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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돌보는 산 냥이 이야기

산냥이 조회수 : 2,210
작성일 : 2020-11-19 15:27:03

저희는 주말마다 가서 지내는 작은 주말 집이 있어요. 
매 주말 시골에 콕 박혀서 가족들끼리 강제로 오순도순 지내다 오는..(달리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없는 곳이라)

아무래도 마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은데, 마당에 있다보니 몇몇 냥이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보이길래 자동급식기에 사료를 놓아두며 돌본 지 근 1년이 넘었어요.
이 곳은 꽤나 외지고 산 밑이어서 마당에 가끔 고라니도 출몰하는 곳이라 이 냥이들은 길냥이라기보단 산냥이라고 해야겠지요.

아무리 밥과 물과 특식을 챙겨주어도 이 산냥이들은 절대 곁을 주지 않더라구요. 
그나마 한 냥이가 지하창고에 새끼를 낳고 돌보다 떠난 걸 보면서 그나마 저희를 신뢰하는구나 느낀 정도구요, 아직도 저희가 가까이 가면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기들 바빠요.


그러다 한 3개월 쯤 전에 어디선가 갸냘픈 야옹야옹 소리가 들렸어요.
소리를 따라가보니 한 2개월이 채 못 되어 보이는 아기냥 한 마리가 엄마를 찾는지 처절하게 울고 있어요.. 너무 놀라 급한대로 아기냥이 먹을 수 있는 우유(유당 성분이 없는 '소화가 잘 되는 우유')하고 불린 사료를 가져다 주었더니,
저희 보는데선 안 먹어도 저희가 없는 사이는 먹는 것 같더라구요.

엄마를 찾는 애처로운 울음은, 하루 꼬박 내다가 결국엔 포기했는지 조용해졌구요.

다음날 새벽에 가 보니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라 그런지 자기 몸이 다 노출되는 박스 위에서 잠을 자고 있더라구요. 어찌나 마음이 쓰이는지... 

그러면서도 행동은 번개같이 빨라, 도저히 잡을 수도 없었구요.



그렇게 주말마다 가서 애처롭게 돌본지 2개월이 넘어, 이제는 제법 몸 길이도 길어지고(성인냥의 반 좀 넘는 크기가 되었어요), 제법 살도 붙었어요.
중간에 한 2주인가 없어져서 죽은 줄 알고 엄청 마음을 졸였는데, 2주 있다가 약간 험한 몰골로(털이 조금 엉켜있고, 약간 여위어 보였어요) 다시 나타나 십년 감수했구요.

아무래도 주변에 고양이들이 많아, 어른냥들에게 해코지 당하진 않을까가 가장 신경쓰였는데 한동안 젊은 암컷냥에게 괴롭힘 당하는 것 같더니(암컷냥이 공중에 점프해서 아가냥 배 위에 점프하는 식으로 괴롭히고, 아가냥은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ㅠㅠ)
요샌 이 동네 가장 쎈 고양이 곁에 붙어 같이 다니더라구요.

지지난주엔 개념없이 쎈냥이 사료 먹는 옆에 고개를 들이밀고 먼저 먹으려들더니, 그새 혼이 났는지 지난주부터는 쎈 냥이 사료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쎈냥이가 다 먹으면 그제서 자기 사료를 먹기 시작해요.
뭔가 사회화가 된 것 같은...

그리고 쎈냥이가 데크위에 누워 낮잠을 자면, 아기냥은 조심조심 다가가 쎈냥이 배에 기대어 함께 잠을 자더라구요^^ (정말 사랑스러워요)

제가 궁금한건, 요 두 놈이 모두 수컷인데 이런 유사 모자관계같은 사이가 가능한가요?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낯선 아기냥을 잘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사이가 가능한지...
게다가 쎈냥이는 이미 유대관계가 돈독한 형제/남매냥들도 있구요(늘 같이 다녀요).

요 아기냥의 경우, 엄마 없이 혼자 자라서 그런지 어딘가 의지하고 싶은 데를 찾고 싶어 여기저기 성묘들에게 들이댔던 역사가 있거든요..
근데 정착을 못한건지 성묘들이 받아주지 않았던 건지 계속 방황하다, 이제는 이 쎈냥이에게 찰떡같이 붙은 듯 해요. 요 몇주는 쎈냥이 무리(쎈냥이 및 그 남매들)하고 아주 종일 붙어 다니네요.

