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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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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혼자 외출했어요.

외출 조회수 : 2,388
작성일 : 2020-08-27 13:52:36
올해 쉰 네살이예요.
결혼이랑 아이가 늦어서 고1 중2아이 둘 있어요.
요즘 갱년기 증상으로 밤새 에어컨을 틀어도 훅 올라오는 열기에 밤새 몇번을 깨고 뒤척이죠.
결혼하고 세번 연달아 유산하고는 근무하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38살에 출산하고 연이어 둘째까지 낳아 키웠어요.
서울에 살다 남편을 따라 연고하나 없는 지방에서 두아이를 키우고 새로이 제 경력을 살려 일할 자신도 일할 수 있는 곳도 없었네요.
코로나 블루일까요.
그냥 내가 아닌 남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나쁘지 않은 삶인데 어젠 못견디고 애들을 두고 혼자 집을 나와 거리를 한참 걸었어요.
제 방황에 스위치를 켠건 방학내내 늦잠에 게으름을 피우는 아이들 때문이었지만 잘 모르겠어요.
두 아이다 모나지 않고 평범하고 그저 성적은 중간인 보통아이들인데 머리로는 아는데 맘이 답답하고 팍팍해지고 아이들의 삶이 내것이 아닌데 그 아이들의 길을 조급하게 생각하고 못받아들이는것도 너무 갑갑해요.
시원한 아침에 하루 먹거리라도 해놓는다고 동그랑땡을 부치고 짜장밥을 해놓고 아이들이 일어나길 기다리는데 12시 30분을 넘기더군요.
더 일찍 깨워 밥을 먹이고 책상에 앉힌들 즐겁게 공부할 나이들은 아닌것 같아 엄마 인기척에라도 일어나려니 했는데....
거의 1시가 되서 아이들을 깨우곤 그냥 집을 나왔어요. 그리고 하루 종일 걸어다녔죠.
오늘도 잠든 아이들을 두고 나와 오랫만에 콩나물 국밥을 먹고
호수가 보이는 카페에 멍하니 앉아있네요.
여기 나오는 음악이 꽤 맘에 들어요. 너무 신곡도 너무 올드하지도 않아서.
공원을 한바탕 돌고난 후라 땀이 비오듯했는데 시원한 커피한잔을 들이키고 나니 좋네요. 먼발치에 있는 호수를 바라보는데 순간 맘이 좀 풀어져요. 나를 옥죄었던 끈이 어느순간 툭 풀린듯 갑갑함이 나아졌어요. 그냥 괜찮아. 너 괜찮은 사람이고 너 잘못아니야 이런 소리가 들려요.
전업주부라 늘 시간여유가 있었는데 왜 매일 쫒겼던것 같죠?
왜 난 내가 용납이 안되고 괜찮고 사랑스럽지가 않았을까요.
학창시절 매일 싸우고 불안한 가정에 현실을 떠나 몽상을 하며 공부에 집중할수 없었던 내가 안타깝고
늘 내가 어디 있는지 그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고 적당이 도피하고 마치 도망치듯 도망치듯 사는것 같은 제가 제 스스로 괜찮지가 않아요.
삶에 거는 기대가 너무 큰 탓일까요.
전 많은 순간 마음이 어려워요. 그냥.
우울증 약을 먹거나 치료받은 적은 없고 이게 우울증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정도이지만 가족들과 눈이 하얗게 쌓인 설악산을 지나며 저 눈속으로 뛰어 내리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더군요.
그래도 카페에 앉아 호수를 보다가 뭔가 숨막히던 끈하나가 툭 끊어지는 느낌이 들어 제가 지금껏 쫒겨왔다는걸 알게됐네요.
며칠에 한번씩 전화해서는 아버지 때문에 못살겠고 죽여버리고 싶다는 80넘은 친정 엄마의 하소연을 달갑게 참아주는 착한 딸이여야하고 아이들한테는 늘 빈구석없이 살피는 엄마여야하고 시댁엔 홀로된 노모를 위로하는 든든한 맏며느리여야 해을까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다 괜찮은 삶.
늘 가던 길 끝까지 안가고 중간에 털푸덕 앉아 멍때려도 되고
모두가 네를 기대하는 대답에 아니요라고 하고도 안 괴롭고 안힘들수 있는 삶을 바라는걸까요.
그냥 날 갑갑하게 하고 쫒기게 한 내안에 그 무엇들을
하나싹 걷어내고 싶네요.
가끔은 새가 되서 훨훨 나르고 싶어요.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적어봐요.
이런 글에 시간 한가하고 절박하지 않아서 그런다 먹고 살기 힘들어봐라 하며 일해라 절해라 하는글 달릴 것 같은데
요양보호사 방과후지도사 한글학교 선생 자격증 따고 다 해봤고 더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괜한 공격적인 댓글에 상처받을까 먼저 설레발이네요.
IP : 39.7.xxx.50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0.8.27 2:06 PM (211.219.xxx.193)

    제일 하기 싫은 일이 중딩아이 깨우는 일이예요. 얼마나 잠이 달까 싶은 마음도 있고 매일매일을 기분 좋게 일어나 주지 않는 아이가 밉기도 하고..
    저도 아이 네명 보내고 겨우 건진 귀한 아이..
    그 후로로 둘째도 20주 넘어서 보내고..
    요즘은 이 아이가 나한테 정말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마음이 들어 노여움이 먼저 일어요. 아이가 알기엔 너무 어린데..

    갱년기는 아니고 코로나 블루 같아요.

