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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 자신이 참 안쓰럽네요

연민 조회수 : 3,555
작성일 : 2020-09-23 20:41:36
방금 싱크대에서 주방 정리하면서 선채로 우격우격 찬밥을 퍼넣었네요. 방에서 공부하는 둘째한테 들킬까 싶어 짠김치에 꾸역 꾸역먹고 있어요. 두어시간 전에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도 마음에 허기가 가시지 않고 정말 무언가 쑤셔넣듯이 먹게 되요.

한 두어달 집 안팤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팔순이 훌쩍 넘어 이자라도 받을 요량으로 이웃사촌이란 사람한테 자식몰래 돈 1억을 냉큼 내주고는 자식들한테 돈빌려준 사람이 자식보다 잘하는 사람이니 건드리지말라는 엄마 때문에 온 집안이 난리가 났어요. 큰오빠는 매일 돈타령인 엄마한테 없는 살림에 자식들이 드린 생활비가 다 날아가게 생겨서 변호사를 알아보고 매일 엄마와 그 채무자 고소건으로 말다툼이었구요,
전 중간에서 맘상한 엄마와 다 떼이게 생긴 돈 때문에 맘고생하는 형제들. 서로 비난하는 전화를 한두 주 동안  받아야했어요.
모두가 저한테 전화를 해서 하소연에 한탄에 다들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폭탄들을 던졌어요.
게다가 남편은 회사에서 얼토당토 않게 회사를 대신해 하지도 않은 일에 책임을 떠앉고 징계를 받아야하는 상황이 됐어요.
30년을 헌신한 회사에서 당한 일이라 남편이 짠하고 새까맣게 속이 타들어가는 남편의 모습에 제맘도 타고 어찌나 맘졸이고 눈치가 봐지는지.

늦둥이 둘째 녀석이 사춘기 시작인지 학원샘한테 혼나고
원장님이 이러면 아이랑 공부 못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네요.

시어머니 노인성 우울증으로 오일 째  누워 밥한술 못뜨신다고해서
3시간 운전해 끼니 챙겨드리고 장봐서 냉장고 채워드리고 ...

나이 먹으니 부모도 안식이 아니예요.
내가 젊어 한창 때 너희 위해 희생했으니 내 푸념 내 한 내 원망도 다 들어줄 의무가 있다며 밤11시에도 아버지랑은 더는 못산다며 전화하시는 엄마 얘길 들어드리죠.
여러번 냉냉하게 잘라내고 끊어내기도 했어요.
그러나 열여덟 귀염둥이 막둥이가 모진 남편 만나 사신 세월이 여전히 억울하고 분해서 내려놔지지 않는 엄마가 안쓰럽고 이젠 저 한탄도 몇번이나 더 들어들일 수 있을까 하는 맘에 안타까움으로 전화를 받네요.

어디 조용히 숨어서 새소리 조차 고요한 시골집에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달라하지 않고
그저 잠잠히 차려주신,
밥냄새 구수한 소박한 밥상에서 뜨신 밥 한술 먹고 한숨 푹 자고 나면 이 허하게 쫓기는 마음도
쑤셔넣듯 먹어도 채워지지 않은 허기도 잠들것 같아요.

IP : 59.12.xxx.22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서울
    '20.9.23 8:49 PM (58.228.xxx.5)

    토닥토닥...

    제 마음과 같네요...

  • 2. 원글님
    '20.9.23 8:51 PM (118.219.xxx.150)

    이심전심 ㅠ

  • 3. ...
    '20.9.23 8:56 PM (1.225.xxx.75)

    원글님 꼭 안아드릴께요
    힘 내세요

  • 4. 원글님
    '20.9.23 9:09 PM (223.38.xxx.122)

    1억 헛짓거리 한 엄마.비난받아 마땅하구요.
    다늙어서까지 부부싸움 하고 푸념.게다가 들으라고 강요.
    원글 노모 진짜 구제불능이에요.
    기함을 하든말든 들어주지 마세요.
    살만큼 사셨네요.
    오빠랑 둘이 싸우게 붙여버리세요.

    오히려 님 노모보다 남편에게 더 집중하시는게 나을것 같아요.
    맛있는 식사에 대우해주는 한마디.
    부담주시지 말구요.

    학원쌤이 하신 말도 있으니
    아이 학습태도도 좀 신경써주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이미 좀 늦었을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ㅠㅠ

    지금 친정일 때문에 원글님이 놓치고 있는게 더 큰듯합니다.
    그만큼했으면 됐어요.

  • 5. 착한사람
    '20.9.23 9:12 PM (221.155.xxx.44)

    에고 원글님 토닥토닥...
    안좋은 일이 연이어 일어났네요ㅜㅜ
    원글님이 좋은사람이어서 다들 원글님에게 기대나봐요.
    곧 좋은일있을거에요. 힘내세요~ ♡

  • 6. 어흑
    '20.9.23 9:20 PM (175.121.xxx.37)

    오랜만에 캔맥주 따서 두 모금 마시면서 이 글 읽는데 왜 눈물이 나죠?
    어흑 ㅠㅠㅠ

  • 7. 제맘
    '20.9.23 9:32 PM (125.128.xxx.87) - 삭제된댓글

    오늘 제 동생하고 철들고 첨으로 말싸움을 했네요
    너무 착한 동생인데...
    친정엄마가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제 신경이
    몹씨 예민했나봐요.직장에서도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인것 같구..사는게 넘 힘들구
    울고만 싶어요..옷은 사두사두 입고 출근할게
    없고 아침마다 가기 싫어 죽겠어요

  • 8. 토닥토닥
    '20.9.23 9:34 PM (14.33.xxx.137)

    한꺼번에 상황이 닥쳐올 때가 있더라구요.
    그래도 원글님 몰래 서서 눈칫밥은 안 드셨으면 합니다ㅠ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한끼라도 나를 위한다는 맘으로 잘 차려 드셨으면

  • 9. 그와중에
    '20.9.23 9:41 PM (1.236.xxx.223) - 삭제된댓글

    팔력이 대단하십니다. 저도 나이 들수록 나아지는것 없이 여전히 삶이 참 고단합니다.

  • 10. 원글님~~
    '20.9.23 10:19 PM (175.117.xxx.127)

    다 지나갈꺼에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 꼭 웃을 일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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