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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아빠

행복 조회수 : 2,453
작성일 : 2020-11-22 12:15:34
큰눈에 쌍꺼풀 진한이목구비 아빠의 이런외모를 4형제중 나만 닮았어요 둘째면서 첫째딸였던 나만 또 아빠성격을 닮아 집에서 하루종일 혼자 노는걸 좋아했습니다
가난했던 재개발지역의 우리동네에는 유독 건설업쪽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타일 미장 도배 일당받는 일명 노가다 하는분들
목수일을 오래하셨던 아빠는 동네 일당 받는 젊은 인부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공사하려 다니셨는데 공사가 끝나면 종종 동네가 시끄럽게 먹살잡고 싸우고 큰소리 나는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대금은 어음으로 받고 인부들 일당은 현금으로 줘야 했던 아빠가 엄마편에 사채빌려 돌려막고막던 돈이 막혀 일당을 못받은 동네사람들과 시비가 붙은거죠
동네 다닥다닥 붙은 집들 사이에서 그소리는 저먼곳까지 다들렸고
아빠소리 말리는 소리가 다 들렸는데 엄마는 우리형제들 절대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셨어요
챙피하기도 했지만 집에서 큰소리 한번 안내시고 우리들 형제에게 늘 부드럽고 다정했던 아빠가 겪는 수모 챙피스러움
가장의 무게..그리고 끝나지 않는 가난

목소리 큰 엄마옆에서 무능한 가장으로 사셨던 아빠는
늘 작업복에 낡은 진흙묻은 목이 긴 신발을 신고 일하셨는데
집에서 귀에 연필꽂고 도면 펼쳐 계산기 두드리며 일하시는 모습은 세상 멋져보이는 모습이셨어요
학교서 만들기나 방학과제로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를 아빠는 늘 도와주셨습니다

다른형제들은 그런 과제를 대충해갔는데 아빠닮아 손재주가 있던 나는 늘 정성스럽게 과제준비하고 말없이 그런 딸
조용히 아빠 손거쳐 국민학생이 만든것 같지 않은 물건들을 완성해주셨어요
아빠랑 함께 만들기 과제를 할때면 서로 말한마디 없었지만 아빠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시고 톱질 망치질 본드붙여주시고 여린 내손에 상채기 날까 혹여 이쁜손에 흡집이라도 날까 지저분하고 힘든건 아빠가 대신 해주셨어요
복도에 내작품들이 전시되고 상타오면 그거 한번 보시고 웃어주시고..잘했다 말로는 칭찬한번 안해주셨지만 아빠의 기쁨이 고스란히 제맘속에 전달됐어요

우리집 구조는 참 특이했는데 옆집과 부엌은 플라스틱 칸막이 비슷한걸로 막아 옆집 수돗물 소리도 들렸고 말하는 소리는 뭐 ..듣고 싶지 않아도 다 들을수밖에 없었어요
다행인지 방과 방사이는 시멘트벽으로 막혀 집안 소리는 덜 들렸던것 같아요
자식들이 성장해가니 우리집이랑 딱 붙었던 옆집을 사들인건지 옆집을 우리가 같이 쓰게 됐습니다
플라스틱 칸막이를 떼고 보니 그곳은 원래 방두칸에 긴주방
그런구조였던거 같아요
돈이 부족해 칸막이로 주방만 막아 세를 내어줬던거 였어요
그집을 목수였던 아빠가 방과방 사이를 뚫어 큰 문을 달아놓으셨어요 그문은 tv에서 보던 손잡이가 둥근잠금 장치가 달렸던
문짝에 장식무늬가 있던 나무색상 문짝였습니다
공사현장에서 하나 얻어오셨다며 그 문짝위에 니스칠을 다시해
광택을 한번 내주셨지요
부엌도 두배나 넓어져 찬장도 아빠가 다시 만들어주셨어요
현장에서 빌려왔다는 긴 판자 자르는 기계로 나무를 잘라
미리 설계해둔 찬장도면을 보며 아빠가 찬장을 만드셨을때
두살위 오빠는 놀러나가고 내가 그옆에서 아빠를 도왔어요
잘라놓은 판자가 설계도면과 맞는 사이즈로 제대로 나왔는지
잘라진 판자를 정리하고 다음작업 준비하고..
색상낸다면서 페인트질 한다는걸 말린것도 어린 나였어요
값싼 페인트로 망칠것 같고 페인트칠하면 냄새 날것 같으니 그냥 나무결대로 두자고..아빠는 어린 내 말에 잘들어주셨습니다
그렇게 찬장 만들고 앉은뱅이 책상도 하나 만들어주시고
책상위에 책꽃이도 만들었어요
책상 만들 나무 판자가 없어 다리 부서진 밥상을 개조해 다리 네개 붙어 책상을 만들었죠
밥상이라 책상위가 맨들맨들해 촉감이 좋다고 좋아라 하니
기분 좋은 아빠가 책꽃이도 만들어주셨어요