  • 2. 흠...
    '20.8.27 2:06 PM (1.235.xxx.101)

    날 괴롭히는 그 가족들
    모두 갑자기 사라지고,
    혼자 남으면 과연 행복할까요?
    확실히 편하긴 하겠죠...
    근데, 행복할 지는 모르겠어요.
    지긋지긋할 때 그런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좋은 외출 하시고,
    바람 쐬고 들어가세요^^

  • 3. 이해
    '20.8.27 2:12 PM (221.149.xxx.183)

    충분히 이해해요. 그런데 아이들이 매일 12시반에 일어나나요? 그건 바꿔줘야 ㅜㅜ. 전교 일등이라도 매일 늦게 일어나면 못 견딜듯요. 오전 9시 아침식사 시간 정해주고 안 먹으면 치우세요. 용돈도 주지 마시고. 공부를 하든 말든 집에 규칙은 있어야해요.

  • 4. 원글님
    '20.8.27 2:26 PM (218.153.xxx.204)

    글을 좀 써보시면 어떨까요.
    담담하게 얘기를 풀어가시는데 공감도 되고 위로도 되었습니다.
    저도 남편 일 때문에 연고없던 대구에서 4년 살았는데
    종종 혼자 호수공원 걷고 스벅에서 커피 마시고
    마음 진정시키고 집에 오곤 했었어요.
    이 또한 지나가리를 늘 되뇌이면서요.

  • 5. 가장
    '20.8.27 2:42 PM (223.39.xxx.95)

    가깝고 익숙한데서 행복을 찾는게 가장 쉬워요

    큰 행복을 바라면 끝도 없어요

    크게 사건 없이 사는 일상이 행복 아닌가요

    누군가는 님을 부러워 할 수도 있구요

  • 6. 원글
    '20.8.27 3:10 PM (39.7.xxx.50)

    일기장에나 써야할 넋두리인데 그래도 누군가는 야단치지 않고 들어주시길 바라는맘으로 올렸어요.
    니 생각이 틀렸다고 안하시고 이해한다고 해주시고
    나도 그렇다고 해주신 분들 따뜻한 댓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 7. sensitive
    '20.8.27 3:27 PM (211.114.xxx.126)

    저도 아들 고등때 많이 하던 고민들이네요
    그때 든 생각이
    울 아들이 공부를 못해도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그걸 많이 되내었어요,,
    지금 대학생이 되어 성실히 잘 생활하고 잘 하고 있어요,,,
    근데 그때는 어찌나 힘들든지...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던데...
    원글님 힘내시고 이렇게 한번씩 외출해서 힐링하시고
    신사임당이 와서 우리 애들 키워도 감당 못할꺼다 생각하세요

  • 8. 바람소리
    '20.8.27 3:31 PM (59.7.xxx.138)

    나가시길 정말 잘 하셨어요. 그 정도면 아주 잘 하고 계세요.
    건강하게 해소 하시는 거 보니 정말 믿을만한 분이신 거 같아요.
    가끔은 아니 자주 그러셔도 됩니다.
    우리 호수 산책과 아아 한 잔으로 위로 받고
    내일도 다 큰 애들 열심히 깨워봅시다!!

  • 9. 자기자신
    '20.8.27 3:32 PM (182.225.xxx.233)

    자기자신을 용서하고 이제 화해가 시작되었네요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좋은 거지요

    돌이켜 보면 중간 이상 했고
    원만하게 처리해 온 인생이에요

    아이들은 우리 고통 기쁨 다 아랑곳 않고 지들 길을 갈 거구요

    이제 취미 생활도 찾으시고 건강관리도 하시고
    나만의 시간을 늘려나가시길 빌어요
    행복하세요

  • 10. ...
    '20.8.27 4:09 PM (223.38.xxx.218)

    원글님 보다 조금 어립니다.
    갱년기 시작인듯^^ 하구요.

    친정엄마가 그 나이즈음 힘들어 하시던, 제게 하소연하시던
    기억이 나요.

    -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라.
    - 나를 존중하고 잘 대접해주라.
    - 나를 가장 잘아는 사람은 나.
    - 나를 바꿀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하나뿐.

    뭐 이런 얘기 많이 하셨었죠.
    이제야 조금 알것도 같아요.

    원글님 글 읽고 제가 속썩일때 늘 걸으셨다는 게 생각나서요.
    이젠 제가 걸을때가 되었네요.

  • 11. ㅇㅇㅇ
    '20.8.27 4:53 PM (218.233.xxx.193)

    원글님은 코로나블루로 발현된 갱년기증상이라
    사료되오~
    늦은 나이에 해야하는 육아가 그 증상을 부추긴 것이고요

  • 12. 비가오다
    '20.8.27 5:39 PM (175.223.xxx.103)

    글이 편하게 잘읽히네요
    문학에 소질이 많으신거 같아요
    이쪽으로 도전해 보시는건 어떨까요
    저는 자식없는 죄로 이집저집 맏이노릇은 다하고
    또 그것이 괜챦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자식없으니 시집에선 늘 자리없는 이방인이고
    친구들은 자식없는 너는 몰라라는 말도 듣고
    남편은 늘 책임없는 철부지로 살아갑니다
    자식이 있어도 힘들고 없어도 힘든게 인생이겠지요
    우리 화이팅해요 내가 먼저라는 마음으로 살아갑시다

  • 13. 공감
    '20.8.27 6:16 PM (1.238.xxx.192)

    원글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셔요. 마음의 긴장을 좀 푸셔요.
    그래야 원글님 자신도 주변도 편해져요.
    저는 제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우선 순위를 두고 다른 건 그냥 놓아둡니다. 마음으로…
    내가 굳이 마음 쓰지 않아도 각자 자신들을 아끼며 잘 살아가더라구요.
    원글님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 14. 소해
    '20.9.12 6:29 PM (116.39.xxx.34)

    저도 그 호수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며 제 자신을 위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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