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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가 내게 물려주신 것

... 조회수 : 3,859
작성일 : 2020-12-04 11:33:26

제가 기억하는 최초의 순간부터 요리하는 흉내를 내고  엄마 그릇들을 깨부쉈어요.

특히 비싼 엄마의 찻잔들을 많이 보냈죠.

종갓 집인 우리 집엔 손님들이 많이도 드나들었고 

손님이 오실 때마다 달여놓은 쌍화고를 물에 풀고 대추를 잣에 돌돌 말아 썰어내고 잣과 호두를 잘게 다져 띄워내는

엄마 모습이 너무 좋아서 고집을 피워 어린 제가 도맡아 했었어요.

손님들이 어린 아이가 차를 끓여내는 걸 보고 예뻐해 주시는 걸 즐기기도 했었고요.

즐기면서 많이 저지래를 했죠.

엄마는 단 한번도 그릇을 깨 먹은 저를 혼낸 적이 없었어요.

항상 제가 먼저였습니다.

안 다쳤어? 그럼 됐어 (그릇이)죽을 때가 돼서 죽은거지 안 다쳤으면  된 거야

어린 마음에도 그게 얼마나 고마웠나 몰라요.

대신 엄마의 찻잔들이 점점 높은 찬장 위로 올라갔던 건 비밀  콩나물 처럼 쑥쑥자라 다 꺼냈던 건 안 비밀

저도 엄마가 그랬듯이  너만 괜찮으면 됐어 라고 합니다.

대신 놀랐어 걱정했어 조심해야해 를 하죠.

의식적인게 아니고 그냥 결과가 먼저보여요.

가장 중요한게 먼저보여요.

잘못을 따지기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해결점을 먼저 찾는 거의 제 유일한 좋은 면입니다.

유튜브를 돌다보니 어느 정신과 의사분이 그런 걸 나 대화법이라고 하대요.

울 엄마는 안 배우고도 참 현명하셨구나 생각합니다.

아침바람 찬 바람에 접시하나 골로 보내고 글써요.

이놈의 가시 손 


IP : 122.38.xxx.110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말정말
    '20.12.4 11:46 AM (106.243.xxx.240)

    어머니 너무 훌륭하시네요.

  • 2. 따뜻
    '20.12.4 11:50 AM (223.33.xxx.95)

    맘이 따뜻해지네요. 어린 원글님도 귀엽고요.

  • 3. ...
    '20.12.4 11:50 AM (222.236.xxx.7)

    원글님도 그런 생각하시는군요 ..ㅋㅋ저도 EBS 교육프로 그램 보면 우리엄마도 어떻게 안배우고도 ...ㅋ 잘 아셨을까 그런 생각 진짜 들때 있어요 .거기에 나와서 강의 하시는 선생님들 이야기 듣다가 어릴떄 엄마한테 교육받았던거 생각하면 .... 우리 엄마 현명했네 하는 생각들어요 ..

  • 4. 본게 없어
    '20.12.4 11:54 AM (112.167.xxx.92)

    난 님엄마 같은 엄마를 둔적이 없잖아요 칭찬은 아예 기억이 없고 개패듯 맞았 때린 이유는 딱히 없었고 그날에 부모 기분따라 쌍소리와 폭력이 일상 부모 밑에서 생존싸움을 했는 기억뿐 보고 배운게 없어 사랑 주는것도 받는 것도 모름

    그릇 깨졌다가는 그날 내 피가 튀는 날이에요ㅋ 이런 살벌한 유년기를 보냈기에 여자들 관계에서 수틀리는 상황이 오면 그날 상대녀는 반 죽는거에요 말로 안하죠 지금은 애써 성질을 죽이고 살아요 패고 합의금 줄 돈이 없어 참아요 여튼 보고 배운게 이 환경적인게 크다 싶다는 내가 젤 부러운게 평범한 집들이 부러운

  • 5. ㅋㅋ
    '20.12.4 11:57 AM (116.122.xxx.246)

