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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 짧았던 엄마 이야기...

무명 조회수 : 6,969
작성일 : 2020-11-13 23:17:31
저 40대 초반.
명문대는 못 나와도 인서울 대학 나왔고 ... 
괜찮은 직업 있었고
지금은 아이 둘 기르며
배운 거 가르치며 살아요. 

큰 아이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데 
질문을 정말 많이 해요. 
오늘도 영어 단어 물어봐서 답해주는데 
문득 우리 친정 엄마 생각이 나서요. 

생각해보니 우리 엄마,
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수도학원? 비슷한 곳 다녔었어요.
아시죠 ... 배움이 늦은 분들이 다니시는.. 

그 땐 엄마가 무슨 학교 다니는지 정확히 몰랐어요.
대충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장농 깊숙이 숨겨놓은 노트를 봤어요.  
영어 알파벳을 서툴게 써 놓은 노트를 보고
황급히 넣어두었던 기억이 나네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분이 이상했어요. 

엄마는 겉보기에 정말 세련되고 예뻤고.
동네에서도 살림 잘 한다고 칭찬... 
강남에서 살기도 했었고요. 

물론 한글은 잘 아시죠... 
센스, 일머리 있으셔서 어느 정도 나이 찬 이후엔
제법 이름있는 회사에서 기숙사 생활 하다가 
아빠 소개받고 결혼하셨는데..
그리 행복한 결혼생활은 아니었어요.
아빠가 술을 너무 좋아하시고 ..성격이 괴팍해서.

그동안은 아빠 때문에 힘든 엄마 입장만 생각하다
오늘 문득. 
많이 못 배운 것 때문에 엄마가 참 힘들었겠다
이제야 그런 생각이 드네요. 

학교에서 일기장에 부모님한테 편지 쓰고
답장 받아오는 숙제 있으면 
자식한테 핀잔만 주고 무뚝뚝한 아빠가 써주시곤 했었어요. 

아빠는  글씨도 잘 쓰시고 문장력도 좋으셨거든요. 
엄마 얘기로는 연애할 때 그렇게 엄마한테 편지를 써 보냈다고... 

왜 엄마는 내 일기에 답장을 안 썼을까.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하다가
아.... 
엄마는 그런 글을 쓸 자신이 없었던 거구나... 

얼마 전에 초등학교 때 (나 땐 국민학교) 쳤던
피아노 교재에 엄마가 내 이름 써준 걸 봤는데
정성스럽게 한 자 한 자, 큼지막하게 
아주 예쁘게 써주신 이름이 눈에 띄더라고요. 

엄마한테 피아노 안 다니겠다고 하면 
그렇게 내 말을 안 들어줘요.
꾸역꾸역 체르니 50번까지 쳤는데
엄마가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남들은 모르는 약간의 장애가 있던 언니 밑으로
똘똘하고 제 할 일 알아서 척척 해내는 딸이
얼마나 기특했을까요. 
난 엄마 마음 요만큼도 모르고 
만날 언니 미술 숙제 시킨다고
이불 뒤집어쓰고 울고, 
사춘기때 엄마 엄청 많이 미워했는데 ... 

이제 나이가 이쯤되니 엄마 마음이 어땠겠다... 
이해가요. 

살림하며 공부하는 거 힘들었을텐데 .. 
처음에는 숨기시다가 
나중에는 상 펴놓고 숙제 하면서
나한테 영어 모르는 거 물어보고 하던 엄마가
왜 오늘 떠오를까요. ㅠㅠ
그나마도 다 못 다니셨어요. 
그냥 포기하신 듯... 

엄마는 빚을 내서라도 우리 학원 보내주시던 분이었어요. 
덕분에 난 많이 배워 내 새끼들 
공부도 잘 가르쳐줄 수 있고 그렇네요. 

엄마 덕분에 내가 이만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
40초반 되어서야 절절하게 깨닫네요. 
되게 ... 늦게 철 드네요. 사람이라는 존재는. 

아니 저라는 존재는요. 







IP : 121.190.xxx.138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0.11.13 11:23 PM (180.230.xxx.233)

    좋은 어머니를 두셨네요. 노력도 하시고...

