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ddanzi.com/index.php?mid=free&statusList=BEST,HOTBEST,BESTAC,HOTBE...
박원순씨 별세 40일쯤 전인 6월 8일 페북에 올렸던 글을 다시 공유합니다.
자살은 죄의 유무나 경중과 바로 연결되는 행위가 아닙니다. 죄가 발각되면 육신이 찢겨나가는 혹독한 고문을 받은 뒤에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까지 대중에게 볼거리로 제공되었던 중세에도, ‘죄가 발각될까 두려워’ 자살한 사례보다는 ‘억울함을 호소할 데가 없어’ 자살한 사례가 훨씬 많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자살한 사람이 나오면 그가 어떤 억울한 일을 겪었는지 먼저 조사하는 게 관례였습니다. 자살을 자백으로 간주하는 건, 중세에도 일반적이지 않았던 편견입니다.
자살의 동기는 ‘지은 죄가 있으니 그랬겠지’와 ‘오죽했으면 그랬을까’의 양극단 사이에 넓게 펼쳐진 공간 위의 어느 한 점, 또는 여러 점 위에 있습니다. 자살의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습니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대답할 수는 없기 때문에, 타인의 자살 이유에 대한 가장 정확한 판단은 ‘모른다’입니다. 살아 있는 인간이 남의 자살 이유를 함부로 단정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일방적 모욕일 수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소장,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 정두언 전 의원, 노회찬 전 의원, 성완종 전 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 등등. 이들 중 자살의 동기를 확정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몇 시간 동안 저들의 마음을 채웠던 것이 죄책감인지 수치심인지 모욕감인지 억울함인지 환멸감인지 공포인지 분노인지, 이런 것들이 각각 어떤 비율로 섞여 있었는지, 산 사람이 감히 어떻게 안다고 자신할 수 있나요? 왜 죽었는지 안다고 자신하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기 마련인 죽음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드루킹은 노회찬 전 의원이 자살하고 나서야, ”뇌물 준 적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요즘 문제가 되는 jtbc 전 기자 관련 사건에서도, 그 기자의 ‘항의’로 괴로워하던 웨딩업체 사장이 자살했다면 사람들은 이 일을 지금과는 다르게 기억했을 겁니다.
어떤 사람이 수사 과정에서 자살했다고 해서, 수사기관이나 언론이 늘어놓은 ‘혐의내용’들이 전부 사실이라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건, 우리가 이미 겪은 사건들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사실’을 너무 가볍게 취급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알만한 사람들까지 “감당하지 못할 죄를 지었으니 죽었겠지”라고 판단하고 고인을 함부로 단죄했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할 정도의 지각은 있어 보이던 사람들조차, 최악의 상황에 놓인 유족들의 마음을 거듭거듭 짓밟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의 주장이 지식과 양심의 명령에 따른 것인 양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건 그저 무지에 따른 패륜일 뿐입니다.
‘어떤 자살은 가해다’라는 팻말을 들고 빈소에까지 나타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공영방송 앵커까지 이 문구를 대중에게 ‘전시’했습니다. 어떤 자살이 속죄인지 배려인지 원망인지 환멸인지는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원순씨가 마지막으로 토로한 감정은 모욕감과 배신감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의 자살을 제맘대로 ‘가해’로 단정하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듣도록 떠들어대는 것이야말로,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유족에 대한 ‘무절제한 폭력’일 수 있습니다.
자살은 자백이 아닙니다.
---------------
제 글을 함부로 축약 인용하거나 일부만 발췌한 뒤 제멋대로 해설해 온 기자들에게 향후 저작권료에 대해 안내드립니다.
(1) 한 글자도 빼지 않고 전문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 무료
(2) 제 맘대로 요약해서 사용할 경우 : 건당 1천만 원
(3) 일부만 발췌해서 사용할 경우 : 한 문장당 500만 원.
(4) 저작권료 지불 않고 무단 도용할 경우 : 제시한 금액의 두 배.
전우용 학자님 “자살은 자백이 아닙니다”
... 조회수 : 1,603
작성일 : 2020-08-27 17:41:12
IP : 180.65.xxx.5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20.8.27 5:54 PM (59.15.xxx.152)감사합니다
2. .
'20.8.27 5:58 PM (223.62.xxx.91)러시아 푸틴의 정적 나발니가 독이 든 홍차를 마시고 의식불명 상태라고 하는데 박원순 시장의 죽음이 자동으로 떠올랐음. 전우용은 박시장을 옹호하는 척 하면서 자살을 기정사실화 해버리네.
나 같으면 박시장도 정적에 의해 살해당한건 아닌지 의시이 들텐데3. ..
'20.8.27 6:33 PM (39.7.xxx.2)전우용교수님, 감사합니다.
4. 글
'20.8.27 7:11 PM (211.108.xxx.228)좋네요.
그렇죠 자살하는 마음을 어찌 알고 죄 때문이라 하는지5. 원문 중에
'20.8.27 7:28 PM (223.38.xxx.95) - 삭제된댓글원순씨가 마지막으로 토로한 감정은 모욕감과 배신감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공감합니다.6. l..
'20.8.27 7:53 PM (123.214.xxx.125)감사합니다
7. .
'20.8.27 8:54 PM (223.62.xxx.91)박시장이 모욕감과 배신감을 누구한테 토로했다는 건지?
묘하게 기분나쁜 글이네요.
모욕감과 배신감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어딨다고 개소리?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