    윗님 그래도 씩씩하게 잘자라신거같네요 이제 커서 그런 엄마 없으니까 잘사세요

  • 6. 제경험
    '20.12.4 12:02 PM (119.193.xxx.34) - 삭제된댓글

    A 와 B 가 엄마들끼리 친한사이였어요 제 아이와 A 는 동네 꼬꼬마부터 친구였고
    A, B 와 제 아이 이렇게 셋이 있으면 엄마들도 아이들도 친하진않았어요
    어느날 B의 엄마가 A의 엄마에게 제 아이가 자기아이에게 욕을하고 안논다고 했다고 험담을..
    그 말을 A 가 또 내게 전하고 (이 전달이 문제였을까요)
    전 아이를 닥달했죠.. 아이는 절대 아니라고 했고 (사실 아이가 욕하던시절이아니었긴해요)
    전 그럴리없다고 없는얘기면 B 가 왜 그런말을 엄마에게 했겠냐교

    아이가 울면서 B 의 엄마는 자기아이의 말을 다 믿어주는데
    왜 엄마는 내 엄마가 내 말을 안믿어주냐고 했어요 전 머리가 띵 했죠....
    태도를 바꿔서 그래 미안하다 (전 미안하면 바로 미안하다고 표현해요) 엄마도 널 믿으마
    하고 다음날 학교에 가서 여러상황을 묻고 지켜봤어요
    제 결론일수 있지만 B 는 혼자서 A와 친하고 싶어서 저희애를 내치고 싶었던거에요

    아마 이날이었던거같아요 아이와 제가 친해졌어요 소소한 얘기도 하게되었고
    이건 초등생때의 일이고. 지금은 대딩이고 우리의 대화는 내내 이어져서.. 사춘기없는 남자아이를
    키웠습니다 .. 고마우면 바로 고맙다 미안하면 바로 미안하다 표현하고
    일주일에 두어번은 차도 같이 마시면서 얘기나누고...
    지금 성인이니까 ㅋㅋ 커피도 마시고 가끔은 소주도 엄마랑 아들이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 7.
    '20.12.4 12:04 PM (180.224.xxx.210)

    딴지 절대 아니고요...
    그릇 관련해서는 옛날 어른들이 흔히 하셨던 말씀인가 봐요.
    일종의 규방교육? ㅋㅋ

    제 할머니들도 식모들이 그릇 깨고 하면 나무라지 않으셨어요.
    됐다마...그릇들도 지 죽을 날 다 있는 거제...이랬던 거 많이 목격했어요. ㅎㅎ

  • 8.
    '20.12.4 12:27 PM (122.46.xxx.30)

    정망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댓글 남기는데요,
    원글님 글 솜씨가 보통이 아녜요.
    단순한 작문 솜씨가 아니라 사고를 적절한 비유와 맛깔난 언어음절로 엮어 내는 실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글 쓰세요.
    수필이든 동화든 소설이든, 웹소설이든 쓰세요.
    돈은 제가 낼게요.
    단, 판권은 제가...!
    ^^;;;

  • 9. ...
    '20.12.4 1:05 PM (221.151.xxx.109)

    저희 엄마도 그러는데
    그릇깨고 거울깨도
    너 안다쳤어?가 제일 먼저예요
    안다쳤으면 됐다
    물건이야 또 사면 되고

  • 10. ...
    '20.12.4 2:14 PM (211.251.xxx.169)

    전 반대케이스...나름 도운다고 하다가 컵 같은거 깨면...그리 저를 원망하고 타박하고...저의 자존감은 바닥을 찍게 했죠....진짜 무서운건 제 아이에게도...실수하면 그리 구박하고 혼내려는 경향이 자연스레 나와요....안 그럴려고 애써야하죠...

  • 11. 시집가서
    '20.12.4 2:35 PM (112.145.xxx.70)

    시어머니 그릇 설겆이하다 깨부셨더니

    그래. 깨져야 또 새거 사지. 안깨져서 못샀따.

    하시더라구요.
    돌아가셨는데 그게 가끔 생각나네요

  • 12. 그립다.
    '20.12.4 5:46 PM (223.33.xxx.95)

    교수님 댁 신년하례식하러 가면 신참들이 설거지를 했어요. 제가 실수로 접시를 깼는데 사모님께서
    접시는 깨지라고 있는거라고 하셨었죠. 참 감사했어요.

  • 13. ...
    '20.12.4 7:47 PM (175.198.xxx.100)

    혼내는 것보다 훨씬 큰 사랑과 좋은 교훈을 준 현명하고 좋은 어머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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