  • 2. ...
    '20.11.13 11:24 PM (175.207.xxx.41)

    어머니가 참 많이 힘드셨겠구나 싶네요.
    나보다는 많이 배우게 하고 싶고,
    나보다는 더 잘나게 잘살게 하고픈 그 마음이
    너무 이해되구요...
    훌륭한 어머니시네요.

  • 3. ...
    '20.11.13 11:25 PM (211.36.xxx.101)

    원글님이 잘 커주셔서 정말 기쁘셨을 거에요.
    ^^ 좋은 밤 되세요.

  • 4.
    '20.11.13 11:29 PM (223.38.xxx.171)

    잘 읽었어요.
    ㅠㅠ
    고마워요 이쁜 글.
    우리.. 그룹허그
    한번하고 잘까요?

  • 5. 네...
    '20.11.13 11:30 PM (121.190.xxx.138)

    인내와 희생으로 점철된 삶인 듯...
    지금은 아빠 항암치료 돕고 계세요.
    ㅠㅠ

  • 6. 원글이...
    '20.11.13 11:32 PM (121.190.xxx.138)

    그룹허그 ...

    따뜻한 말씀 감사해요.

  • 7. 저도 40초
    '20.11.13 11:42 PM (221.163.xxx.229)

    제 얘기같아 로그인했어요
    엄마 아빠 이야기 모두가 글 쓰신것과 같고
    다른부분이라면 전 엄마를 미워해 본적이 없다는것
    마음결이 곱고 어려워도 항상 자식이 기댈 수 있도록 해주시고
    못배워도 지혜로워서 존경스러워요
    가끔 상상해봅니다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엄마의 어렸을적
    공부하고싶어도 못해보고 동생들 뒷바라지만하던
    그시절로 돌아가 공부시켜 주고싶어요

  • 8. 흐뭇
    '20.11.13 11:45 PM (125.130.xxx.219)

    정말 훌륭하신 어머님이셔요
    원글님은 복 받으신 분이구요.
    어머님이 행복하고 편한 여생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 9. ...
    '20.11.13 11:53 PM (221.146.xxx.158)

    원글님같은 딸을 가지신 어머니가
    이세상 어떤사람보다도 부럽네요

  • 10. 부러워요
    '20.11.13 11:56 PM (121.150.xxx.210)

    배움이 짧아도 지혜가 있는분들이 있더라구요
    훌륭한어머니를 두셨네요

  • 11. ...
    '20.11.14 12:31 AM (108.41.xxx.160)

    배움이 짧아도 지혜가 있으면 됩니다.
    그 시절 대학을 나와도 지혜는 없고 속물 같은 사람 많아요.
    배움에 대한 열망도 있고
    그래서 자식 교육에 정성을 다했던 엄마라
    원글님 같은 귀한 따님을 키운 겁니다.
    지금 이렇게 엄마를 이해하고 애뜻해하잖아요.

  • 12. 저도
    '20.11.14 1:00 AM (223.62.xxx.111)

    오늘밤 엄마가 보고 싶네요
    결혼하고 먼데 살아서 늘 엄마가 그리웠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유품을 정리하는데
    화장대 아래에 두툼한 종이뭉치 펼쳐보니
    우리 삼남매 이름을 빼곡히 많이도 써놓으셨더라구요
    치매예방하신다고 글씨 연습하셨나봐요
    한글로도 쓰고 한자로도 쓰고 우리 셋 이름을 쓰시면서
    그리움을 달래신 거였나 생각해요
    울엄마도 배움이 짧으셨으나 부지런하고 예쁘셨는데.

  • 13. 부모의지혜
    '20.11.14 1:25 AM (175.206.xxx.59) - 삭제된댓글

    원글님의 부모님이 이혜 됩니다.자식을 위히여 열심히 살아 오심에 존경드립니다.
    부모로 못배웠지만...자식들이 못배운 부모를 뿌끄러워 하거나 무식을 탔하는 자식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들과.박사며늘이와, 작은며늘이 조기졸업을하여 수도권 대학원석학을 공부하는 막내아들.못배운 부모를 탓하는 모습없이 존경스러워 합니다.
    사회과학적 정치와 교육의 모순에 대한 평소 가정교육의 관심과 부모의 교육에 결과라고 봅니다.