아가냥이 이만큼 커준것이 너무 뿌듯하고 감사하고, 그 와중에 왜 이 아가냥은 혼자 버려져 있었는지(지금까지 잘 자란걸 보면 건강상 문제가 없어 어미냥이 버릴만한 상태도 아니었던 것 같고, 어미냥이 죽었다고 가정한다면 얘 말고도 남겨진 새끼들이 더 있었을텐데 얘 혼자만 발견된 것도 이상하고..),
쎈냥이-아가냥 사이의 요상한 유대관계(?)도 넘 궁금하네요. 

나름 산냥이들을 돌봐오긴 했지만, 키워본적이 없는 냥알못이라.. 집사님들 짐작가시는 바 있으면 풀어놔들 주셔요^^

IP : 59.8.xxx.63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후
    '20.11.19 3:31 PM (221.152.xxx.205)

    ♡♡♡♡♡

  • 2. 호수풍경
    '20.11.19 3:34 PM (183.109.xxx.109)

    부성애 있는 냥이도 있어요,,,
    우리집 냥이들 봐도 숫놈은 순둥순둥 허당이고...
    누나한테 맨날 줘 맞아도 들이대고 그래요...
    암컷은 도도 새침 까칠해요,,,
    쎈냥이가 받아줘서 너무 다행이네요...
    눈치는 있는걸로 봐서 잘 크겠어요...

  • 3. ㅇㅇ
    '20.11.19 3:36 PM (203.234.xxx.122)

    쎈냥이가 의외로 아가냥이를..보호해주는 것일지도 몰라요.
    아가냥이다 느끼기엔 이 고양이에게 붙어 있으면 위험하진 않겠구나 싶은 생각을 할수도 있고요
    우리도 고양이가 두마리인데..둘이 한살차이 납니다. 둘째가 아가였을때 우리 첫째가 지 새끼마냥..핥아주더군요. 둘째 또한 첫째 고양이에게 붙어서 자고요. 지금은 둘째가 첫째보다 몸무게가 두배가 더 나가요.. 더 이상 붙어 자지도 않지만..서로 보면 핥아주기도 하고..서로 싸우기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지내요.
    하지만..그렇게 몸무게가 차이나도..첫째가 둘째 앉아있는 자리를 뺏는거 보면.지들끼리의 서열은 정해져있는것같아요

  • 4. 산냥이
    '20.11.19 3:50 PM (223.38.xxx.177) - 삭제된댓글

    눈치가 있어 잘 클 것 같다는 호수풍경 님 말씀이 엄청난 위안이 되네요. 모쪼록 무사히 컸으면 좋겠어요^^
    ㅇㅇ님네 고양이처럼, 쎈냥이가 아가냥을 보호해주는 중이라면 더할나위얷이 마음이 놓이겠네요..
    이 아이를 보지못하는 주중엔 수시로 cctv확인하고 관찰하지만 늘 맘졸이고 있어요

  • 5. 산냥이
    '20.11.19 3:51 PM (223.38.xxx.177)

    눈치가 있어 잘 클 것 같다는 호수풍경 님 말씀이 엄청난 위안이 되네요. 모쪼록 무사히 컸으면 좋겠어요^^
    ㅇㅇ님네 고양이처럼, 쎈냥이가 아가냥을 보호해주는 중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마음이 놓이겠네요..
    이 아이를 보지못하는 주중엔 수시로 cctv확인하고 관찰하지만 늘 맘졸이고 있어요

  • 6. ...
    '20.11.19 3:54 PM (1.252.xxx.156)

    세상 까칠한 구역대장냥이도 비슷한 레벨끼리 싸우고 하지 의외로 약하거나 어린 새끼는 상대가 안된다 생각하는지 안건드리고 잘 보살피는 냥이들이 있더라구요.
    저희 아파트에도 일명 두목(?)으로 불리우는 얼큰이 대장냥이가 있는데 새끼들한텐 얼마나 잘 하는지 몰라요. 새끼들도 너무 잘 따르구요.
    유독 아깽이들이 따르는 냥이들이 있어요.
    수컷들이 잘 보살피고 하는 것도 많이 봤구요.
    모쪼록 건강하게 잘 커가길 바랍니다.
    아깽이 너무 귀엽겠어요.
    자주 사료나 간식이랑 물 챙기고 눈도장 찍으면 그래도 자주 봤던 아는 사람이라고 도망 안가고 빼꼼 보면서 기다릴 때 너무 예뻐요.
    원글님 아깽이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7. .....
    '20.11.19 3:54 PM (175.123.xxx.77)

    고양이들마다 성향이 달라요.
    엄마 고양이에 찰싹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고양이도 있구요
    독고다이 스타일도 있어요.
    원글님이 신경 쓰시는 고양이는 약간 개냥이 스타일인 것 같아요.

