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진실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저도 모르지만,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요.
내 아버지니까 내가 안다는 생각,
우리 아버지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
이런게 참 위험하다는 거요.
우리는 가족을 몰라요. 친구도 물론 모르고.
지인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재판까지 가게 됐는데
지인이 법 공부를 좀 했던 사람이라 변호사를 따로 안 쓰고
자신이 공부해서 아버지 재판을 도왔대요.
그런데 법정에서 아버지의 거짓말이 드러나서 너무 놀랐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아들인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했다는 거죠.
우리 가족들 역시 저를 몰라요.
제가 이십대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면 아마 깜짝 놀랄걸요.
한 사람의 진짜 행적이란 건, 그 어떤 타인도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이 모든 것이 안타까운 상황임에 틀림없지만
내 아버지니까 내가 안다는 맹목적인 믿음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