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걸 표현하고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은 있어도 원하는 게 없는 사람은 없지요. 간혹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요.
최근에 가까이 지내는 한 분이 있어요. 저에게는 선생님과 같은 입장에 있는 분인데요. 이 분 주위에는 주로 자신이 가르쳐야 하거나 챙겨주고 이끌어줘야 할 사람들이 많아요. 일이 그렇다보니 40대이지만 주위에는 2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대해야 하고 가까이서 보면 반복되는 문제들도 보입니다.
처음엔 '아 이 일이 이래서 정말 힘들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좀 더 오래 지켜보다보니 이 사람만은 이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과 원하는 걸 아주 잘 표현하고, 구차하지 않고 아쉬워보이지 않게 잘 말한다는 특화된 장점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저는 성격이 다소 소심하고 기운이 강하지 못해서 제 입장을 이야기하고 요구하는 게 항상 어려웠기 때문에 이 점이 더 두드러지게 보이더군요.
직접적으로 상대에게 말을 해야하는 상황에선, 상대가 기울인 노력이 상식선이었고 그럴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 그러나 내스타일은 이거라서 이게 나한테는 스트레스가 되고 어려움이 된다는 식으로 자신이 겪는 안좋은 느낌과 그게 왜 스트레스인지 자신의 상황을 솔직히 오픈하고 설명하는 점이 하나이구요.
또 다른 하나는 미묘한 상황일 때인데요. 직접 전달하고 말하긴 약간 구차해보이고 예민해 보이는 그런 문제들은, 제 3자의 문제나 다른 상황에 있을 때 본인의 가치관이 어떻다는 걸 언급하거나 어필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어떤 한 팀원이 주변에서 배려를 하고 도움을 줘도 고맙다고 말을 잘 안해서 약간 주위를 빈정 상하게 하는 것 같은 일이 있었는데요. 다 같이 있을 때 그 일이나 그 팀의 구성원과 전혀 관계가 없는 상황이 우연히 얘기가 나왔을 때, "배려를 받으면 고맙다고 말하거나 밥이라도 사야지"하는 식의 어떤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더라구요.
다행히 눈치가 있는 사람이면 자신을 저격했다는 느낌을 못받으면서도 한번쯤은 자신을 생각해보고 바뀌게 되기도 하구요.
저는 예전에 제가 배려도 잘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보니 그건 착함이 아니라, 말하지 못해서 주장하지 않았을 뿐이더라구요. 이젠 조금씩 제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더하는 걸 연습해 가다보니 오히려 진짜 착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무언가를 하고도, 배려하고, 희생같아 보이는 걸 하고 나서도 억울하지 않구요. 그럼에도 아직 너무 이 점이 부족한데 요즘 이 분을 통해 저도 뭔가를 배워가고 있어요.