우리집대문은 낡고 허름해 잠금을 할수 없는 대문였는데
그것도 아빠가 어디공사장에서 떼어온 큰 철재 대문을 고쳐 새로 달아주셨어요
그옆에 명패도 달아놓으셨지요
형제들과 다르게 방한구석에서 종이에 그림그리고 붓글씨 쓰고 그림그리는 내모습을 아빠는 일없는 겨울에 늘 말없이 쳐다만 보고 계셨는데 한번은 내붓을 들고 화선지에 한문을 너무 멋지게 써주신거에요 아빠 글씨가 너무 멋지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렇게 붓글씨를 잘 쓰리라곤 상상을 못했더거든요
대패 망치 그런걸 들고 계신 아빠모습에서 붓글씨 쓰는 아빠의 손을 보니 더 놀랍기도 했어요
아빠가 왜 붓글씨를 저리 잘쓰시면서도 목수일을 하셨는지
직접 묻지는 않았지만 어린 나는 알수 있었죠
훗날 들으니 아빠는 시골마을에서 국민학교때 붓글씨로 신동소리 까지 들으셨대요
동네사람들 대문앞에 붓글씨로 써붙였던 글들을 겨우 국민학생짜리 꼬마가 다 써주고
학교 상장은 다 받아오시고 그림 잘그려 학교복도에는 아빠 그림 글씨로 도배를 해놓았구요
그런 아빠였지만 찢어지게 가난했던 8남매 장남였던 아빠는 중학교이후 생계를 위해 붓대신 대패 연장들고 서울로 돈벌러 오셨던거죠

그런 아빠가 나이 드시고 자신과 외모 성격 닮은 첫째딸이
자신의 재능 일부분을 물려받아 붓글씨 쓰고 그림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드셨겠죠
그러나 나는 붓글씨 잘쓰고 글씨 멋있던 나랑 우리집서 유일하게 큰눈에 쌍꺼풀 짙은 아빠도 멋있지만
나랑 같이 찬장 만들고 대문 칠하고 책상 만들고
내만들기 같이 해주셨던 목수아빠도 좋고 존경해요
내가 커서 결혼해 신혼집 꾸밀때
아빠가 우리신혼집 인테리어를 해주셨어요
돈이 모자라 전구부터 페인트칠까지 모두 아빠가 손수 다 해주셨거든요

베란다에 판넬 깔아 티테이블 놓을수 있게 해준다며
몇날을 판자 잘라 붙이고 망치질해 베란다 단을 높여놓고
신혼집 화이트로 꾸며준다며 전부다 흰페이트로 칠해주셨어요
아빠혼자서 18평을요 도시가스 배관부터 낡은 손잡이 그석구석 모두를요
화장실 타일도 아빠가 인부한명 데리고 전부 붙여주시고
작은부분 혹여 신혼집에 옥에 티라도 날까 다 아빠가 고쳐주셨지요
철없던 나는
그렇게 몇날몇일 혼자 작업하고 계신아빠 힘든것도 모르고
식사한번을 용돈 한번을 그때 안드리고 결혼준비에만 들떠 있었어요
결혼후에도 혹여 우리집에 뭐라도 고장나면 아빠가 달려와 고쳐주셨는데 저는 그런게 오히려 부담감으로 다가왔었네요
80을 바라보는 아빠는 여전히 일을 하세요
손에 박힌 굳은살 상처난 손을 보고있노라니 아빠가 목수가 아닌 미술가로 서예가로 활동하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목수아빠..그래도 좋았고 행복했었죠 내어린시절 우리목수아빠는
나에게 만큼은요




IP : 112.154.xxx.39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부럽
    '20.11.22 12:21 PM (175.198.xxx.100) - 삭제된댓글

    아버지의 조용한 사랑이 잘 느껴집니다. 글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잘 쓰시네요.

