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잔뜩 취해서 아버지랑 친구분이 우황청심환을 사오셨던
기억 조회수 : 2,818
작성일 : 2020-09-20 19:07:21
학력고사 전날...
예비소집 마치고 집에 와서 간단히 마무리하고 자려고 누웠습니다.
그런데 막 잠이 들려던 쯤,,,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저를 깨우는 겁니다.
사연은...
아버지랑 아버지 가게 옆에옆에 가게주인이셨던 아버지 절친이 오셨던거죠..
그 친구분이 우황청심환을 사가지고 저에게 주시겠다고 저희 집에 직접 오셔서 저를 깨우신거죠.
두분 모두 술을 거나하게 취하셔서ㅎㅎ
두 분 모두 학력은 초졸도 안 되는데..
참 성실하고 바르게 사는 아버지들이셨네요...
아무튼 자다가 봉변당하듯 일어나서 두 분이 보는 앞에서 우황청심환을 받아들고 내일 시험 잘 볼거라는
덕담과 함께 친구분은 저한테 들어가서 공부해라...하셨고
두 분은 한참을 그렇게 거실에 계시다가 친구분이 돌아가시고 저는 잠이 들었습니다.
가끔 생각나요..
평생 시험을 쳐 본적이 없어서인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그 디테일한건 모르셨던거...ㅎㅎ
그때는 황당했는데 나이를 먹어가고 자식을 키워 볼수록
두 분 모두
배운거 없고, 가진것도 없는 상태에서 가게 머슴으로 시작해서
본인들 가게 차리고..
성실히 일하셔서 지방이지만 집도 사시고
자식들도 다 키워 대학까지 보내셨으니...
작년에 그 친구분 소천하셨고..
올해 저희 아버지 소천하셨네요..
하늘에서도 두분 술 거나하게 드시면서 즐겁게 사이좋게 잘 지내시길...
IP : 223.38.xxx.12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20.9.20 7:14 PM (49.164.xxx.159)잘 읽었어요. 행복하시길...
2. ..
'20.9.20 7:18 PM (39.7.xxx.99)한번씩 그런 추억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그땐 별거 아니게 지났는데 아이 키우면서 보니 어떤 마음으로 하셨는지 알게 되어서 마음이 저릿한거 전 대학 졸업반때 중요한 시험 치는 날이어서 엄마랑 갔는데 실내화를 신어야 하는데 안가지고 와서전 그냥 들어가서 앉아 있는데 엄마가 그 앞 문방구에 가서 실내화 사서 검은 봉지에 싸서 복도까지 들어와서 감독관에게 주고 가셨어요 그땐 좀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좀 짜증냈는데 내 자식 추운데 발 시려워서 시험 못 볼까봐 그러신 생각하면 지금은 눈물나요
3. ...
'20.9.20 7:24 PM (220.75.xxx.108)저도 나이 50인데 학력고사 보러가던 날 기억이 나요.
아주 어둡고 추운 이른 아침에 같은 동네 사는 아저씨가 저랑 부모님을 보고 어디가냐고 해서 아빠가 오늘 우리딸 어디 학교에 시험보러 간다고 말씀하시니 아저씨가 오 공부 잘 했구나 하시는데 아빠가 활짝 웃으셨어요.
울아빠가 남한테 자식 자랑은 진짜 안 하시는 타입이고 잘 해도 별로 칭찬은 없고 대신 못하면 호되게 혼 내는 타입이셨는데 그날 아빠의 그 목소리와 웃음은 기억이 아직도 나요.4. ..
'20.9.20 7:45 PM (58.123.xxx.98) - 삭제된댓글아버지 보고싶어서
댓글을 못달겠어요5. ...
'20.9.20 7:57 PM (1.238.xxx.44)사랑이 느껴지네요~^^
저도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전 부모없이 살아서 그런 마음을 받아본적이 없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1120004 | 이석증 남은 어지럼증 6 | 마미 | 2020/09/21 | 2,166 |
1120003 | 오리는 너무 크네요 3 | ㅇㅇ | 2020/09/21 | 1,432 |
1120002 | 6세 여아 친구들 관계(이게 뭐라고 ㅠㅠ) 5 | 고민고민 | 2020/09/21 | 3,706 |
1120001 | 꿈해몽 고수님들 고견을 주십시요 | a3 | 2020/09/21 | 565 |
1120000 | [속보]추미애 '수사권개혁 완료하고 검찰개혁 완수하겠다' 32 | DD | 2020/09/21 | 3,337 |
1119999 | 쌀계량컵이 없어졌는데 8 | 흠 | 2020/09/21 | 20,682 |
1119998 | 민주당 밀리지 말고 박덕흠이 파라. 7 | ***** | 2020/09/21 | 717 |
1119997 | 종합 상향지원하면 많이붙나요? 1 | 고3맘 | 2020/09/21 | 740 |
1119996 | 82는 유독 전업을 까네요...? 38 | ... | 2020/09/21 | 3,726 |
1119995 | 간접등 하신 분들~ 2 | 간접등 | 2020/09/21 | 947 |
1119994 | 새우젓 사려고하는데 추천 좀 해주세요 10 | 하늘꽃 | 2020/09/21 | 1,844 |
1119993 | 최근 아이폰11/아이폰11 프로 하신 분 계셔요? 9 | 뮤뮤 | 2020/09/21 | 1,247 |
1119992 | 신고 포상금 받아보신 분 | 공공선 | 2020/09/21 | 521 |
1119991 | 사주볼때 주소는 왜 물어보는건가요? 4 | 궁금이 | 2020/09/21 | 2,496 |
1119990 | 브런치 아세요? 가벼운 읽을 거리 찾고계신다면... 10 | 활자중독 | 2020/09/21 | 2,103 |
1119989 | 영화 완득이 아버지요 6 | ㅇㅇ | 2020/09/21 | 1,881 |
1119988 | 코스트코3개짜리샐러드팩 4 | 드레싱 | 2020/09/21 | 2,029 |
1119987 | 제사관련, 이정도면 병이죠? 18 | 이건뭐..... | 2020/09/21 | 4,588 |
1119986 | 돼지갈비찜에는 무 말고 감자 넣나요? 8 | ... | 2020/09/21 | 2,079 |
1119985 | 뒷북이지만 응팔 남주들 너무 좋아요 8 | 응8 | 2020/09/21 | 1,746 |
1119984 | 질좋은 흰티 어디서 살수있나요 1 | 흰티 | 2020/09/21 | 2,338 |
1119983 | 요번주에 군입대 지원한답니다 5 | 커피나무 | 2020/09/21 | 1,489 |
1119982 | 野, 박덕흠 의혹 옹호 발언도…"의원 가족은 사업하면 .. 15 | ㅇㅇ | 2020/09/21 | 1,737 |
1119981 | 양지 두툼한 고기 중간이 까매요. 3 | 뭘꺼요 | 2020/09/21 | 1,297 |
1119980 | 너무 마음이 힘들고 우울해서 19 | 여행 | 2020/09/21 | 5,7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