  • 8. 산냥이
    '20.11.19 4:11 PM (223.38.xxx.244)

    새끼들을 잘 돌보는 얼큰이 대장냥은 정말 사랑스럽네요!

    네,아가냥은 정말 예뻐요.
    얘가 어서 자라 걱정없이 살아갈 수 있는 튼튼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만 아가냥 때문에 맛난 습식사료(아기고양이용)랑 특식들을 많이 챙겨주었더니 주변 고양이들이 점점 많이 몰려들어 걱정이에요.
    저희집이 동네 맛집으로 소문나 영역싸움의 대상이 되어 아가냥이 해라도 입을까봐..ㅜㅜ

  • 9. 마당냥이
    '20.11.19 4:13 PM (211.196.xxx.246)

    저희집 마당냥이들이 그래요.
    먼저 난 형이랑 올 2월에 난 아기인데 둘다 숫컷이에요.
    엄마는 종종 오고요.
    둘이 어찌나 다정하고 서로 챙기는지 기특하고 예뻐요.
    형이 안 보이면 동생이 울고 동생이 안 보이면 형이 울고요.
    둘이 삶은 닭고기를 좋아해서 자주 삶아주는데 형이 동생한테 양보하고 동생은 먹기 바빠요ㅎ

    아이들 챙겨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산은 도시보다 훨 추울텐데 종이박스나 스티로폼박스로 집 만들어주시면 겨울나기가 더 좋을 것 같아요.
    원글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라요! ^-^//

  • 10. .......
    '20.11.19 4:30 PM (202.32.xxx.76)

    아기냥이가 쎈냥이 밑에서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둘의 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가끔 보면 서로 돌봐주는 길고양이들을 본거 같아요.

    저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아기 고양이가 애교부리면서 사람들한테 밥 달라고 했었는데
    사람들이 낚여서(?) 밥을 주면 걔 친구 흰고양이가 와서 사이좋게 밥을 먹더라구요.
    앵벌이인가 하실테지만 흰고양이가 마르고 힘없고 아파보이거든요. (털 정리도 안함)
    그래서 보면서 서로 의지해서 사는구나 하고 좀 짠했어요.

  • 11. 둥이
    '20.11.19 5:12 PM (211.45.xxx.5)

    예전 동물농장에서 동네 떠돌던 어린 고양이가 어느날 부터 덩치큰 숫놈 어른냥이와 의지하며 같이 돌아다니는걸 캣맘들이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돌봐주던 경우를 본 기억이 나요. 근데 큰 고양이가 쥐약을 먹고 죽는 바람에 남은 아가고양이가 슬프게 우는걸 구조하는 과정을 방송했는데 얼마나 울었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맘이 아파요.

  • 12. ...
    '20.11.19 10:50 PM (119.64.xxx.182)

    큰 냥이들이 따귀 때리면 벌러덩 누워서 하지마~시전하던 아기냥이가 시골집에 들어왔어요. 무방비 상태로 들어온거라 배변 때문에 낮에 내놨더니 이틀만에 따귀 때리는 큰냥이들한테 하악질 하며 덤비더라고요. 우리집이다 이거죠. 아주 눈치가 빠삭해요.
    큰 애들한테 덤비는거 보고 다칠까봐 급한대로 대충 세숫대야에 흙 퍼다 화장실 만들고 집안에 들였어요.
    간혹 처음 새끼 낳는 청소년 냥이들이 한마리만 낳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둘을 낳아도 얼마 안돼서 죽는 경우도 많고요.
    지난주엔 우리 아파트 앞베란다 아래에 주먹만한 아기냥이가 혼자 버려졌어요. 아마도 어미가 죽었거나 크게 다쳤나봐요. 죽지 않아도 많이 다치면 아기한테도 해가 갈 수 있고 잘 돌보지 못하고 하니 안돌아오는 경우가 많대요. 고양이 싫어하시는 분도 많고 너무 드러난 공간이라 걱정했는데 너무 작은 애기라서인지 다들 참아주시네요. 감사합니다~
    지역 캣맘께 부탁드려서 조만간 안전한 곳으로 이소 시키려고요.
    원글님이 돌봐주시는 어린냥이도 씩씩하게 잘 크고 있는거 같아서 정말 감사하네요. 모쪼록 이 겨울을 잘 지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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