  • 2. ..
    '20.11.22 12:26 PM (112.152.xxx.35)

    어머.. 따뜻한 수필 한편 읽은 기분이에요. 마음이 따스해지네요.

  • 3. ...
    '20.11.22 12:29 PM (119.149.xxx.248) - 삭제된댓글

    아빠가 어릴때 밖에서 큰소리로 싸우면 엄청 무서우셨을텐데 어릴때 참 밝은 성격이셨나봐요

  • 4. ...
    '20.11.22 12:31 PM (221.140.xxx.46) - 삭제된댓글

    마음이 뭉클해지는 글이에요.
    나를 닮은 딸이 있어서 그 딸이 따뜻한 눈으로 나를 바라봐 주어서 아버님도 행복하실 거에요.

  • 5. ...
    '20.11.22 12:34 PM (221.161.xxx.62) - 삭제된댓글

    손재주만 좋은게 아니고 글재주도 좋네요
    한편의 수필같이 담담하면서도 따스합니다

  • 6. 따뜻해요~
    '20.11.22 12:42 PM (220.120.xxx.70)

    아버지에 대한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두 분 부녀 간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오늘을 행복하게 합니다^^ 아버지 살아계시니 지금이라도 실켜 나누고 계신거죠^^ 저도 아버지와의 각별한 사랑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결혼하고서 철이 덜듯 무렵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저를 사이사이 키워주셨던 외할머니도 돌아가셨습니다.
    좀더 따뜻하게 좀더 살갑게 시간을 함께 하고 사연을 만들걸
    가끔씩 가슴이 젖네요 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 7. ....
    '20.11.22 12:51 PM (221.158.xxx.252) - 삭제된댓글

    좋으셨겠다
    우리 아빠도 선비셨는데..
    선비셔서 현실감각은 없었죠.
    가난했지만 고상하셨고 가난하게 컷지만 곱게 컷네요

  • 8. ..
    '20.11.22 1:08 PM (1.237.xxx.26)

    스산한 가을 날씨에..읽는 중에 눈물이 차오르네요.
    내 맘에 작은 울림이 생기고 작년에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이 나네요.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워지는 그런 글이였엉ㄹㄷ.

  • 9. 이글을 읽고
    '20.11.22 1:10 PM (175.120.xxx.238)

    드는 생각이 겨우

    ' 아빠가 어릴때 밖에서 큰소리로 싸우면 엄청 무서우셨을텐데 어릴때 참 밝은 성격이셨나봐요'

    라니.. 심보가 참 ..

    술이나먹고 시비걸고 할일없이 싸운게 아니잖아...

  • 10. 우리아빠
    '20.11.22 1:16 PM (112.154.xxx.39)

    겨울에는 늘 일이 없어 방한켠에서 담배갑으로 거북선 만들고 껌종이로 종이배 꽃만들던 아빠
    집안이 넉넉해 아빠가 좋아하시고 잘했던 그림 그리고 붓글씨 쓰며 사셨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셨겠죠
    본인 많이 닮은 딸도 가난으로 물려받은 재능 버리고 일찍 사회나가 돈벌어야 했을때 아빠맘은 어떠셨을까?
    그때 몰랐던걸 세월지나 내자식 키워보니 알겠네요
    내자식에게는 내슬픔 가난 힘듦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부모맘을요 가끔 내못남을 내자식을 통해 거울처럼 반사경마냥 받아볼때 가슴이 저리고 아파요
    그런건 닮지말지..내좋은것만 닮지 하늘도 무심하구나 싶고요

  • 11. 에이..
    '20.11.22 1:59 PM (59.8.xxx.220)

    마음을 이렇게 풍성하게, 꽉 차게 채워 주셨는데..이런 아빠 흔하지 않아요
    너무 부러운 아빠 두셨고 원글님도 원글님 자녀분도 다 부러운데요?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 12. ......
    '20.11.22 5:05 PM (61.84.xxx.157)

    읽은 내내 아버지 마음이 알게노르게 전해지네요. 눈물이 찡~~~ 하니 나는데요.
    저도 아들이 저를 닮았는데 어릴적 저의 행동이랑 비슷해요. 음악듣기좋아하고 꼬물락꼬물락 손재주있게 만들고... 한참 말없이 쳐다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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