  • 14. 부모의지혜
    '20.11.14 2:06 AM (175.206.xxx.59) - 삭제된댓글

    자식들은 부모의 모습에 삶에 결정체 라고 봅니다.
    성장과정에서 보면 엄마의 역활이 너무도 중요한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열강의 이해관계로 625동란의 전후세대인 부모로
    초등학교교육이 전부고, 농촌에서 생활 하는 부모랍니다.
    성장과정 뒤틀린 제도적인교육에 대한 가정교육이 중요 하다고봅니다. 큰 며늘이는 국가직.4급공무원.2째 며늘이는 예술인, 막내 아들은 조기졸업 으로 수도권지역 석사과정 공부. 못 배운 부모로 자존감이 주득들거나 부끄러워 하는 모습없이 3아들 모두 의연하게 성장하여 열심한 생활인으로 살고있습니다.
    시대흐름에 방향감을 잃지 않고 생활함은 온전히 자식들의 몫 시 라고 봅니다.
    그럼므로 대한민국의 인지도가 높아 진다고 봅니다.

  • 15. 부모의지혜
    '20.11.14 2:19 AM (175.206.xxx.39) - 삭제된댓글

    자식들은 부모의 모습에 삶에 결정체 라고 봅니다.
    성장과정에서 보면 엄마의 역활이 너무도 중요한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열강의 이해관계로 625동란의 전후세대인 부모로
    초등학교교육이 전부고, 농촌에서 생활 하는 부모랍니다.
    성장과정 뒤틀린 제도적인교육에 대한 가정교육이 중요 하다고봅니다.
    큰 며늘이는 박사로 국가직.4급공무원.2째 며늘이는 예술인,
    막내 아들은 조기졸업 으로 수도권지역 석사과정 공부. 못 배운 부모로
    자존감이 주득들거나 부끄러워 하는 모습없이 3아들 모두 의연하게
    성장하여 열심한 생활인으로 살고있습니다.
    시대흐름에 방향감을 잃지 않고 생활함은 온전히 자식들의 몫 시 라고 봅니다.
    그럼므로 오늘에 대한민국의 인지도가 높아 진다고 봅니다.

  • 16. 부모의지혜
    '20.11.14 2:25 AM (175.206.xxx.39)

    자식들은 부모의 모습에 삶에 결정체 라고 봅니다.
    성장과정에서 보면 엄마의 역활이 너무도 중요한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열강의 이해관계로 625동란의 전후세대인 부모로
    초등학교교육이 전부고, 농촌에서 생활 하는 부모랍니다.
    성장과정 뒤틀린 제도적인교육에 대한 가정교육이 중요 하다고봅니다.
    큰 며늘이는 박사로 국가직.4급공무원.2째 며늘이는 예술인,
    막내 아들은 조기졸업 으로 수도권지역 석사과정 공부중. 못 배운 부모로
    자존감이 주늑들거나 부끄러워 하는 모습없이 3아들 모두 의연하게
    성장하여 열심한 생활인으로 살고있습니다.
    시대흐름에 방향감을 잃지 않고 생활함은 온전히 자식들의 몫 시 라고 봅니다.
    그럼므로 오늘에 대한민국의 인지도로 나타 난 다고 봅니다.

  • 17. ....
    '20.11.14 5:39 AM (75.156.xxx.152)

    엄마는 소문나게 괴팍한 시어머니와 효자 남편 때문에 35년을 시집살이 하셨는데
    본인의 스트레스가 애들에겐 향한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항상 자식들을 사랑으로 대하셨는데 내가 아이가 생기니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더라구요.

  • 18. 짠한 글이네요
    '20.11.14 9:50 PM (211.107.xxx.182)

    마음이 뭉클해지네요
    원글님 어머니는 품성이 현명하신 분이네요, 배우셨으면 그 나름 잘 살리셨을 분...
    전 학벌만 갖춘 사람보다 이런 사람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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