. 갑자기 (은둔 상황과 마주하는) 엄마들은 인정할 수 없고 ‘왜 이렇지?’ 하는 분노가 일어납니다. 저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유아교육도 공부했어요.” 아들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주씨는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를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다.

김모(50·여)씨 역시 5년째 은둔 중인 아들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갑작스러운 아들의 행동에 그는 공포를 느꼈다. “머리도, 손톱도 길고 아이는 움직이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 (아들의) 고립 생활이 부모 입장에서는 두려운 거예요.”

세상과 단절을 택한 아이들은 가족과도 대화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은둔하는지도 털어놓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와 자식 사이 마음의 벽은 높아져 간다. 지난해 7월부터 은둔하고 있는 이모(54·여)씨의 아들 권성주(가명·17)군은 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방문을 열어 보면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을 때가 많다. “(집 밖으로) 나가냐, 안 나가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말을 안 해요. 뭘 물어보면 대답을 하는 게 아니라 ‘모른다’고 해요. 방에다 애를 놔두고 사육시키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올해 초 청년재단의 ‘고립청년 실태조사’를 수행한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는 “부모들을 만나 보면 ‘갑자기’라는 표현을 한다. 자식들의 내면적인 변화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굉장히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은둔하는 자녀와 마주한 부모들은 아이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달래고 전문가 상담도 받아보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부모도 은둔의 피해자가 된다. 이모(58·여)씨의 아들 송영인(가명·27)씨는 대학 입학을 앞둔 시점에 돌연 은둔을 시작했다. “머리가 좋고 말도 잘하는 아들이었어요. 그런데 방에만 있어요. 참다 참다 ‘네 나이가 몇인데 이러느냐’ 하면 본인은 이대로가 좋대요. 설득해도 안돼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마음을 열어보려 했지만 아이는 화만 냈다. “상담사들이 돌아간 뒤 아이는 내게 ‘내 정신 멀쩡하다. 한 번만 더 이따위로 하면 가만 안 놔둔다’며 악을 써요.”

주상희씨도 답답한 마음에 아들에게 거친 말을 한 적이 있다. “(은둔형 외톨이라는 사실을) 인정을 못하니까 (아이에게) 육두문자를 날리기도 하죠. 엄마가 험한 말을 하니까 아들이 대들고요. 화를 엄청나게 내는데 어떻게 하지는 못하고 그냥 몸을 떨어요. 그러니까 매일 우는 거죠. 저도 울고 본인도 울고.”

박모(50·여)씨는 은둔하던 아들을 한 차례 강제입원 시켰다. 아들은 방 안에서 먹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들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지만 점차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이를 거절하면 아들은 박씨를 밀치거나 위협했다. “애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폭력적으로 바뀌자 ‘안되겠다’ 싶어서 정신병원에 보냈어요.”

정모(60·여)씨는 아이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장면을 목격했다. 34세인 그의 아들은 22세부터 지금까지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정씨는 “우연히 문을 열었는데 그러고 있는 거예요. 그 일이 트라우마로 남았어요”라고 말했다.

주상희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재활을 위해 K2인터내셔널코리아에 입소한 아들로부터 어느 날 ‘집에 갈 거야’라는 연락이 왔다. 주씨는 ‘1년은 있어야지. 그곳에 네 컴퓨터, 책도 다 가져갔잖아. 왜 6개월만 하고 돌아오니’라며 아이를 달랬다.

엄마에게 거절당했다고 생각한 아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그 일은 주씨가 은둔형외톨이부모모임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https://news.v.daum.net/v/20201203040215437
IP : 219.255.xxx.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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