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가, 돈이 들지않는 책읽기였어요,
책읽기가 제일 마음이 편해져서 곧 책을 읽는다는것은 쉬는것과 동일한 의미라고 여겼어요,
책을 읽는동안엔 맘도 고요해지고, 주변도 고요해지고, 온통 제 망막전체를 활자들이 드리워지고,
커피한잔과 마시면서 정제된 문장들을 읽고 쉼표와 마침표사이에서 들숨과 날숨을 쉬면서
책장을 넘기는 일은 참 즐거운 취미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책속에 흠뻑 빠져서 읽은 책들은, 분명히 절 외롭게 하지 않아요,
게다가 그 많은 책구절속에서도 분명히 마음속에 밑줄이 그어지듯
인상깊은 대목들이 한두번씩은 나와주더라구요.
그런데,
왜
타인과의 대화에서는 그런 밑줄이 없을까요.
제가 이십대후반에 근무했던(그당시의 저는 의료보험청구) 병원에 친했던 간호사가 있었어요,
그 간호사가 저랑 참 여러모로 친했습니다.
그랬는데, 거의 20년이 가까운 지금, 서로 폰번호가 그대로였고 저장이 되어있어서 또 연락이 되었는데
처지가 많이 달라져있더라구요.
그분은 커다란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시고, 결혼은 했으나 아이가 없어 집에 오면 할일이 없으셔서
이제 사춘기에 접어둔 고등학생딸과, 이제 여덟살된 아들의 엄마인 제게 전화를 하면
족히 2,3시간을 일방적으로 그날하루의 일에 대해 보고를 하세요.
아들의 숙제가 있다고 해도 왜 혼자 못하냐,
밥을 해주어야 한다고 해도, 혼자 못차려먹냐,
저기 지금 화면을 봐라, 물난리다,물난리..
아우, 티팟 세일하네~ 이번엔 저번보다 내렸네에..
지금 뭔가해야 하니 끊어야 한다고 하면 알았다고 하면서 끊었나싶었는데
또 다시 벨이 울려요,
어떤때 안받으면 왜,무슨일이 있냐, 재차 묻는 메세지와 톡이 와요.
집에 있는 시간이 더 긴 아이들에게 지치고 집안일에 지치고
이젠 그분한테도 어느덧 분노감을 느끼던 저를 발견했습니다...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그 말들을 작년 12월부터 견뎠어요,
그래, 책도 앉아서 한권을 다 읽어내는데
귀로 듣는 전화가 뭐가 어렵냐, 게다가 난 미덥다고 하는데..
이렇게 들으면 내게도 뭔가 도움되는 밑줄이 있겠지 하고
들었는데도, 이젠 그 세시간을 웃돌게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듯한
그 분께 진짜 분노를 느끼기 시작한게 39도였다는 그 날부터였던것같아요,
그 분노는 이제 없어졌지만, 이젠 걱정이 되요,
주말지나고 또 매일 전화번호가 뜰까봐.
전 이렇게 누군가에게 제 이야기를 해본적이 없어요,,
그러면서도 왜 책을 눈으로 읽는것과
타인의 이야기를 귀로 듣는 것이
똑같지만은 않구나,
난 사람들을 많이 안만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 키우면서 아이들이랑 말하고 말들어주고,
어떻게 된게 두명의 제 자식들은 하나같이 기관지가 약한지
병원을 숱하게 다닌 지난날의 행적들만 기억나네요.
그와중에 커피숍갈만한 시간적인 여유도, 또 제 이야기를
마음껏 꺼내놓을만큼 편안한 친구도 만들어두지못하고,
그냥 아이들 손잡고 키즈카페 가고, 어쩌다 가끔,
집에 또래친구들 놀러왔다가고, -참새들처럼 짧은 인연들.
내일은 월요일이니까, 또 전화번호가 또 뜨면 어떡하나,걱정이 되네요.
그러면서도 피곤해지는 그마음.
예전에 그리도 친했는데 지금은 왜.. 그 목소리를 듣고있으면서도
이렇게 철저히 외로워해도 되는건가.
답답해요,
저란 사람, 진짜 슬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